에릭 베넷 Hurricane >고세원
에릭 베넷의 「Hurricane」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날씨에, 아니면 혼자서 분위기에 취하고 싶을 때 아주 제격인 음반이다.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에릭 베넷의 앨범이기도 한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Still with You’도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9번 트랙 ‘Last Time’을 베스트 트랙으로 뽑고 싶다.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2004년 즈음. 흑인 음악을 좋아해서 많이 찾아 듣던 중 발견하게 된 가수다(물론 내가 발견하기 전부터 이미 유명했다). R&B 가수지만 어려운 기교를 부리는 음악이 아니라 정서를 건드리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감성을 충만하게 하는 데 아주 좋다. 내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에릭 베넷을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가수다. 미니 홈피 배경음악도 다 에릭 베넷의 음악이고. 참, 12월에 첫 내한 공연을 오더라. 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니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말아야 겠다.
도어즈 The Doors >송용진
1960년대 사이키델릭 록을 느껴 보고 싶은 사람들! 록 스타를 꿈꾸는 사람들! 그리고 사는 게 우울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앨범이 있다.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이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밴드이기도 한 도어즈의 데뷔 앨범 「The Doors」. 1967년 등장한 도어즈는 파격적인 사이키델리 록으로 1960년대 록 무대를 뒤흔들었던 밴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과 함께 ‘쓰리 제이’라 불렸던 천재 뮤지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도어즈>를 보고 완전히 감동을 받아서 짐 모리슨에 푹 빠져 살았다. 미국 사회에 갑자기 나타난 광기 어린 예술가 짐 모리슨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나를 비롯해서 참 여러 사람 망쳐 놨고. (웃음) 다들 짐 모리슨처럼 되고 싶어 안달이었으니까. 심지어 라디오헤드는 ‘Anyone Can Play Guitar’에서 ‘Grow my hair, I wanna be, wanna be, wanna be Jim Morrison’라고 가사도 썼다. 어쨌든 「The Doors」는 도어즈의 데뷔 앨범이면서 명반으로도 꼽히는 음반이니 꼭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정말 한 곡 한 곡이 다 좋다. 특히 마지막 곡 ‘The End’는 정말 말이 필요는 노래다.
미카(MIKA) Life In The Cartoon Motion >이정미
혼자서 홍콩 여행을 다녀온 적 있다. 호텔 방에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미카의 공연 실황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멋졌다. 그때는 무대 위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 남자가 미카라는 것도 모르고 봤다. 그가 부른 노래들은 심각한 사랑이나 특별한 사건이 아닌, 쉬운 말들로 편안한 일상을 담고 있었는데 무척 드라마틱했다. 독특하게 디자인된 무대 위에서 노는 듯이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는 그의 완벽한 무대 매너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미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음반 매장을 들러 미카의 「Life In The Cartoon Motion」를 구입해서는 지금까지도 즐겨듣고 있다. 앨범에는 ‘Lollipop’, ‘Love Today’, ‘Big Girl’ 등 총 14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서로 다른 장르의 노래 같으면서도 그 조합이 무척 잘 어울린다.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이 좋기가 쉽지 않은데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단 한 곡도 버릴 것이 없다. 우울하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미카의 앨범을 들으면서 기분을 달랜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으로 ‘프레디 머큐리의 환생’이라 불리며, 작사, 작곡, 연주까지 직접 다 하는 미카야 말로 이 시대 진정한 뮤지션이 아닐까.
영화 <클래식> O.S.T >강효성
지금 컬러링도 <클래식> O.S.T 중 한 곡이다. ‘노을 지는 언덕 너머 그대 날 바라보고 있죠~’로 시작하는 ‘사랑하면 할수록’. 영화보다 음악을 먼저 알았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아서 어디에 나온 것인가 찾아보니까 <클래식>에 나온 곡이더라. 음반은 팬에게 선물을 받았고, 그 후에 영화도 보게 되었다. 물론 영화도 좋았고 아름다웠지만, 노래는 그냥 음반으로 들을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곡 자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어떤 그림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래서 온전히 노래 자체의 감정에만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꼭 책으로 먼저 읽은 작품을 영화로 보면 아쉬워지는 그런 느낌이었달까.(웃음) 요즘은 일 디보의 새 음반을 많이 듣는다. 배우로서 맡은 역할에 충실히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낸 후에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무래도 편안한 것들이 좋다. 특히 음악은 정신적으로 쉴 수 있게 해주는 곡들을 선호하게 된다.
영화 <원스> O.S.T >김무열
집에 DVD와 CD를 모두 가지고 있다. <원스>가 그렇게 유명해지기 전에 별 생각 없이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 갔다가 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처음으로 산 영화 OST 음반이었다. 우연히 영화를 봤다가 거의 충격을 받았는데 내가 뮤지컬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노래에 주인공들의 감정이 묻어나는 게 굉장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뮤지컬처럼 극 안에 녹아들어 있는 곡들도 있고, 가수인 주인공들이 무대에 서서 마음을 실어서 부르는 곡도 있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그 변화를 따라 가면서 감정적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O.S.T 음반에서는 ‘Say to Me Now’와 ‘Falling Slowly’를 제일 좋아한다. 음악의 어쿠스틱함에 진심으로 반해서 결국 기타까지 사서 열심히 연습을 했다. 솔직히 나만 아는 보석 같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입소문으로 너무 유명해져버려서 묘하게 섭섭하기도 하고 애정이 좀 식기도 했는데 기타 때문에 다시 음악에 집중하게 됐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대기실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Falling Slowly’를 하도 많이 불러서 같이 있던 여배우들에게 엄청나게 구박을 받았다. 다들 어찌나 싫어하던지… 기타만 잡으면 ‘Falling Slowly’를 부르니까 듣는 입장에서는 지겨웠나보다. 하핫.
에디뜨 삐아프 Les 100 Plus Belles Chansons D`Edith Piaf >김호영
평소에 음악 앨범을 즐겨듣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연극 <피아프>를 준비하면서 에디뜨 삐아프의 음악 100곡을 한데 모아놓은 「Les 100 Plus Belles Chansons D`Edith Piaf」를 듣게 됐다. 그동안 뮤지컬 <빠담 빠담 빠담>이나 영화 <라 비앙 로즈> 등으로 그녀의 삶과 노래들을 익히 접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음악에 집중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에디뜨 삐아프의 허스키한 음색이 매력적인데, 불어권에서 그녀처럼 거친 목소리로 노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불우한 시절 거리에서 소음에 묻히지 않도록 노래하다보니 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게 됐단다. 그녀의 삶을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게 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노래 한 곡 한 곡이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진정 가슴으로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많이들 알고 있는 ‘사랑의 찬가’는, 에디뜨 삐아프를 만나기 위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오다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 마르셀 세르당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에디뜨 삐아프는그의 소식을 듣고 방문을 닫은 지 4일째 되는 날 삭발하고 나와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당시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저미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