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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당신을 향한 천 번째 고백 `I Love You!` [No.75]

글 |김영주 2010-01-05 5,438

 


 

 

 

 

 

 

 

 

 

 

 

 

귤이 회수를 넘어와서 한라봉이 되었다는 칭찬이 지나치지 않은 <아이 러브 유>가 12월 4일 마침내 1000회 공연을 맞는다. 2004년 11월 23일 연강홀에서 막을 올린 이래 라이선스 뮤지컬의 새로운 전범을 제시한 이 작품은 뮤지컬계 간판 스타들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발랄한 신예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거나, TV 출신 배우가 꼬리표를 완전히 떼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소득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우리 관객이 뼛속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을 재창조해낼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놈의 사랑 때문에, 웃다가 울다가 다시 웃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재기발랄하면서 진솔하게 그려진 <아이 러브 유>를 거쳐 간 배우들이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장면에 대해 고백했다.

 

배우 캐스트 (여자1, 여자2, 남자1. 남자2 순)


시즌1) 2004.11.23-2005.6.30

1차_오나라, 이정화, 정성화, 남경주
2차_오나라/방주란, 최정원, 정성화/문성혁, 남경주
3차_오나라/백주희, 이정화/최정원, 정성화/문성혁, 남경주

시즌2) 2005.10.29-2006.6.18

1차_오나라/백주희, 이정화, 정성화/정상훈, 남경주
2차_백주희, 양꽃님, 정성화/정상훈, 남경주
3차_백주희, 양꽃님, 정성화/정상훈, 남경주

시즌3) 2006.9.23-2007.3.4

1차(동숭홀)_방진의, 김경선, 김재만/김태한, 선우/이건명
2차(코엑스)_방진의, 김경선, 김태한, 선우/정상훈

시즌4) 2009.3.6-2009.9.13


백주희/전나혜, 양꽃님/한애리, 선우/고세원, 남경주

시즌5) 2009.12.4-2010.3.28

이민아, 김영주, 전재홍, 정수한

 

 

최정원
나와 함께 ‘뮤지컬계의 최불암, 김혜자’라는 이야기를 듣는 남경주 씨와 함께 호흡을 맞춰서 하다보니 더 재밌었던 장면이 있다. 공연 막바지에 나오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두 노인의 로맨스인데 이번에 1000회 기념 카메오 출연 때도 그 신을 보여 드릴 예정이다. 경주 오빠가 나이가 들면 정말 장례식장에 와서 그렇게 작업을 할 것 같아서 연습 때 정말 많이 웃었다. 한진섭 감독님이 보면서 “뭘 할 필요가 없다. 노인처럼 보이려고 목소리 꾸밀 것도 없다”고 할 정도였다. 경주 오빠와 내가 같이 등장하는 첫 번째 신, ‘너무 바빠서’에서도 우린 정말 찰떡궁합이었다. 첫 신과 마지막 신에서 호흡이 특히 잘 맞았던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은 타이밍과 템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똑같은 대사를 어떤 타이밍에 어떤 템포로 하느냐에 따라 객석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경주 오빠와 할 때 정말 최고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남경주
초연할 때는 몰랐는데 최근에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이 참 좋다.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니까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그리고 주어진 상황 모두가 내게 사실적으로 와닿는다. 실제로 체험을 하고 보니까 예전에는 딱히 내 옷 같지는 않았던 장면들이 요즘에는 착 달라붙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하달까. 그 장면을 연기 할 때는 정말로 아내나 아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실제로 아기가 생기면 조심해야 할 것이 그렇게 많냐고? 아기는 하루 24시간 중 2/3는 자야 한다고 해서 밤에 들어갈 때는 깰까봐 초인종도 못 누르고 전화를 건다. 들어갈 때 뚜벅뚜벅 소리도 안 나게 조심해야 하는 걸 경험하면서 ‘극 중 상황이 정말 그렇구나!’ 하고 알게 됐다. 마지막에 인형을 들고 혼자 노래하는 장면에서 우리 딸 고은이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오나라
여자2 역할을 하면서 제일 매력적인 장면은 비디오 신이었다. 어린 나이에 40대 이혼녀 역할을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려웠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마음에 많이 남는 장면이 되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이가 많아져서 다시 한다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에는 몰랐던 걸 알게 된 게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거냐고? 음, 요즘 주위에 ‘돌아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 고민을 들어주고 옆에서 지켜보다보니 그 마음에 대해 좀 알겠더라. 나를 대입해보기도 하면서 느낀 것들이 많아서 지금 다시 한다면 옛날보다 좀더 깊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명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장례식에서 연애하는 장면이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이었다. 나의 실제 경험을 상기시켰던 장면은 단연 극장 데이트 신! 사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나이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를 신조로 간직했던 사람이다. 남자가 남들 앞에서 우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슬픈 영화는 심야 상영 때  맨 뒷자리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맥주 한 캔을  들고 남들이 모르는 눈물을 흘리면서 본 기억들이 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고 남성성이 약해지는 추세라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싸나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했다.(웃음) 여자친구와 영화를 볼 때는 슬픈 영화를 피해서 액션이나 SF를 보자고 고집했는데 지금은 그게 다 쓸데없는 짓이고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안다. 어쨌든 그런 치기어린 젊은 남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서 특히 공감하고 재미있게 연기했던 장면이다.


 

 

 

 

 

 

이정화
들러리 신! 헤어나 분장 컨셉을 결정할 때 내 의견이 많이 반영돼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처음에 다들 쓰지 말라고 반대하는 걸 무릅쓰고 뱅뱅이 안경을 썼다. 매 신마다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신부 들러리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피부에 가깝게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노래의 가사만 보면 그렇게까지 재밌지도 않아서 시각적으로 코믹한 느낌을 잘 살리면 관객들이 더 재밌어 하지 않을까 싶었다. 뱅뱅이 안경도 그렇지만 볼터치를 진하게 하고 입술도 아주 빨갛게 칠했는데 적절한 선택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신은 매력없는 남자와 맞선을 보다가 돌아앉아서 본심을 말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소극장이고 무대가 작아서 배우들의 거리가 가까워도 ‘오버’를 하지 않는 이상 재빨리 돌아앉아서 다른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조금만 과장되어도 한진섭 감독님은 그게 아니라고 하시니까. <아이 러브 유>는 정말 어렵고 힘든 작품이라 다시 하라 그러면 못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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