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땅에서 가르침을 준 앤드루 로이드 웨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본 뮤지컬 <레 미제라블>이 뮤지컬 음악에 매력을 느끼게 했다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뮤지컬 작곡가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레 미제라블>을 봤을 때만 해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별다른 관심도 없었고 잘 몰랐었다. 그즈음에 알게 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역시 아무런 정보 없이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작품이었는데, 록 음악으로 극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나 몇 개 안 되는 테마를 가지고도 이렇게 곡을 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랐었다. 작곡가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걸 알아내고는 그때부터 그의 작품을 다 찾아보면서 정보를 수집해 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오페라의 유령>, <뷰티풀 게임>, <에비타> 등등 그의 작품 대부분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은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작품이다.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했을 때 어렵게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구해서 공연장을 찾았는데 그때가 하필이면 십 년 만에 브로드웨이가 파업을 하고 있을 때였던 거다. 공연이 취소돼서 낙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일주일 후에 다시 공연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로지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 예정에 없던 일정을 늘려서 삼일정도 더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기대가 지나치게 크면 오히려 감동이 덜하다고들 말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은 전 곡을 완전히 외우고 있었는데 그 곡들을 원어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격적이던지. 뮤지컬 일을 시작하기 전이었을 때라, 공연을 보는 내내 ‘나도 뮤지컬 작업을 하게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웨버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내가 맡은 장르의 음악만 잘하면 되지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별로 안 했었는데, 웨버가 그런 갇힌 사고를 깨뜨려줬다. 한 가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해야 하고, 작곡이 타고난 감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해줬고. 5/4 박이나 7/8박 같이 변형된 박자를 많이 사용하는 그의 작곡 스타일에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 변형 박자는 잘못하면 어긋나는 느낌을 줄 수 있고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박자라서 보통 뮤지컬 작곡에서는 잘 안 쓰지만, 웨버는 변형 박자를 응용해 지극히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곡을 만들어 낸다. 상업 예술이라 불리는 뮤지컬에서 대중들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깊이를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웨버는 내게 그런 본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정리_ 배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