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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무대의 관리자, 무대감독 [No.80]

사진 |이맹호 정리| 김유리 2010-06-04 8,790

무대의 관리자, 무대감독 (Stage Manager)
무대에 불이 켜지고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을 컨트롤하는 것은 작가도 연출자도 아닌 무대감독이다. 무대 뒤에서 늘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유령 같은 존재, 하지만 공연을 컨트롤하는 숨은 실세. 무대감독 경력이 10년이 넘은 유석용 감독과 최영길 감독에게 그들의 작업에 대해 듣는다.

 

 

최영길(좌), 유석용(우)

 

 

무대감독 인식의 변화
김유리 기자(이하 김)  어떻게 처음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나?
유석용 감독(이하 유)  대학 때 성악을 전공했고, 오페라 쪽에 관심이 있어서 졸업 후 조연출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이종일 감독님을 만나 그 아래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조감독 일과도 겹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연출 쪽을 고민하다가 이종일 감독님이 무대감독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하셔서 무대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18년 정도 해왔다.
최영길 감독(이하 최)  대학 시절에 연극반 활동을 했다. 신입생 첫 공연 후 내가 가야 할 길이 배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4년 내내 거의 모든 공연에서 무대감독을 했다. 그때 무대감독은 무대장치를 만들고 설치하는 사람이었다. 졸업 후 극단 생활을 하고 있던 연극반 선배를 통해서 공연 일을 시작했고, 무대감독이 어떤 일인지 알아가면서 내게 꼭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직업이 됐다.   
김  학교에서 경험했을 때와 사회에 나왔을 때 무대감독으로서 뭐가 달랐나?
  원서를 통해 스테이지 매니저에 대한 개념은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국내에서 무대감독이란 무대를 감독하는 사람이었다. 기술 파트에 치중된 일들을 많이 했다. 그러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하면서 그때 제대로 책에서 읽었던 스테이지 매니저에 근접한 일을 하게 됐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한국에서 그런 작업 방식이 더 이어지긴 힘들 거라고 했다.
  학교에서 연극을 해서 무대감독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졸업 후에 무대감독에 대해 공부하려고 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관련 책도 원서밖에 없어서 학창 시절에도 안 하던 영어 공부를 해야 했다. 책에서 프리 프로덕션, 연습실 진행, 배우 관리, 안전 관리 같은 생소한 것들을 접했다. ‘이거 재밌네.’ 하면서 봤던 것 같다. 스물아홉에 예술의전당 무대감독으로 들어가 4년 근무하면서 극장 운영, 공연 운영, 커뮤니케이션 방법,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다. 막상 책에서 본 것들을 시도하려 했을 때 기존의 방법에 익숙한 선배님들하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극장을 나와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때까지 공부했던 것들을 좀 더 넓혀왔다. <오페라의 유령>은 해외 스태프들이 라이선스 프로덕션에 참여했기 때문에, 유감독이 참 부러웠다. 프로덕션 운영 방식들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만 보던 것들이니까.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 무대감독을 선발한다는 소식에 당시 소속해 있던 SMG와 <오페라의 유령> 제작 대행사와 연결이 되어서 인터뷰를 볼 기회가 생겼다. 영문 프로필을 가지고 카스 존이라는 총 제작 책임자와 인터뷰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첫 번째 선발 기준이 악보를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 성악을 전공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나도 그때 악보 볼 줄 알았다고. (일동 웃음)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받아들이려고 했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PSM(Production Stage Manager)이라는 게 없었다. <오페라의 유령> 이후 7~8년 사이 라이선스 작품이 많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 스타일의 스테이지 매니저도 생기는 거 같다. 이제 우리가 그런 경험도 해봤고, 우리 스타일을 만들어볼 나이도 된 것 같다.

 

통제자 VS 조율자
김  무대감독은 무대의 전권을 가진 사람과, 무대의 모든 면이 잘 맞춰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조력자라는 두 가지 얼굴이 있는 것 같다.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고, 함께 필요하다. 이중 내가 좀 더 지향하는 바는 조력자다. 우리 일은 각 파트에 있는 사람들을 교통 정리 해주는 일이다. 그래서 모두 우리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고, 우리도 각 파트별 사람들이 있어야 운영을 할 수 있다. 그게 꼭 권위를 가진다기보다는 역할에 따른 자연스러운 의무 같은 것이다. 어떤 분은 수직형 피라미드 구조로 일하시는 분도 있고, 수평적인 방법으로 일하시는 분도 있다. 일하는 방식은 다 다르지만 목적지는 결국 같다. 
  무대에서 전권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유감독은 ‘권위’라는 의미로 설명했지만, 나는 ‘컨트롤’의 개념이라고 본다. 무대감독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사람이다. 소속된 구성원들 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과, 무대에서 컨트롤하는 것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무대감독의 최종 목표는, 그 방법이 다를지라도 안전하고 안정된 공연의 운영이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점들과 공연의 안정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해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획자, 제작 팀, 연출자, 조명 및 음향 디자이너 등 각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거다. 프리 프로덕션 때 연습실에서 하는 작업들도 궁극적인 목표는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컨트롤 타워와 윤활유 역할이라는 게 결국은 하나다.
  쉽게 생각하면 총대 매는 거다. 무대감독은 위험한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는 책임을 맡기 때문에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크루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공연이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 크루들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창작자들은 음향이면 음향, 조명이면 조명, 의상이면 의상만 신경 쓰면 된다. 무대감독은 음향 쪽으로도 생각을 해보고, 조명 쪽이나 무대 쪽으로도 생각을 해보고 또 안전도 신경 써야 한다.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김  무대의 구석구석을 다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인지 무대감독님들은 예민하고 깐깐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최  사실 너무 집중하면 표정이 무표정해지긴 한다.(웃음) 그런데 무대감독이 깐깐하면 실격이다. 무대감독의 제1 덕목은 스마일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웃어야 한다. 무대감독이 심각해지면 그건 상황이 정말 심각한 거다. 프로덕션의 중심에서 모든 파트의 통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감독이 경직되어 있으면 프로덕션 전체가 경직된다. 옛날에는 공연 문화 자체가 지금보다는 덜 성숙해서 스태프들의 공연 이해도나 기반 지식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그땐 군기를 잡아야 컨트롤이 됐지만, 지금은 스태프나 크루들이 공부나 준비를 많이 하고 오기 때문에 무대감독이 그들을 믿고 웃지 않으면 공연 진행이 안 된다. 
  10여 년 전과 비교한다면 달라진 부분이 그런 점인가?
최  요즘 무대감독들은 다스리는 사람보다는 서포트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사실 그때는 지금 개념의 스테이지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못했다. 오로지 무대를 감독하는 사람이라는 게 더 맞다. 그때는 ‘무대감독’이었고, 지금은 ‘스테이지 매니저’ 라는 게 차이이다. 그때는 말 그대로 ‘무대를 감독하는 사람’이었고, 지금은 ‘스테이지’를 ‘매니지먼트’ 하는 사람이라는 게 다른 점이다.
  쉽게 말하면 그때는 다른 팀한테 어떤 이야기를 하면, ‘니네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했다.
  그럼 현재의 스테이지 매니저 개념은 과거엔 누구의 몫이었나?
유, 최  연출이 했다.
  무대감독은 매니지먼트 파트 즉, 관리를 하는 사람이고, 연출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최고의 경지에 올라도 매니저이지, 예술 하는 사람이 아니다. 창작자는 창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단 우선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좀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창작자는 그 창작자만의 라이선스가 있다. 우린 ‘이 작품은 내 거다’ 하는 건 없다. 관리자일 뿐이다. 프로덕션하고 계약을 하면 그 기간에 최고의 공연이 되도록 충실히 관리해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지점에 계획을 세워 둬야 연출자나 창작자들이 떠나도 그것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 10여 년 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런 역할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본다.

 

 

 

 

 

 

 

 

 

 

 

 

 

 

 

 

 

 

 

 

 

 

 

 

무대감독의 역할
김  연습 기간에 무대감독은 어떤 일을 하나?
유  각 프로덕션마다 차이가 있다. 일단, 예전엔 연습장에 무대감독이 처음부터 들어가는 게 안 됐다. 프로덕션이나 연출부에서도 원치 않았고,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든 것들이 그럴 여건이 안 되어 있기도 했다. <오페라의 유령> 이후로는 연습실에도 자주 가기 위해 컴퍼니나 프로덕션에 요구하기도 한다. 
  예전엔 연출가나 안무가들이 ‘아니, 연습도 다 안 됐는데 왜 벌써부터 왔냐’고 달가워하지 않았다.(웃음)
  무대에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을 했던 건가?
  그렇다. 모든 걸 정리해서 줄 테니, 다 만들어지면 와서 진행하라는 시스템이었다. 당시엔 큰 프로덕션의 경우, 무대감독, 조감독 둘이 있고, 보통의 경우에는 무대감독 혼자서 다한다. 대신 연출부는 4~5명으로 많다. 예전엔 연습 스케줄 의논하고, 연락도 하고, 소품도 만들고, 마킹도 하고, 전환도 해주고 이런 것들을 연출부들이 했다. 그런데 이게 다 원래는 스테이지 매니지먼트 파트에서 해줘야 하는 거다. 연습 첫 날 연출과 안무가와 음악감독이 배우들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 외에는 스테이지 매니저의 몫으로 되어 있다. 그게 스테이지 매니저가 연습 동안 하는 일이다. 거기에 컴퍼니 매니저가 같이 상의해서 결정을 짓지만, 주로 연습을 미리 준비하는 작업을 스테이지 매니저가 한다. 내 경우엔 이렇게 한다.
  무대감독 입장에서 보면, 배우들 연습이 충분히 안 되어 있다면, 그건 내가 공연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런 면에서 연습실에서 연습이 충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것도 무대감독의 일이다. 그리고 스태프 쪽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무대나 조명디자이너들이 부딪친다고 했을 때 이것들을 연습 기간에 해결하지 못하면 무대 현장에서 트러블이 생기게 된다. 이것도 공연을 진행하는 데 방해 요소인 거다.
  각 스태프 팀마다 특징이 있나?
  스테이지 매니저는 모든 파트를 책임지다 보니 오지랖이 넓다. 술, 담배, 이야기에 끼어들기 좋아하고, 그게 성격이다. 조명 팀이 말이 좀 많고.(웃음)
  아우- 많다. 그래야지만 그 일을 하나 보다. 대표적인 조명감독님은 대부분 말이 많다.
  음향은 다 허리가 안 좋고.
  맞아, 그리고 대부분 술 안 마시는 깔끔쟁이들이다.
  담배들은 다 피우는 거 같다. 분장 팀들은 뒷소문에 훤하고.(웃음)

 

더 나은 공연을 위해
  일할 때 트러블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팀을 들자면?
  홍보 팀. 어딜 가나 홍보 팀 하고는 트러블이 생긴다.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크리에이터들이 정해진 연습 시간에 계획된 걸 못하면 다시 스케줄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 시간을 건드리는 걸 싫어한다. 홍보 팀들은 어떻게든 홍보를 해야지만 흥행에 도움이 되니까 치고 들어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처음엔 20분 동안 진행하기로 했는데, 40분이 되어 버리면 그 시간 동안에 다른 배우, 스태프들은 넋 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이게 조금씩 조금씩 쌓이면 문제가 된다. 공연장에 들어갈 때 프로덕션 미팅을 하는데 주로 홍보에 관련된 안건이다. 프로듀서나 제작 매니저가 함께 있는데, 홍보 팀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나는 “안 된다. 다만 프로듀서가 사활을 걸고 진행하라고 하면 하겠다. 하지만, 내가 결정하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프로듀서가 ‘하겠다’ 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다.
내가 겪은 가장 황당한 경우는, 리허설을 하려고 보니 객석에 사람들이 200~300명이 앉아 있었다. 근데, 스태프들은 아무도 모르더라. 알고 보니 홍보 팀에서 “오늘 리허설 오픈하기로 했다”고 하는 거였다.
  그건 좀 심각하다. 너무 심한 케이스 아냐?
  아니, 난 그런 걸 몇 번 당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정말 황당하다.
김  그럴 땐 어떻게 하나?
최  그 200~300명은 오픈한다고 알고 온 건데, 보낼 순 없으니 정리를 해야 한다. 사실 리허설을 한다는 건 속옷만 입고 발가벗고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창피한 건데 잘 모른다.
  그건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연출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건 무대 쪽뿐 아니라 연출부에서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아무리 홍보를 해야 관객이 든다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면 홍보 효과가 있겠는가. 10여 년쯤 전에는 방송국 협찬이 들어오면 방송국에서 전체를 다 찍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2~3일 후, 50~60분을 설명까지 곁들여서 다 보여줬다. 그러면 관객이 왜 보러 오겠나. 그거 보면 끝이지. 인터넷 홍보를 위한 프리뷰 이야긴데, 엄밀히 말하면 프리뷰는 사실 완성이 덜 된 것이지 않나. 그래서 티켓을 싸게 파는 거고, 혹 실수가 있어도 정식 공연에 앞서 수정, 개선의 여지가 있는 건데, 지금은 그게 점점 정식 공연화 되어가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프리뷰 때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무대 쪽에선 굉장히 큰 부담이다.
김  워낙 다양한 지역에서 공연해 굳이 프리뷰 기간을 만들지 않는 경우는 어떤가?
  각 극장마다 여건은 다 다르다. 배우들이 보는 시선도, 조명기의 각도도 다르고, 작업환경 역시 다르다. 드레스 리허설이 많은 건 좋다. 만약 프로덕션에서 ‘프리뷰를 빼는 대신 드레스 리허설을 더 많이 넣겠다’고 하면 정말 좋은 프로덕션이라고 본다. 그런데 프리뷰를 빼고 공연을 더 많이 하겠다는 것은 좋지 않다.
최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고 왔다’라고는 하나 우리 입장에선 극장이 바뀌면 새로운 작품이다. 세팅이 다 달라진다.
  무대감독이 공연 때 하는 일이 콜링(Calling)인데, 극장이 바뀌면 콜링북이 다 바뀐다. 세트를 거는 바톤 넘버도 다 바뀌고, 극장마다 오토메이션의 속도에 따라 마디 수도 다 바뀐다. 그걸 모두 확인해야 하는데 완전히 새 공연이다. 물론, 50회, 60회 공연하다 보면 자동적으로 빨리 파악이 되지만, 정확하기 위해선 새 공연장에서도 드레스 리허설, 체크 리허설을 해야 한다.
  10여 년 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 여전히 보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많은 프로듀서들이 라이선스는 제대로 형식을 지키면서, 창작 작품은 프로듀서 맘대로 하고 싶어 한다. 솔직히 라이선스의 제작 방식을 따르면 창작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고, 일도 늘어난다. 그런데 성공 확률로 따진다면 라이선스 시스템이 훨씬 높다. 창작 작품 할 때는 옛날처럼 제작 스태프 수, 연습실 수 등을 줄인다. 최소한 700석 이상짜리 극장에서 장기로 공연하는 작품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야 사고가 나도 커버가 되고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예전에 어시스턴트가 없어서 아픈데도 병원엘 가지 못했다. 그때 갔으면 5일이면 나았을 것을 참다 참다 쓰러져서 5주를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때 컴퍼니는 사람 하나 덜 쓰려다가 결과적으로는 더 큰 돈이 들어갔다.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하다. 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동안 배운 선진 시스템을 우리 창작 작품에 적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작품의 퀄리티도 좋아질 거고. 그게 관객에게도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시스템이 전부 맞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들의 장점을 우리의 시스템과 잘 융합시켜 프로덕션에도 도움이 되고, 스태프들이나 배우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았으면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많은 이들이 무대감독에 대해 궁금해 하더라. 무대감독이 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한가?
유  많은 경험. 오지랖이 넓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정립시키지는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중에 실전에서 피부로 와닿을 때 그걸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어랑 악보 보는 거는 배워두는 게 좋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지만,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그게 첫 번째라고 본다. 인성이 좋지 않으면 스테이지 매니저를 할 수가 없다. 그건 어떻게 가르칠 수도 없다.(웃음)
최  거기에 덧붙이자면, 인문학적 지식을 넓혀야 한다. 예술가들하고 같이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어야 한다. 예술가는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손가락만 쳐다볼 수는 없는 거니까.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어야 훌륭한 스테이지 매니저가 되지 않을까. 기술적인 것들은 현장에서 경험으로 다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인성이라든가 인문학적 지식 같은 것들은 본인 스스로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유석용
뮤지컬 | 무대감독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녀와 야수>
              제작감독 <맘마미아>, <아이다>, <시카고>
오페라 | <이도메네오>, <카르멘>, <마적>

 

최영길
뮤지컬 | <하드록 카페>, <이>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호두까기 인형>
발   레 |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1995-1999 예술의전당 무대감독
2001-2003 국립발레단 비상임 무대감독
2002-2004 무대감독 컴퍼니 CenS대표
2005-2008 서울예술단 기술감독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0호 201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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