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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A Memory of April Fools` Day [No.79]

정리| 편집팀 2010-05-11 4,951

A Memory of April Fools` Day

 

“저 사실은…. 장난이에요. 하하. 에, 설마 화내시려는 건 아니죠? 그냥 웃어 넘겨주셔야 해요. 오늘은 만우절이거든요.”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 혹은 않아야 하는 날, 4월 1일 만우절.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안유진
제가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어서 장난 친 기억이 별로 없는데(웃음) 고등학교 때 일이 생각  나네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옆 반에서 다음 수업 시간에 반을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전원 “예!”를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섰죠. 쉬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으니까 빨리 움직여야 했어요. 그런데 하필 옆 반의 다음 수업이 물리 수업이었던 거죠. 물리 선생님은 항상 양복만 입고 다니시는 굉장히 무서운 분이셨거든요. 다들 잔뜩 긴장한 채로 반장의 “차렷, 경례” 소리에 맞춰 인사를 했는데 (요즘에도 수업 전에 이런 걸 하는지 모르겠네요), 전혀 눈치 채지 못하셨어요.(웃음) 애들이 계속 킥킥거리면서 웃으니까 수업을 마칠 때가 돼서야 도대체 왜 웃는 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상황을 알고 나신 후, 민망하기도 하고 선생님도 재밌으셨는지 그냥 웃어 넘겨주셨어요. 물리 선생님이 그렇게 활짝 웃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조휘
만우절에 선생님들을 위한 이벤트가 빠지면 재미없잖아요. 칠판을 등지고 책상 앞에 앉는 건 일상이고, 친구들과 반 바꿔서 수업들은 적도 많았어요. 남녀공학이라 여학생들과 교복 바꿔 입는 것도 해봤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중학교 2학년 때 만우절이에요. 그때 제가 반장이었거든요. 왜 공부 잘하는 반장 말고 운동 잘하고 잘 노는 반장 있잖아요. 게다가 말썽쟁이인…. 덕분에 전교에서 저를 모르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어요. 좀 더 특별한 만우절을 보낼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결국엔 2학년 12개 반 학생 전부를 운동장으로 불러내 버렸죠. 쉬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만우절 행사 치고는 그 규모가 너무 컸던 탓에 정말 많이 혼났어요. 하마터면 정학을 당할 뻔했다니까요. 덕분에 그 후로 저의 만우절 이벤트는 막을 내렸답니다.

 

방진의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매우 순수한 문학 선생님이셨어요. 수업 시간에는 시도 자주 읽어주셨죠. 근데 문제는 노총각이었다는 거예요. 만우절 아침에 선생님 얼굴을 보는 순간 장난을 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 저희 엄마가 중매를 서주시려고 하는데…” 하며 거짓말을 시작했어요. 사실 전 선생님이 제 얘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실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저녁 보충수업 시간 즈음에 저를 부르시더니 “어머님이 곤란해지시지 않을까?” 하시지 않겠어요?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선생님 얼굴이 얼마나 붉어졌는지…. 덕분에 제대로 찍혔죠 뭐.(웃음) 하지만 그때 그 사건 덕분에 선생님이 인문계인데도 불구하고 연극영화과 원서를 잘 써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배승길
대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맞았던 만우절, 정말 크게 혼난 기억이 있다. 선배와 동기 열 명이 섞여서 듣는 연기 수업 시간에 신입생으로 연극부장을 맡았는데, 만우절 전날 교수님께서 ‘내일 휴강 공지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난 다음 날이 만우절인지 모르고 전체 문자를 보냈다. “내일 연기 수업 휴강입니다.” 모두 “응, 알았어!”라고 답변을 보내주었다. 다음 날, 모처럼 아침 수업이 휴강되어 단잠을 자고 있던 난,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나를 제외한 아홉 명 모두가 내가 보냈던 문자가 만우절 문자인 줄 알고 수업에 갔다가, 강의실이 잠긴 걸 보고 그제야 진짜 휴강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왜 진짜 휴강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진짜를 진짜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죄로 그날, 신입생 배승길은 많이 혼이 났다. 흑흑.

 

박정표
제대하고 복학해서 맞은 첫 번째 만우절이었어요. 학교 워크숍 공연 연출을 맡았는데, 멤버 중 한 놈이 만우절에 생일이더라고요. 애들끼리 재밌자고 몰래 카메라처럼 그 친구를 속일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이벤트를 준비하던 두 놈이 진짜 싸움이 난 거예요. 서로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는데, 이야기를 하다 선을 넘어서 “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거지” 이렇게 된 거죠. 결국 남자 두 놈이 울기까지 했어요. 두 사람 기분을 풀어주려고 연습실에 모여서 술을 마셨어요. 그러다 술이 떨어져서 제가 술을 사러 가는데 술도 별로 안 마셨고 슈퍼가 학교 바로 앞에 있어서 괜찮을 줄 알고 차를 몰고 나갔거든요. 그런데 음주단속에 걸린 거죠. 벌금이 백 몇 십만 원! 애들이 돈을 모아 보태줬는데 턱없이 부족했어요. 결국 아버지한테 귓방망이 한대 얻어맞았죠 뭐. 만우절 한번 재밌게 보내려고 했다가 엄청 고생했던 슬픈 기억이에요. 아, 갑자기 또 슬퍼지네요.(웃음)

 

 

주원
작년 <그리스> 공연 때였어요. 만우절 날 ‘케니키’ 역의 손모 승현 배우님께서 통 깁스를 하고 나타난 거죠. ‘헉! 원 캐스트인데, 어떡해!’의 반응이었어야 하는데, 사실 저흰 알고 있었거든요. 승현 형이 빈스 역의 (김)형기 형한테 ‘만우절이라 나 깁스하고 갈 테니 분위기 좀 잡아 놔’라고 귀띔을 해준 걸 장난꾸러기 형기 형이 오히려 승현 형을 속여보자며 반전의 드라마를 주도한 거였어요. 스태프 포함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심한 척 ‘어, 형. 다쳤어? 어떡하냐. 딴 사람 세워야겠네. 새로운 사람이 서면 공연 분위기도 업 되고, 좋네’ 라며 공연 전까지 형을 집에 보내려는 분위기였죠. 형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어요. 공연 한 시간 전에야 저희가 ‘에이, 형. 우리 다 알고 있었어!’라고 밝히니, 궁시렁거리며 혼자 깁스를 북북 뜯더라고요. 하하.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9호 201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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