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 관람객의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다. 40대 이상의 중년들이 왜 뮤지컬을 보지 않고, 또 어떤 경우라면 기꺼이 관람할 의사를 갖게 될까. <더뮤지컬> 독자들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기에 이 결과가 중년층 전체의 관람 경향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뮤지컬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이들의 부모님이라면 어느 정도 뮤지컬에 대한 인식은 갖고 계실 터이다. 뮤지컬 마니아인 아들, 딸을 둔 중년층들은 뮤지컬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설문 대상 | <더뮤지컬> 독자
설문 방법 | <더뮤지컬> 블로그(blog.naver.com/themusicalp)에 덧글 작성
※ Survey 코너에서는 매달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뮤지컬 관련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하고 싶거나 설문 주제를 제안하고 싶은 독자는 avril13@themusical.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5월호 선물 당첨자 | 네이버 블로그 닉네임 쪽비, Dolf, 해피키 (공연 관람권 2매)
1. 부모님이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있는가?
① 없다 14% (12명) → 응답자는 2번 질문으로
② 있다 86% (76명) → A응답자는 3번 질문으로
2. 부모님이 뮤지컬을 관람하지 못한 이유는?
① 부모님이 보기에 적당한 작품이 없어서 0% (0명)
② 뮤지컬 관람 문화에 익숙지 않아서 67% (8명)
③ 티켓 값이 부담스러워서 16.5% (2명)
④ 기타 16.5% (2명)
<더뮤지컬> 독자들에게 부모님의 뮤지컬 관람 경험 유무를 물었다. 아무래도 뮤지컬을 즐겨보는 자녀들을 두었기에 보통의 중년들보다 뮤지컬을 접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응답자의 14%만이 부모님이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들이 뮤지컬을 보지 못한 데는 지방에 거주해 관람 기회가 적거나 공연 관람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유가 컸다. 높은 티켓 가격이나 작품 내용에 대한 흥미를 따져보았을 때 영화나 연극에 비해서도 뮤지컬 관람을 부담스러워했다. 하물며 초대권이 생겼다 하더라도 굳이 보고자 하는 관심과 의지가 없는 분들도 있었다. 극장까지 찾아가는 수고스러움과 소요되는 시간을 따져본다면 무리한 답변도 아니다.
3-1. 부모님이 뮤지컬을 관람한 경로는?
① 부모님이 직접 티켓 구매 10.5% (8명)
② 지인 및 직장, 경품 당첨 등으로 얻은 초대권 10.5% (8명)
③ 응답자 본인이 부모님께 공연 티켓 선물 76% (58명)
④ 기타 3% (2명)
3-2. 부모님이 뮤지컬을 관람한 목적은?
① 양질의 공연 관람 욕구 46% (35명)
②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결혼기념일, 생일 등) 29% (22명)
③ 친구(직장 동료)들과의 단체 관람을 통한 친목 도모 5% (4명)
④ 공짜 초대권에 대한 호기심 3% (2명)
⑤ 기타 17% (13명)
3-3. 부모님의 공연 관람 파트너는?
① 혼자 0% (0명)
② 부부가 함께 24% (18명)
③ 계 모임 및 회사 단체 관람 5% (4명)
④ 딸 또는 아들과 함께 63% (48명)
⑤ 기타 8% (6명)
설문 응답자들이 뮤지컬 애호가라는 점에서 응답자 본인이 선물한 티켓 덕에 부모님이 공연장을 찾았다는 답변이 독보적으로 많았음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부모님께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작품을 선택하고 관람을 권유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이는 평소 뮤지컬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 부모님께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의 역할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부모님들은 흥미로운 공연이 있으면 직접 티켓을 구매하여 관람할 만큼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있기도 했다.
기분 전환이나 데이트 삼아 부부가 함께 공연장을 찾는 경우도 꽤 있었으나, 자녀와 함께 관람했다는 답변이 63%에 이른 것을 보면, 티켓 예매부터 공연장 방문까지 자녀들의 영향이 가장 컸음을 알 수 있다. 엄마와 딸이, 또는 가족 모두가 함께 공연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님의 지갑에서 공연 티켓 값이 나온 경우는 1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자녀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티켓이 있었기에 공연장 나들이가 가능했던 셈이다. 따라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더라도 공짜니까, 초대권을 썩히기가 아까워서, 또는 딸이 가자고 해서 뮤지컬 첫 경험을 하는 것이 우리 부모님들의 일반적인 관람 양상이다.
4. 과거 부모님이 관람 후 가장 만족스러워했던 작품과 가장 실망스러워했던 뮤지컬은?
설문에 응한 독자들은 부모님이 좋아했던 작품으로 <맘마미아>와 <지킬 앤 하이드>, <영웅>, <광화문 연가>, <서편제>, <메노포즈>, <오페라의 유령> 등의 순서대로 꼽아주었다. <맘마미아>가 중년층의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 아바의 곡들로 구성된 뮤지컬 넘버는 중년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흥겨운 분위기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어서 <맘마미아>는 중년층을 포함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로 손꼽힌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최근에 첫선을 보인 <광화문 연가>도 중년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광화문 연가> 역시 작곡가 이영훈의 음악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몫을 했다. <메노포즈>는 갱년기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공감 가는 이야기를 무대화했다는 점에서 어머니들로부터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젊은 관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연장을 자주 찾지 않는 이들이 아니라면 유명하고 많이 알려진 작품에 먼저 관심이 갈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킬 앤 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 같은 작품의 관람 평이 좋았다. 이 작품들은 친숙한 음악과 드라마틱한 전개, 화려한 무대로 중년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더불어 가창력이나 연기력이 훌륭한 배우의 출연은 공연에 대한 만족도를 배가시켰다. <영웅>이나 <서편제> 같은 창작뮤지컬은 한국인이 공감하고 이해할 만한 소재, 인상적인 무대와 음악으로 감동을 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공연으로서 특정 작품에 의견이 집중되지는 않았다. 개인의 취향이나 관람 환경이 작품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기본적으로 완성도가 낮은 작품에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유명한 작품이라는 말만 듣고 보러 갔다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중년층이 공감하기 어려운 소수의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나 도발적인 소재, 무겁고 음침한 내용의 공연도 부모님의 취향이 아니었다. 작품의 내용과 상관없이, 소극장의 객석이 불편했다거나 대극장 객석과 무대 간의 거리가 멀어서 공연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답변에서 부모님께 공연을 추천할 때 공연장 환경을 고려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독자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공연 관람 경험이 적어서 특별히 실망스러웠던 적 없이 뭐든 재밌게 보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어지간히 난해한 공연이 아니라면 어떤 공연이라도 보여드리는 게 부모님께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5. 현재 공연작 및 예정작 중 부모님께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은?
설문에 답한 독자들은 5월에 초연되는 <엄마를 부탁해>, <메노포즈>와 <광화문 연가>에 가장 많은 추천 표를 던졌다. 무난하게 납득되는 결과다. 무대 위에서나 객석에서 엄마들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실 것이다. 뒤이어 <젊음의 행진>과 <천변카바레>가 뽑혔다. 8090 대중가요와 배호의 인기곡을 엮은 공연이기에 중년층이 친숙함을 느끼고 신나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킬 앤 하이드>나 <몬테크리스토>는 극적인 스토리의 TV 드라마에 빠져계신 어머니들도 만족시킬 것 같다는 추천 평.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