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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ssue] 뮤지컬 무대에서의 사고와 그 예방책 [No.90]

글 |김유리 2011-03-15 7,191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 <스파이더맨 : 턴 오프 더 다크(이하 스파이더맨)>에서 발생한 배우 추락 사고로 공연의 안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 국내 뮤지컬 공연에서의 안전 상황을 살펴본다. 

 

 

1990년대 후반부터 <레 미제라블> 같은 대형 해외 투어 팀의 내한 공연이 빈번해지고, 2000년대에 <오페라의 유령>을 효시로 메가 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이 성황을 이루게 되면서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단순했던 공연 무대가 스펙터클을 원하는 제작자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복잡한 기계 시스템으로 점점 바뀌어 왔다. 단순히 드라마의 시공간적 배경으로 존재하던 무대가 마치 영화나 서커스를 볼 때와 같은 시각적 쾌감을 제공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변해간 것이다.


그러나 관객의 판타지가 실현되어 갈수록 무대와 백 스테이지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프리뷰 공연이 상연되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경우, 영화에서 마천루 사이를 누비는 스파이더맨의 플라잉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실감 나게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전작 <라이온 킹>에서 독특한 시각적 상상력을 성공적으로 무대화한 줄리 테이머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전적으로 큰 기대를 품어왔다. 그러나 프리뷰 공연 내내 공중 장면에서의 기술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진행되었고, 리허설 및 프리뷰 첫날 세 명의 배우가 골절 및 뇌진탕을 입었으며, 프리뷰가 한 달 진행된 이후에도 공중 액션 장면을 연기한 배우가 약 10m 높이에서 와이어 케이블이 끊겨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판타지 구현을 위해 배우가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더불어 무대 안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발생은 순간적이지만 초래하는 결과는 다양하고 치명적이다. 앞서 언급한 <스파이더맨> 같은 무대 추락 사고, 2007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화재 사고처럼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자동화 무대가 작동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공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무대 기술 사고도 있다. 연출이 원하는 바에서 벗어난 경우, 예를 들면 공연 중 배우가 대사를 잊었거나 동선이 어긋난 경우, 그리고 소품 문제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해 무대 위에서의 돌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국내 사고 유형과 원인
두드러지는 무대 기술 관련 사고를 살펴 볼 때, 최근 10년 사이 국내에서는 <스파이더맨>처럼 무대 사고로 사람이 크게 다치는 사례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공연 중단 및 취소가 된 경우는 종종 있었다. 현재 <빌리 엘리어트>와 <아이다>의 무대감독을 맡고 있는 유석용 감독은 최근 무대 안전사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무대 자동화 시스템(오토메이션)’을 꼽는다. 지난 2007년 <맘마미아!>의 메인 무대 장치 오작동 사례나 2009년 <드림걸즈>의 LED 오작동 사례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유석용 감독은 “기계로 인한 문제는 어떤 조짐이나 신호가 없이 에러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언급하며, “그래도 기계의 경우 사고가 나기 전에 ‘에러’ 메시지가 뜨고 ‘정지’되기 때문에 심각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자동 시스템을 수동으로 변환하여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실감 나는 효과를 위해 실제 불이 사용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화재의 위험도 늘 도사리고 있다. 2007년 예술의전당의 오페라 <라 보엠> 공연 중 발생한 화재 사고로 대관 공연들이 잇달아 취소되고 10개월간 휴관 및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갔던 전례 이후 극장 측이나 제작사 측 모두 언제 발생할지 모를 화재 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노트르담 드 파리>같이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형 무대 설비를 배턴에 달아야 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배턴 엉김 현상’도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국내 주요 대극장에 올렸던 방한석 무대감독은 “국내 공연장이 대부분 종합 공연장 시스템이라 무대 위 공간이 여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턴에 이미 음향반사판 등 구조물이 많은 상황에 공연 무대 설비를 몰아서 설치하다 보니 배턴이 엉기는 데다가, 냉난방 기류의 영향으로 공연막이 밀리거나 당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2009년 2막 세트가 전환되는 순간 무대 뒤쪽의 얇은 목재로 된 무대막이 서로 부대껴 그중 하나가 아래로 떨어지며 두 명의 배우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던 <금발이 너무해>의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무대의 전반적인 세트나 운영 기술 면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대개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하고, 예방할 수 있다. 정작 위험한 것은 공연 중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다. <생명의 항해>에서 주연 배우가 암전 속에서 무대를 벗어나다 무대 세트에 부상을 입은 경우나, <햄릿>, <돈 주앙>, <삼총사>처럼 칼을 사용하는 경우 대결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칼이 부러지는 경우, 뛰어내리거나 벽을 타고 오르는 등 역동적인 무대 동선을 사용해야 하는 공연의 경우 1~2초의 머뭇거림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예방과 수습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공연은 공연이 올라가기 전 안전 점검을 받는다. 대관 공연의 경우, 특히 모든 공연이 방염 필증을 받고, 공연 오픈 전 극장의 무대 장비 및 대관 공연의 무대 장비는 모두 전기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공연이 올라간 후엔 무대 스태프가 매일 공연 전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언제든 생각지 못하게 일어나게 마련이라 예방이 최선이긴 하지만 그만큼 수습책도 중요하다.


공연을 위한 리허설 및 공연 중 안전사고로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제작사 및 기술 팀이 마련해두는 수습책은 보험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관계자는 “공연에 관련된 보험으로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상해보험’이 있고, 극장 측에서 가입하는 ‘화재보험’이 있으며, 대중음악 공연에서 종종 발생하는 취소 사태를 위한 ‘공연취소보험’이 있다”고 답하며, “대부분의 제작사는 리허설 기간 및 공연 기간에 보장받을 수 있는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며, 이 보험은 감기 등의 질병을 제외하고 리허설 및 공연 중 스태프와 배우들이 입은 모든 상해에 대해 보상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일 피노키오>, <몬테크리스토> 등 대형 공연의 보험을 진행한 바 있는 LIG 손해보험의 권기춘 과장은 “몇몇 대형 공연을 위주로 공연 전 상해 보험에 가입하며, 춤이 많은 공연이 다른 공연에 비해 보상 진행이 빈번하긴 하지만, 대부분 접질리는 정도의 경미한 부상이 많아 큰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작사 관계자는 “대형 공연의 경우 대부분 보험에 가입해 사고 발생 시 100% 보험 처리로 수습하고, 출연 인원이 적거나 안무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료보다 치료비를 직접 처리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훨씬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프로덕션 규모에 따라 조정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최근 대형 공연을 올리는 제작사는 무대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배우가 다쳤을 때 도의적인 부분에서라도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7년 무대 리허설 중 10m 높이 무대 세트에서 떨어져 발바닥 뼈 탈골로 4개월여의 재활 치료를 받았던 한 배우의 경우나, 2009년 무대 세트가 떨어져 이마와 등을 다쳤던 다른 배우의 경우에도 제작사에서 입원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의료비를 보험을 통해 부담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배우의 일반적인 출연 일정을 적용하거나 이와 관계없이 회당 개런티의 40~100%를 지급한 사례가 있다. 무대 세트 사고를 당했던 해당 배우는 “제작사의 양심에 관련된 문제다. 제작사들은 최근 거의 이러한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에 대한 안전을 배우의 몫으로 넘기는 회사들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의 사고 사례는 뮤지컬 공연 역사와 비례해 무대가 더더욱 스펙터클해지면서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많은 선례가 있었던 만큼 수습하는 주체와 대응이 조금 더 확실한 편이다. 이번 <스파이더맨> 사고의 경우에는 뒤늦게 수습에 나서 성토를 들어야 했지만 결국 배우조합과 함께 무대 스태프 조합, 뉴욕 주 노동관리국, 미국 근로안전·건강관리국이 주도해 수습하고 있다. 특히 이 단체들 중에서 두드러지는 조직은 배우·스태프 조합이다. 이 조직은 조합에 소속된 배우나 스태프를 대표해 표준 계약서상의 조항을 살펴보고, 이들에게 위험이 가해질 수 있는 모든 조건에 대해 사전 검토를 거쳐 배우나 스태프가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조정, 조율하는 단체다(본지 89호 ‘Oh! Broadway’ 참고). 이 단체의 담당자는 상당 시간을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머물며 점검을 거듭한다. 이러한 점검자가 나서기 때문에라도 연출가, 디자이너, 프로듀서들과의 협의를 통해 배우와 스태프의 안전이 확보되는 셈이다. 이것은 1999년 <아이다>의 시카고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배우의 안전을 고려하여 해당 장면을 삭제한 예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연프로듀서협회는 있지만 뮤지컬 배우나 스태프를 위한 조합이나 협회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국내 실정 상 이러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전무하다. 그나마 2006년 발족한 한국뮤지컬협회가 있지만 이곳 역시 제작자 중심으로 꾸려진 곳으로 아카데미 및 페스티벌 등 교육 및 행사 운영, 공연 제작을 위주로 활동해왔고, 향후 사업으로 제시한 공연 인력의 안전에 대한 내용 역시 ‘상해보험 보장’의 단계이다.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많지 않았고(또는 알려지지 않았고), 알려진 사고도 기술 사고가 대부분이다 보니 관계자 중 많은 수가 배우나 스태프 등에 대한 사전 예방책과 사후 수습책에 대해서는 ‘예방과 보험이 최선’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형 작품의 경우 안전사고에 대한 매뉴얼이 오랜 공연 기간에 걸쳐 구축된 라이선스 작품이 주로 공연되고, 창작 공연은 스펙터클한 시각 효과보다는 스토리와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중소극장 규모로 공연되어 오다 보니 노출된 위험 요소에 대해 그리 심각히 생각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스펙터클한 해외 공연이 많이 들어와 관객의 기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2~3년 전부터 대형  창작뮤지컬도 해외 공연만큼 규모나 비용이 대형화되고, 해외 스태프와 배우와의 협업으로 글로벌화되면서 해외 공연만큼의 역동적 표현과 효과는 높아진 데 반해, 사고 수습 방안과 안전 의식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파이더맨> 사고로 인해 국내 공연계에도 뒤늦게나마 안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안전이 있어야 참여하고 있는 배우, 스태프, 제작진뿐 아니라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있다”는 한 스태프의 말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공연별 대비책
2000년대 이후 제작되거나 소개된 공연의 경우 극적 판타지를 실현하면서 관객에게 볼거리도 제공할 수 있는 효과들이 다양하게 선보여지고 있다. 국내에서 공연되었거나 공연 중인 작품 중 아찔한 장면과 이 장면에 대한 대비책을 알아보았다.   


지난 1월 공연했던 <삼총사>나 그전에 공연되었던 <햄릿>, <돈 주앙> 그리고 <몬테크리스토>처럼 남성들의 결투 장면이 있는 시대극의 경우, 점점 실제 검을 사용하는 경향을 띤다. 날은 무디지만 칼은 칼인지라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결투의 동선은 안무가에 의해 특별히 정리되며, 끊임없는 연습으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공연 중 결투에서 종종 발생하는 칼자루와 칼의 분리나 상대 배우 상해에 대비하여 무대감독, 소품 팀은 칼자루와 칼의 접합 부분과 날을 상시 점검한다. 


현재 공연 중인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 실제 불이 2번 등장한다. 1막에서 하이드가 주교를 죽이는 장면과 실험실 화재 신이다. 이 장면을 위한 가스관이 있는데, 공연 45분 전 가스 밸브가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불이 잘 붙는지, 불씨가 제대로 올라가는지를 확인한다. 이 장면을 위해 공연 전 화재 검증 필증을 받는 것은 물론 의상은 모두 방염 처리를 한다. 또한, 불이 다른 곳에 붙을 것을 대비하여 무대 옆 소대에 소화기를 상비해 두고 공연을 진행한다.   


최근 막을 내린 <빌리 엘리어트>에서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가 한 무대에서 춤을 선보이는 ‘드림 발레’ 장면에는 3분 정도 어린 빌리의 ‘플라잉’ 장면이 진행된다. 어른 빌리의 손을 떠나 빌리가 8m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할 때 관객들은 행여 빌리가 떨어질까 손에 땀을 쥔다. 이 순간 플라잉을 하고 있는 배우, 무대 위 배우와 무대 스태프는 모두 연기처럼 보이는 은근한 수신호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그 상황을 서로 조정한다. 아이들의 등장이 많은 작품인 만큼 안전이 최우선이라 기계 오작동이나 심한 회전, 와이어의 텐션 등에 대비한 가이드라인을 출연자와 스태프가 모두 숙지하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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