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뮤지컬> 1월 호에서 2011년 뮤지컬 라인업을 소개했다. 인기 작품들의 재공연 계획은 과거에 관람할 기회를 놓친 관객들에게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는 기쁨을 주긴 하지만, 역시 기대되는 것은 재연 작품보다 초연 작품이다. 한국 무대에 오르길 기다렸던 외국 뮤지컬과 국내에서 기획된 창작뮤지컬 몇 편이 2011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야심 찬 태동을 하고 있다. 그중 어떤 작품이 관객들의 기대를 얻고 있는지 올해의 인기작을 점쳐 본다.
설문 대상 | <더뮤지컬>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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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궁전과 미국 가정의 대결 <엘리자벳> vs <넥스트 투 노멀>
2011년 라이선스 신작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엘리자벳>과 <넥스트 투 노멀> 두 작품으로 집중되었다. 1992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하여 독일어권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황후였던 엘리자베트의 삶과 죽음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 영미권뿐만 아니라 유럽 뮤지컬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많은 뮤지컬 팬들이 이미 공연 실황 DVD와 OST를 통해 이 작품의 진가를 확인했다. 지난해에 <엘리자벳>의 창작 콤비인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또 다른 작품인 <모차르트!>가 국내 무대에 오르자 <엘리자벳>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게다가 폭발력 있는 캐스팅 무기를 장착한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에서 일부 뮤지컬 넘버가 공연된 후, <엘리자벳>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뮤지컬 콘서트는 <엘리자벳>을 처음 접한 관객들에게 깊은 첫인상을 남겼고, 콘서트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각자의 배역에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엘리자베트 역할로 신영숙과 차지연, 정선아, 최현주 등이 독자들의 지지를 얻었고, 그녀의 곁을 맴도는 ‘죽음’ 역할로는 류정한과 김준현, 양준모가 꼽혔다. 박은태와 전동석은 콘서트에서 연기했던 대로 루케니와 루돌프에 적역이라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DVD와 OST로 현지 공연 실황을 접한 관객들은 웅장한 음악을 소화해낸 앙상블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며, 국내 무대에서도 존재감 있는 앙상블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넥스트 투 노멀>은 2008년에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이듬해 토니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까지 입소문이 퍼졌다. 작품에 대한 호기심은 OST와 영상 자료를 보고 듣거나 현지 관람으로까지 이어졌고, 최근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팬들은 이미 <넥스트 투 노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습득한 상태이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뮤지컬 소재로는 조금 낯설고 우울한 느낌을 주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내어 한국 관객들도 만족하리라고 독자들은 평했다. 흥미로운 캐릭터, 드라마를 훌륭하게 뒷받침하는 뮤지컬 넘버와 무대 디자인도 <넥스트 투 노멀>의 국내 입성을 반기게 하는 요소이다. 독자들이 <넥스트 투 노멀>을 기대하는 만큼 가상 캐스팅에 대한 열의도 높았다. 이 작품의 중심에 있는, 신경질적이면서도 다정한 어머니 역할로는 김선영과 최정원, 최근 TV에서 큰 활약을 했던 박칼린 음악감독의 이름이 많이 언급되었다. 아버지 댄은 서범석과 성기윤, 유준상 등이, 딸 나탈리는 김유영, 정선아, 조정은, 임혜영 등이 어울린다는 의견이 있었다. 악하면서도 여린 면을 동시에 지닌 아들 가브리엘 역할은 주원, 홍광호, 강하늘, 김무열, 조정석 등이 두루 지지를 얻었다.
춘추 전국 시대가 예상되는 창작뮤지컬
2011년을 장식할 창작뮤지컬 중 상반기에 무대에 오를 <천국의 눈물>과 <광화문 연가>를 제외하면, 영화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김준수와 브로드웨이 배우 브래드 리틀을 위시로 한 <천국의 눈물>과 얼마 전 윤도현, 송창의, 김무열 등이 출연한다고 발표한 <광화문 연가>는 캐스팅만으로도 이미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상반기 이후에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일 창작뮤지컬들은 다른 장르에서 이미 인기를 확인한 콘텐츠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간의 무비컬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관객들의 흥을 돋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원작에 쏟았던 애정을 생각해서, 또는 원작의 재미를 고려해 기대작을 뽑아주었는데, 순위를 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남이시네요>와 <엄마를 부탁해>, <과속 스캔들>이 두루두루 표를 나눠가졌다.
<미남이시네요>는 남장 여자 캐릭터가 인기 남성 밴드에 영입된다는 설정과 드라마 속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가볍고 재밌는 극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된다. 뮤지컬 <미남이시네요>의 창작진으로 알려진 이희준 작가와 김운기 연출에 대한 기대도 더해졌다. 장근석, 정용화, 이홍기, 박신혜 등이 드라마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뮤지컬 팬으로서도 그들에 버금가는 배우 선정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드라마 속 스타들이 그대로 뮤지컬에 출연해주면 좋으련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인지한 상태에서 주원, 강하늘, 지창욱, 김지우 등 몇몇 배우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하지만 오디션을 통해 젊고 실력 있는 신인 배우가 선발되기를 바라거나 아이돌 출연을 조심스럽게제안하며 가상 캐스팅에 난색을 표했다.
소설에서 연극으로, 또 뮤지컬로 변신하는 <엄마를 부탁해>는 원작 소설의 힘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가정의 달 5월, 박정자와 차지연이 모녀를 맡아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독자 설문 결과에서 전해졌다.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과속 스캔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라디오 방송 스튜디오와 가요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점, 남녀 주인공이 노래를 즐겨한다는 점 등에서 뮤지컬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낳았다. 영화가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는 데서 유쾌한 뮤지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현수 역할은 오만석이, 황정남 역할은 김유영과 선민, 최유하 등이 적역으로 꼽혔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9호 2011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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