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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획-3] 록과 뮤지컬에 대한 `록록`한 수다 [No.89]

진행 및 정리 | 김영주, 김유리 2011-02-07 5,172

‘록’을 음악의 장르를 나타내는 명사로 인식하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록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입을 맞춰 ‘와, 그거 ‘록’하네! 제대로 ‘록’한데!’라고  맞장구치는 뮤지컬계 내추럴 본 록커 세 명을 만나 록과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헤드윅>, <펌프 보이즈>, <즐거운 인생>의 음악감독 이준, 록커이자 뮤지컬 배우, 그리고 지난해 <치어걸을 찾아서>로 제작, 연출, 주연을 도맡은 배우 송용진, 역시 롱런하고 있는 <오디션>의 제작, 연출에 주연까지 담당하고 있는 연출가 박용전이 그들이다.    

 

 

 

 

 

 

 

 

 

 

 

 

 

 

각자 록 뮤지컬에 대한 정의를 말해 달라. 그리고 록은 무엇인가.
이준 
록 음악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록 음악은 말 그대로 돌이 굴러가는 듯한 굉음의 사운드를 표방하고, 기타의 디스트 사운드나 드럼이 강조된 음악이다.
박용전  내가 생각하는 록은 밴드를 하는 형태 안에서 함께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의 화학 작용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독립적인 정신도 담겨 있는.
송용진  벡이나 비요크처럼 특이한 뮤지션도 있지만, 록은 기본적으로 드럼, 기타, 베이스가 주축을 이루는 밴드의 음악이다. 여기에 스피릿이 있느냐 없느냐가 록 밴드인지 그냥 밴드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스피릿은 흉내 낸다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밴드 멤버들, 작곡가와 연주자에게 스피릿이 있어야 스타일이 나오고, 밴드로서의 모습들, 행동들이 나온다. 진짜가 아니라 흉내를 내는 사람은 록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에겐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구분이 된다.

 


록에서 출발을 한 입장에서 처음 뮤지컬에 입문했을 때, 록과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충돌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송용진
  실제로 록 밴드를 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의 입장에서 처음에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꼈다.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과 스티븐 트래스크가 처음 만나 합주를 하던 때에도 뮤지컬 배우 출신인 미첼이 ‘파이브, 식스, 세븐, 에이트’라고 무용 카운트를 외쳐서 모두 놀랐다는 일화도 있지 않나. 난 ‘룩’에 대한 문화적 충격이 컸다. 1999년 <록 햄릿> 오디션을 처음 보러 갔는데, 당시는 오디션 복장이라는 걸 몰라서 평소처럼 가죽 바지에 웨스턴 부츠를 신고 장발을 휘날리며 갔다. 연습장 문을 여니 남자들이 모두 무용복 입고 헤어밴드하고 있더라. 하하.
이준  나는 사운드적인 면에서 많이 느꼈다. 국내 뮤지컬 제작자나 일반 관객은 가사를 대사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에 가사가 잘 들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다. 그래서 사운드를 보컬 위주로 두고 밴드 사운드를 자꾸 줄이는 경향이 있다. 2005년에 참여했던 <맘마미아> 내한 공연으로 한국을 찾았던 해외 팀은 음악이 줄 수 있는 음압감을 극대화할 수 있게 사운드를 더 키우자고 하더라. 물론 해외 팀이 가고 나니 2주 만에 줄어들었지만. 사실 록 음악은 가사는 조금 손해 볼지언정, 사운드 면에서는 그런 음압감이 중요하다.
송용진  록은 시끄러운 거다. 록 뮤지컬을 할 배우라면, 보컬이 그 사운드를 뚫고 나와야 한다.
이준  <헤드윅> 때 만난 배우들에게 항상 처음 했던 얘기가 바로 그거였다.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와라.’ 그래야 소리가 나온다. 보컬의 목소리에 밴드 사운드를 맞춰가는 건 록이 아니다.
송용진  밴드가 때려줘야 배우도 흥이 난다. 보컬과 밴드는 그렇게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배우만 해온 사람들은 처음에 밴드 소리에 자신의 목소리가 묻히는 것을 힘들어한다.
박용전  기본적으로 록 음악 감상의 포인트는 전체적인 사운드와 분위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곡은 반복적으로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듣지 않나. 근데 뮤지컬은 50~100번 본 관객도 생각해야 하지만, 처음 보는 관객에 포커싱을 해야한다. <오디션>은 명확히 말하면 록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록 밴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뮤지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공연 중에 합주 장면이나 클럽에서 공연하는 장면에는 텍스트가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판단해서 클럽만큼의 사운드를 잡아서 가고, 이야기 부분은 관객이 배우의 입술을 좀 더 읽을 수 있게 주문한다. 사실 가사는 공연 전에 쓱 읽고, 공연 중엔 음악으로만 느껴줬으면 좋겠다.


상충되는 장르를 안고 줄타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송용진
  기본적으로 록 음악은 굉장히 ‘쿨’한 장르다. 반면, 록 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뮤지컬은 양식화된 부분이 많은 장르라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박용전  뮤지컬과 록, 참 섞어놓기 애매하다. 엄밀히 말하면 뮤지컬 중 드라마 부분과 록이 섞이기 어려운 것인데, 뮤지컬을 ‘노래가 나오는 드라마’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조금 쉬워지더라.
송용진  좋은 록 뮤지컬이라 부르는 것들은 록 음악의 느낌과 공연이 잘 결합되었을 때 나오지 않나 싶다.
박용전  재미있는건, 같이 공연했던 허규나 정찬희의 경우 밴드 활동을 오래했다. 그들이 처음 공연을 하고 놀라더라. 실제 밴드로 공연을 하면 관객이 잘 오지 않는데, 뮤지컬 공연 중에 밴드 공연 장면이 나오면 그렇게들 좋아하더라고. 공연이 끝나도 계속 앙코르를 외치고, 모두 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송용진  맞다!
이준  정말 공감한다. 왜 사람들이 뮤지컬에 환호하고, 많이 몰릴까. 상대적으로 왜 밴드 공연이나 클럽 공연에는 잘 안 올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드라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가수들, 밴드 하는 사람들이 콘서트에 드라마를 좀 가미해서 형식적인 면을 조금 더 많이 빌려오면 좀 많이 오려나 싶다. 또 뮤지컬이 요즘 인기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록도 경향이 있잖나. 불과 몇 년 사이 대세가 바뀌기도 하고, 그것이 빠르게 반영되기도 한다. 이처럼 록은 동시대적인 장르인데, 록 뮤지컬의 음악은  동시대성을 가지기가 상대적으로 힘들지 않나.
박용전
  <헤드윅>이 1998년에 만들어졌지만 13년이 흘렀다고 음악을 바꾸지는 않는 것처럼 <오디션>도 이제 만 4년 차이지만, 앞으로 10년을 더 한다 해도 당대 인기 있는 음악으로 업데이트할 생각은 없다. <오디션>의 음악은 내가 1990년대 말 굉장히 빠져있고, 좋아하던 음악들이다. 밴드들이 신보를 내고 변화를 갖듯 접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타지 않는다.
이준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새로 나오는 음악 자체에 감동을 받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음악으로써 새로운 걸 더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마이클 잭슨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박용전  좋은 것 자체가 그리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20년 전처럼 밤새 라디오를 들으며 새로운 소스를 접할 기회도 적고. 그렇게 어쩌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을 만나면 소름 끼친다.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록은 그렇게 친숙한 장르는 아닌 것 같다.
송용진
  최근 공연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봤는데, 세련된 록 뮤지컬이었다. 록 음악과 록 뮤지컬은 정신이 서로 교류해야 하는데, 드라마와 음악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 서로 만나는 부분이 있더라. 그런데 아쉬운 게 한국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작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록 음악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가’의 문제였다. 우리 음악사에서 1970년대 밴드의 록 음악이 정치적인 이유로 사라진 이후, 국내에서 록 음악은 비대중적인 음악이 되었고, 대중들은 전 세계적으로 1970년대를 풍미한 록의 저항 정신에 익숙하지 않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음악인데, 유난히 록 음악이 그렇게 안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1970년대의 그 공백은 우리나라 리스너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뮤지컬은 판타지적인 것을 기대하게 하는 장르인 반면, 록 음악은 사실 가장 어두운 부분, 가장 반항적인 부분을 담아내지 않나. 스타일의 측면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세계관도 충돌하는 것 같다.
박용전
  <오디션>은 그리 밝은 줄거리는 아닌데, 사실 이 작품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있다. 근데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컴플레인을 하는 관객도 있었다.
송용진  굳이 뮤지컬 앞에 ‘록’이 붙는 건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다른 주제의 뮤지컬임을 주지하고 가는 거다. 록이라는 것 자체가 해피 엔드를 지향하는 건 아니잖나. <치어걸을 찾아서>의 경우엔 호오가 굉장히 나뉘었다. 뮤지컬을 처음 보는 관객은 좋아하는데, 뮤지컬 팬들은 이게 무슨 뮤지컬이냐 하더라. 난 분명히 ‘이상한 뮤지컬’이라 써놨는데. (웃음)
이준  뮤지컬을 보고 ‘아, 이게 연출의 의도구나, 이런 스타일의 뮤지컬이구나’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하는데, 많은 분들이 ‘내가 생각하는 거랑 다른데? 이상한데?’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음과 귀를 좀 열었으면 좋겠다.
박용전  취향에 안 맞을 수는 있다. 그리고 정말 준비가 안 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면 각성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취향이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송용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펼쳐지고, 소극장에서 그렇게 희한한 공연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좋은 쇼가 만들어져 브로드웨이의 초석이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를 깨고 나오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
박용전  기본적으로 감상을 한다는 행위는 작가를 대하고, 아티스트, 보컬을 대하는 것인데, 각자의 스타일을 스타일로서 존중하지 못한다면 관객이 아티스트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제작의 주체, 또는 참여자로서의 입장이기도 한데, 관객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나.
송용진
  공연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내 스타일과 관객이 좋아하는 게 뭔지 어느 정도 감은 있다. 그 중간에서 내 의도도 잃지 않고, 관객도 싫어하지 않을 접점을 찾는 것, 방점을 어디다 둘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다. 
박용전  기준만 있으면 된다. 우리 회사는 동시에 여러 작품을 올리기보다는 오랜 기간 한 공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매 공연마다 이슈를 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지난 <오디션>에 가수 홍경민이 참여해서 작품의 마니아들은 우려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밴드를 해온 친구라 기본적으로 그의 안엔 밴드가 있었다. 그의 인지도가 공연을 불특정다수에게 노출시켜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실질적으로 공연도 굉장히 잘했다. 용진 씨가 말한 밸런스는 기준만 있으면, 하면 안되는 것만 하지 않는다면 적당히 찾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록 뮤지컬을 제작해서 장기 공연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박용전
  <오디션>은 록 밴드 이야기를 하는 뮤지컬이잖나. 그러다 보니 악기도 다룰 줄 알면서 연기도 되고, 노래도 되는 친구를 캐스팅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다 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송용진  동감이다. <치어걸을 찾아서>도 사실 장기 공연을 하고 싶은데,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연습한다고 한두 달 안에 나올 수 있는 공연이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합주가 되는 배우로 연습을 해야 한다. <치어걸을 찾아서>는 그런 자원을 구하지 못해서 더 가고 싶은데 서 있는 상태다.
박용전  배우를 좀 공유해도 되겠다. (웃음)


록 뮤지컬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송용진
  록 뮤지컬을 표방하며 만드는 창작뮤지컬이 꽤 있는데, 작곡가는 기본적으로 록 음악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이준  작곡을 할 때도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예를 들면 기타 사운드의 가장 록 적인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기타에서 앰프를 통해 증폭되어 나오는 사운드가 어떻게 디스트 사운드를 만드는지, 이 지점에서 쳤을 때 관객에게 어떻게 들리게 될 것이라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운드가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록을 한다는 친구들 중에도 그런 이해 없이 ‘앰프는 볼륨 2 정도 올려서 디스트 밟아서 찌그러뜨리면 되는 거 아냐?’ 하는 아주 잘못된 상식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송용진  록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잖나. 창작일 경우 작곡가, 라이선스인 경우 음악감독이 있을 텐데, 록 음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와서 할 때가 있다.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록 뮤지컬 작업을 한다면 기본적으로 록 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경험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해서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뮤지컬과 록 음악은 작곡법도 상이하다. 뮤지컬은 작곡가가 편곡까지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박용전
  멜로디를 쓰고 그걸 누군가에게 맡겨서 편곡해서 공연을 하는 건 일반적인 뮤지컬이지 밴드 작업이라 하기 어렵다. 완전히 방식이 다르다.
이준  보통 록 음악 하는 사람들이 곡을 쓸 땐 밴드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사운드까지 다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록 음악은 한 사람이 작곡하는 게 아니라 밴드와 함께 작곡을 해서, 기타리스트가 리프를 치고 보컬이 멜로디를 불러보고, 드러머가 여기에 맞춰 리듬을 연주하고, 베이스는 루트를 치며 연습을 통해 합주로 곡을 만든다. 그게 진정한 밴드 음악의 작곡 과정이다.
박용전  사운드와 질감을 결정하는 것까지도 작곡으로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드럼을 8비트로 칠지, 16비트로 칠지를 정하는 것까지도 작곡의 영역이다. 그러니까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송용진  그래서 록 뮤지컬에서는 밴드가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밴드가 올라가서 내 음악이라 생각하고 집중하고, 그 기분에 취해서 연주 했을 때가 진짜인 거다.
박용전  어떻게 보면 이런 얘기가 폐쇄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록 뮤지컬 창작에 밴드의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은 없는 것 같다. 단기 속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멜로디를 구성하고, 코드를 어떻게 짤 것인가는 책을 통해서 배울 수가 있는데, 밴드의 경험은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전에 어떤 뮤지컬을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을 보게 되었다. 첫 공연 때 밴드 자체의 화학 작용 보다는 지휘자가 컨트롤하는 듯한 너무 클래식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마지막 공연에 다시 가 보니 지휘자를 포함해서 다들 밴드가 되어 있더라. 매일 공연하고 연습하니까 그들도 진짜 밴드가 되어 있더라. 재밌었다.
이준  록 뮤지컬에서 음악감독은 노래를 가르치기보다는 전체적인 음악 색깔을 만들어 놓고 밖에서 들으면서 사운드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사운드에서 이 정도 사운드를 주면 관객들에게 더 큰 감흥이 있을 수 있겠다, 어떤 걸 더 살려서 특징을 줘야겠다, 이런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송용진  최소한 록 뮤지컬 음악감독은 록 음악과 그 정신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사운드까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음악감독이 사운드를 잡을 때 엔지니어에게 ‘키 100Hrz 정도 올려달라, 거기에 몇은 더해 달라, 이 정도는 깎아 달라.’ 최소한 이 정도 이야기는 할 줄 알아야 한다.
박용전  그걸 못하면 적어도 사운드엔지니어나 음향디자이너 와 함께해야 한다. 록은 보컬 라인과 사운드가 반반 정도의 비중이라 사운드를 배제한 악보상의 록은 결과물을 예측하기 힘들다.
송용진  록 음악은 사운드와 분위기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뮤지컬은 당연히 가사가 들려야 하지만 어떤 록 뮤지컬에서는 가사보다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사운드엔지니어와 디테일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스태프가 드물지 않나.
송용진
  많지 않다. 발굴을 해야 한다.
이준  음악뿐 아니라 음향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한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도 어떤 색깔을 더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하고, 음악 하는 사람도 그 음향에 대한 이해력도 있어야 한다. 물론 엔지니어도 그 음악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한다. 음악에 대한 이해력은 없지만 기계를 잘 만져서 엔지니어를 하는 개념은 아니다.
박용전  사운드엔지니어까지도 넓게 보면 뮤지션으로 봐야 한다.
이준  당연히 뮤지션이다. 음악하다 엔지니어로 전향하신 분도 꽤 많다.


록과 뮤지컬이 만나 가능해진 것은 무엇일까.
송용진
  주인공을 죽일 수 있잖나.(웃음)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록 음악이 첨가가 되고 그 정신이 들어왔을 때,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이미지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그게 가장 큰 것 같다.
박용전  다양성이다. 어떤 날엔 여자 친구랑 댄디하게 입고 대형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날엔 ‘록’하고 싶은 날이 있잖나. 다양성이 깨지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을 만큼 다양성은 무척 중요하다. 그 부분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준  뮤지컬은 드라마 안에서 노래를 같이할 수 있는 것이라 보는데, 거기에 록이 들어가면 록 뮤지컬이 되는 것이다. 록이 들어간다고 해서 드라마가 비극적이 된다거나 삐딱선을 타는 건 아니다. 사운드적인 측면을 좀 더 강하게 보여주고 싶을 때 록 음악을 쓰는 등 연출의 의도라 생각한다. 부드럽게 갈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강하고 힘 있게 가고 싶을 때 록과 뮤지컬이 결합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관객들도 다양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마음의 문과 지갑을 열면 정말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웃음)

 

 

 

 

 

 

 

 

 

 

 

 

 


록 뮤지컬의 정수, 바이블이라 할 만한 작품을 꼽는다면?
박용전
  <헤드윅>이다. 처음엔 미첼의 바이브레이션이 있는 발성이 맘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록 뮤지컬 타이틀이 붙어 있는 작품 중에 노래가 나올 때 ‘록’이란 느낌을 받은 작품은 <헤드윅>이 유일했던 것 같다. 웬만해서는 잘 섞이기 힘든 록과 뮤지컬을 참 잘 섞어놨다. 정말 기획이나 연출력이 대단한 것 같다. 
송용진  불과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록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이걸 왜 록 뮤지컬이라 하지?’ 하는 생각이 많았다. 유일하게 음악적으로 ‘오, 이건 록인데! 제대론데!’ 했던 작품이 <헤드윅>이었다. 그렇지만 록의 정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건 <록키 호러 쇼> 같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정신까지 다 ‘록’이다!
이준  내겐 <헤어>가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록 뮤지컬에 대한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선 절대 못하겠지?
송용진  그걸 누가 부를까?
이준  맨 마지막 신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웃음)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9호 2011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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