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실제로 내 곁에 있다고 해도 매력적일까? 무대 아래로 내려왔을 때에도 함께 하고 싶은 인물 또는 내 세계 안으로는 들이고 싶지 않은 인물, 뮤지컬 속 캐릭터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자.
설문대상_<더뮤지컬> 독자
설문방법_<더뮤지컬> 블로그(blog.naver.com/themusicalp)에 덧글 작성
※ Survey 코너에서는 매달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뮤지컬 관련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하고 싶거나 설문 주제를 제안하고 싶은 독자는 avril13@themusical.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11월호 선물 당첨자 | 네이버 블로그 닉네임 kozigi, 쁘띠핑크, icemint27 (공연관람권 2매)
Q. 해외 배낭여행을 갈 때 데려가고 싶은 사람은?
1위 <김종욱 찾기> 김종욱 (43.5%)
2위 <맨 오브 라만차> 산초 (28.3%)
3위 <스팸어랏> 팻시 (6.5%)
4위 <피맛골 연가> 김생 /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앨빈 (4.3%)
배낭여행을 갈 때 함께 가고 싶은 사람 1위로는 예상대로 <김종욱 찾기>의 김종욱이 뽑혔다. 김종욱은 인도로 떠나는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첫사랑, 날카로운 콧날과 외로운 턱선의 소유자가 아닌가. 영어 학원에서 한 달 배운 영어 실력과 가이드 북 한 번 읽고 얻은 여행 지식, 다친 발목을 매만져주는 자상함을 가진 그와의 유쾌하고 로맨틱한 여행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이것이 상상에만 그쳐서 아쉬울 따름.
김종욱을 바짝 추격하며 표를 끌어 모은 이는 돈키호테의 자랑스런 길동무, 산초이다. 어떤 황당한 실수를 하더라도 “그냥 좋으니까~”라며 편들어 줄 것 같은 든든한 친구. 게다가 그의 속담 보따리는 야무진 즐거움을 줄 듯! 산초와 비슷한 이유로 아더왕의 시종 팻시도 짐꾼이자 길동무로 여행에 데려가고 싶은 이로 뽑혔다.
Q. 마음에 담아둔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사람은?
1위 <맘마미아> 도나 /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앨빈 (17.4%)
2위 <싱글즈> 동미 (13%)
3위 <빌리 엘리어트> 마이클 (8.7%)
4위 <피맛골 연가> 김생 / <헤드윅> 헤드윅 (4.3%)
실제로 엄마에게 속내를 털어놓기는 어렵겠지만 쿨하고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 특히 남자관계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나라면, 깊은 연륜에서 나온 명쾌한 답변으로 ‘고민 해결, 팍팍!’ 해주지 않을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속의 앨빈은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엉뚱하지만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친구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고민이 싹 사라질 기발하고 재미있는 해법을 알려주고, 긍정적으로 ‘너는 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어줄 것 같은 친구라는 점이 많은 독자들이 앨빈을 꼽은 이유이다. 많은 득표를 하진 못했지만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이라면 서로의 비밀을 소중히 지켜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쓸데없는 고민 따위는 떨쳐버리고 기분 좋게 놀아보자며 더없이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할 줄도 아는 멋쟁이 친구.
Q. 늦은 밤 귀갓길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1위 <지킬 앤 하이드> 하이드 (63%)
2위 <빨래> 빵(서점 사장) (17.4%)
3위 <잭 더 리퍼> 다니엘 또는 잭 (13%)
역시 압도적인 득표수로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드가 밤길에 피해야 할 요주의인물 1순위로 뽑혔다. 하이드와 같은 이유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잭 더 리퍼>의 살인마 잭. 언제 살인을 저지를지 모르는 살인마이자 이중인격자. 요즘처럼 무서운 세상에 이런 이가 극에만 존재한다고 안심할 수 없다. 밤길 조심하자!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간은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싫어할 악덕 고용주, <빨래>의 빵이다. 하루를 버티고 퇴근하는 길에 나쁜 사장님, 재수 없는 직장 상사를 마주친다면 내가 하이드가 될지도 모르는 일. 서로 마주치지 맙시다.
Q. 교통사고가 났을 때 곧바로 부르고 싶은 사람은?
1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닥터 리 (26.1%)
2위 <톡식 히어로> 톡시 / <라디오 스타> 박민수 (17.4%)
3위 <렌트> 조앤 (10.9%)
역시 사고가 났을 때는 나의 몸 상태를 돌봐줄 능력이 있는 의사, 닥터 리가 SOS 1순위이다. 특히 닥터 리는 부드러운 미소와 그 특유의 넉살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닥터 리를 거쳐갔던 훈남 배우들의 이미지가 이입되었기 때문인 듯.
2위에 이름을 올린 톡시와 매니저 박민수는 같은 수의 표를 얻었지만 전혀 다른 이유로 선택되었다. 현실에서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위험에 처한 순간 톡시가 나타나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여 나를 사고로부터 구해주길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톡시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이 안 통하는 상대편 운전자의 팔을 뽑아버릴지도 모르니, 톡시를 부를 때는 신중하게! 사고를 내고 당황한 나머지 얼이 빠져버린 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은 <라디오 스타>의 매니저 박민수일 것이다. 그는 다치지 않았냐고 정성껏 마음 써주는 것은 물론, 보험회사 직원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 같은 든든한 친구이다. <렌트>의 변호사 조앤 역시 똑 부러진 성격과 풍부한 법학 지식으로 어떤 문제든 척척 해결해 줄 테니 미리 전화번호 받아놓자.
Q. 내 친구(동료)라면 달갑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1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베르테르 (21.7%)
2위 <모차르트!> 모차르트 (15.2%)
3위 <쓰릴 미> 그 (10.9%)
4위 <몬테크리스토> 몬데고 (8.7%)
가을의 정취와 함께 돌아온, 짙은 감성의 소유자 베르테르가 친구하고 싶지 않은 캐릭터 1위로 뽑히는 굴욕을 당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롯데를 사랑하고 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마는, 그래서 더욱 보듬어주고 싶은 베르테르이건만, 친구로서 그를 감당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그 섬세한 영혼을 공유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우울한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 베르테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곁에 있다 한들 범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겠냐마는 그가 나와 친구 먹어준다고 해도 부담스럽다. 저 혼자 잘난 맛에 내내 속 썩이는 꼴도 보기 힘들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의 옆에서 우리는 끝없는 자격지심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모차르트 같은 친구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자. 더불어 스스로 뛰어난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황당하기 그지없는 범죄에 끌어들이는 <쓰릴 미>의 ‘그’도 친구로는 사양한다는 의견.
자신이 원하는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악한 몬데고 덕에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페기 소여와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처럼 예쁘고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추는 공주님은 애교로 봐줄 만 했던 것인지 그녀들을 질투하는 의견은 의외로 적었다.
[몰라봐서 미안해]
주어진 상황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묻는 질문마다 예시가 주어졌다. 예시에는 없었으나 기타 답변으로 후보자들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피맛골 연가>의 김생과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이 그 주인공! 둘은 함께 여행가고 싶은 친구와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친구로 뽑혀 그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생은 피맛골 서민들에게 했던 것처럼, 귀찮은 듯 돌아섰다가도 소탈하게 ‘허허허’ 한 번 웃고선 자상하게 고민을 해결해줄 것 같다는 기대를 모았다. 아량 넓고 아는 것도 많은 분이니 함께 여행길에 나서는 것도 즐거운 일일 듯.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과 함께라면 그 특유의 천진난만함으로 평범한 여행길도 색다르고 생기 있게 느껴질 것이라며 그와의 여행을 상상해보는 독자들도 있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6호 2010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