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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Director`s Choice] 베스트 신 [No.86]

정리| 배경희 2010-11-29 4,604

 

이번 달 <더뮤지컬>이 선정한 네 작품의 연출가들이 말하는 내가 뽑는 최고의 장면

 

 

 

 

 

 

 

 

 

 

 

 

 

 

 

 

 

 

 

1막 후반, 최명길이 화친을 위해 사신으로 청의 진영으로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최명길이 진영에 들어가 청나라 장수 용골대하고 마주 볼 때 적막함 속에 무언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그때 숨이 탁 막힌다. <남한산성> 음악이 파워풀하고 그랜드한 편이라 중간 중간 음악 없이, 대사도 없이 가는 신들을 넣었는데, 그때 긴장감이 잘 살아나는 것 같다. 공연 모니터를 자주하는 편이라 공연을 여러 번 보는데도 그 장면만 되면 늘 숨을 멈추고 보게 된다. 그 신과 연결돼서 난생이가 남씨를 구해주는 상황도 좋아하는데, 안무 오재익 선생님과 함께 정리가 잘 돼서 많은 대사 없이 상황 설명이 되고,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가 되는 것이 만족스럽다.

 

 

 

 

 

 

 

 

 

 

 

 

 

 

 

 

 

 


‘You Won`t Succeed in Broadway’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려면 유대인이 있어야만 한다고 비꼬는 풍자 곡이다. 원곡의 가사로는 절대로 한국 관객들을 이해시킬 수도, 웃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곡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이 공연에서 다른 희극적 요소를 연출할 때도 그랬듯이, 이 장면 역시 원곡의 코미디 컨셉을 파악하고 탈구축해서 한국 상황에 맞도록 개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 뮤지컬 계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장면을 풀어갈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 뮤지컬 계의 스타 캐스팅 현상을 꼬집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뮤지컬 작품들의 주인공들을 앙상블로 등장시켜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연예인이 돼야 한다고 말해 그 의미를 강조했고, 이 장면은 비로소 한국 관객들에게 특히 뮤지컬 마니아에게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가장 걱정스러웠던 장면이 지금은 가장 자랑스러운 장면이 된 셈이다.

 

 

 

 

 

 

 

 

 

 

 

 

 

 

 

 

 

 

 

관객들이 보통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송화가 동호의 장단에 맞춰서 심청가를 부르는 장면이 제일 만족스럽다. 나는 영화와는 달리 그 장면을 축제처럼 그려내고 싶었다. 심청가의 감정이나 송화의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물론 감정적으로 슬프기 마련이지만, 마지막에는 눈도 멀고 혼자서 떠돌아야 하는 기구한 여자의 서러움 보다는, 끝까지 자기의 예술을 지켜온 한 예술가가 정점에 닿은 순간의 환희를 표현하고 싶었다. 보는 사람들도 송화가 불쌍해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바로 저 소리를 하기 위해서 저렇게 먼 곳까지 혼자 걸어갔구나, 그 집념이 마침내 보상받았구나 하는 환희를 함께 느끼길 바랐다. 오늘날 우리에게 진짜 자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예인이 얼마나 되나. 모두 돈에 팔리고 대중에게 굴복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외골수로 오직 예술만을 위한 삶을 고집했던 송화에게 객석에서 기립박수를 보낼 수 있는 장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의 조명에 대해 말이 많지만, 무대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해서 한 예술가를 위한 축제를 만들겠다는 것이 내 목표였다. 조명까지 춤을 추는 것처럼 송화에게 갈채를 보내줄 수 있도록 말이다.

 

 

 

 

 

 

 

 

 

 

 

 

 

 

 

 

 

 

 

<틱틱붐>의 엔딩곡인 ‘Louder than Words’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다. 존이 극을 끌어오면서 가졌던 고민이나 갈등을 이 곡을 통해 관객들과 나누고 자신과도 화해하는 장면이다.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의 이야기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안무나 동선도 크게 안 짜고 장치를 최소화했다. ‘Louder than Words’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면, 이 작품에서 좋아하는 순간은 존과 신인 여배우 카레사의 신이다. 신인 여배우 카레사가 존을 연출입네, 하며 대접해주고, 존은 여기에 우쭐해서 “이 여자가 제 미친 수다를 다 들어주고 있네요” 라며 자신의 예술관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그러다 한 순간에 카레사가 여자친구 수잔으로 바뀌어서(윤공주가 1인 다역을 연기한다) “쟤 누구야?”라는 대사를 던지는데, 그 순간을 정말 좋아한다. 조나단 라슨의 위트나, 라슨이라는 사람이 많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6호 2010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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