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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획] 소품의 세계 - 소품디자이너 4인에게 듣다(1) [No.85]

글 |정세원 사진 |정세원 2010-11-04 7,058

소품은 약방의 감초다 조윤형

무대 작화 일을 하던 조윤형이 소품디자이너로 처음 자신의 이름을 올린 작품은 1998년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라 보엠>이다. 첫 작업에서 3백 개가 넘는 소품을 만드느라 꽤나 고생했지만 덕분에 무대 위에서 소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듬해 뮤지컬 <페임>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과 인연을 맺은 이후 십 년이 넘도록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소품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파트에 비해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 자리를 쉽게 잡았던 것 같다”며 겸손해 하던 그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활발해진 후배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반가우면서도 긴장된다고 했다. 소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다.

 

Q 소품 디자인의 매력이라면?
▶ 만드는 과정이 재밌다. 천차만별인 재료들을 놓고 무엇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내 것으로 만들어서 손에 익히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물론 결과물이 좋으면 더 기쁜데 작업실에 있는 거울을 통해 관객의 시각에서 평가한다.


Q 소품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는?
▶ 계원예대 공간연출학과에서 무대 디자인, 디스플레이, 의상디자인을 포괄적으로 배웠다. 처음엔 의상에 관심이 많았는데 3개월 만에 무대로 눈을 돌렸다. 소품 일은 1997년 <겨울 나그네> 무대 작화 작업을 할 때 만났던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권유해서 시작하게 됐다. 소품 디자인에 관한 전문 인력이 거의 없었던 때였고,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일을 즐겼던 터라 흔쾌히 뛰어들었던 것 같다.


Q. 소품 디자인 작업에서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 일단은 튀는 것. 하지만 우선적으로 세트와 어울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대극을 좋아한다. 르네상스나 로코코 시대의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모차르트!> 작업은 그래서 재밌었다. 가면이나 지팡이 등의 소품들을 눈에 띄게 하려고 보석도 많이 박고 손이 많이 갔는데 의상이 워낙 화려해 묻혀서 아쉬웠다.


Q 만들고 뿌듯했던 소품들도 분명 있을 텐데.
▶ <형제는 용감했다>의 상여가 예쁘게 나와서 좋았고, <명성황후>는 중간에 투입되었지만 재료를 바꿔서 좀 더 예쁘게 장식해 하나하나 다 애착이 간다. 민비 결혼식에 나오는 예물은 소품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작업한 거라 만들면서 고생했지만 기억에 남는다.


Q 작업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 공연 올라갔을 때. 열심히 만든 소품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지나칠 때면 속상할 때도 많지만 공연이 무사히 잘 올라가고 커튼콜까지 하고 나면 혼자 괜히 감동받아서 눈물 흘릴 때가 종종 있다.


Q. 소품 디자인을 꿈꾸는 이들이 지녀야할 조건이 있다면?
▶ 디자인을 예쁘게 하고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분석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작품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실력은 자료를 찾고 노력하면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힘이다.


Q 소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 감초는 어디든 빠지지 않고 항상 사용되는 약재이지 않나.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것. 나는 소품이 달리 소품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연습할 때나 공연할 때 인물들에 소품이 더해져서 캐릭터가 부각될 수도 있고 장면을 관객들에게 더 잘 이해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공간연출과 졸업
<피맛골 연가>(10), <모차르트!>(10), <살인마 잭>(09), <삼총사>(09),
<침묵의 소리>(09), <시카고>(09), <소나기>(09),
<형제는 용감했다>(08), <폴라로이드>(08), <맘마미아>(07),
<올 슉 업>(07), <싱글즈>(07), <댄싱 섀도우>(07),
<달려라 하니>(07), <햄릿>(07), <댄서의 순정>(07), <하루>(07),
<콘보이쇼>(06), <폴 인 러브>(06), <뮤직 인 마이 하트>(05),
<겨울 연가>(05), <겨울 나그네>(05), <지킬 앤 하이드>(04),
<토요일밤의 열기>(03), <명성황후> 외 다수 

 

 

소품은 또 하나의 배우다 김상희
2000년 연극 <조선제왕신위>로 소품 디자인을 시작한 김상희는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무대 장르를 통해 소품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라보엠>, <투란도트>, <라트라비아타> 등의 오페라 공연에서 소품을 담당하던 그녀가 뮤지컬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에 공연한 키덜트 뮤지컬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은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오랜 고민과 연구를 통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소품을 무대에 선보이고 싶지만, 소품에 투자하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뮤지컬 작업은 늘 아쉽기만 하다.

 

Q 소품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는?
▶ 1999년에 오페라 <라보엠> 의상 전환 아르바이트로 공연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무대 디자인을 하셨던 박동우 선생님을 졸라 무대 어시스턴트로 들어갔다. 이듬해 박 선생님의 권유로 연극 <조선제왕신위>의 소품 작업을 하게 됐는데 그게 내가 처음으로 소품디자이너로 참여한 작품이다.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재밌고 보람도 많이 느껴져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Q 소품 디자인은 어떤 재미가 있나?
▶ 그 재미는 공연이 시작될 때 느껴지는 것 같다. 평면에 스케치를 하면 그건 이미지일 뿐이지만, 의상이든 소품이든 세트든 무대 위에서 어떤 조명을 받고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볼 때 진짜 뿌듯해진다. 작지만 내가 작업한 소품이 무대에 나오면 반갑다. 만드는 재미보다는 무대에 올렸을 때, 필요한 신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더 신난다.


Q 소품 디자인을 할 때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 시대극을 좋아한다. 자료만 잘 찾으면 되니까 작업이 편하기도 하지만, 실제와 비슷하게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다행히 내가 만드는 걸 재밌어 하는 편이다. 특히 화려한 장신구 만드는 걸 좋아한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탓인지 투란도트가 썼던 화려한 왕관이나 화관 같은 건 잘 만들 자신이 있다. 무대에서 봤을 때 ‘여왕이구나’, ‘기생이구나’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 소품들. 조금 오버스럽긴 하지만 재밌다.


Q 소품디자이너에게 대본 분석 역시 중요한 작업이다. 이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 캐릭터. 캐릭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대 상황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고, 작품 전체 컨셉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영화는 감독 예술이고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나는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배우들이 소품을 불편해하면 바로 바꿔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품이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캐릭터 연기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 안 된다.
Q 기억에 남는 소품 작업이 있다면?
▶ 국립오페라단의 <나비부인>. 무대 컨셉이 오리가미(일본식 종이접기)였는데 종이를 활용해 효과를 낼 수 있는 소품이 많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단순하면서도 담백해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심심할 수도 있는 게 오리가미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종이와 종이가 만나서 번지는 느낌이 멋있었다. 작품의 배경이 일본이라 화지(꽃무늬 패턴이 들어간 종이)를 사용해 바람개비 우산을 만들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Q. 소품 디자인을 꿈꾸는 이들이 지녀야할 조건이 있다면?
▶ 다방면에 소질이 있어야 한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고 만들기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조형미를 전혀 모르면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형태가 나오지 않고, 잘 만들었다 해도 색을 제대로 입히지 못하면 무대 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편하려면 기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든 부분에서 중상 이상은 되어야 한다. 화려한 무대만 생각하고 섣불리 도전하지 마라. 그 뒤로 보이지 않게 고생하는 손길이 많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Q 소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사실 잘해도 티가 안 나고 못해도 티가 안 나는 게 소품이다. 디테일을 알아보고 느끼는 사람은 스태프들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대 위에서 소품은 또 하나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적재적소에 들어가 제 역할을 할 때 무대가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공간연출과 졸업
서울산업대 금속공예디자인 전공 
<탈>(1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0), <스팸어랏>(10),
<태양의 노래>(10), <몬테크리스토>(10), <컨택트>(10),
<웨싱 싱어>(09), <어쌔신>(09), <지붕 위의 바이올린>(08),
<나인>(08), <나쁜 녀석들>(08), <굿바이 걸>(08),
<마이 페어 레이디>(08), <황진이>(06) 외 다수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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