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9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제1회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총 5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라 참신한 창작뮤지컬의 탄생을 예고했다. 각 팀의 창작자들이 개성 있게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이 펼쳐졌고, 작품별로 두 곡의 장면이 공개돼 향후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는 젊고 재능 있는 신진 창작자를 지원하고, 경쟁력 있는 창작뮤지컬 콘텐츠 개발을 위해 마련된 창작뮤지컬 공모 사업이다. 쇼케이스 제작비 5천만 원을 비롯해 충무아트홀 극장 무료 대관 및 장비 지원, 2014년 2~3월 중 쇼케이스 공연 개최 등 단계별로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이번 사업은 선정작에 전담 프로듀서 및 멘토 매칭을 지원한다는 점이 특색 있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이희준 작가, 이지혜 작곡가, 은 김민정 연출, 구소영 음악감독, <카인과 아벨>은 추민주 작가 겸 연출, 변희석 음악감독, <명동 로망스>는 김동연 연출, 양주인 음악감독, 은 장유정 작가 겸 연출가, 최종윤 작곡가가 멘토로 참여한다.
제작 발표회의 첫 무대는 10년간 팀워크를 자랑하는 전수양 작가와 장희선 작곡가의 <에어포트 베이비>가 열었다. 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스물네 살의 입양인 조시 코헨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은 최재림이 캐리어를 끌고 한국에 도착한 조시 코헨이 되어 ‘Airport Baby’와 ‘No Heaven for Me’ 넘버를 선보였다. “웃음 속에 슬픔이 있고, 슬픔 안에서 웃음이 나오는 아이러니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란 장희선 작곡가의 말이 작품의 느낌을 잘 설명해주었다.
이지현 작·황미나 작곡의 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동화를 비튼 남자 버전 신데렐라 스토리다. 공주를 만나 신분 상승을 꿈꾸는 동화 나라 난쟁이의 모험을 그린 내용이다. 조형균이 주인공 찰리로 분해 난쟁이들의 깜직한 율동이 돋보이는 ‘우린 난쟁이’를 시연했고, 백설 공주를 잊지 못하는 늙은 난쟁이 빅과 함께 ‘공주만 만나면’도 소개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 속 주인공들의 새로운 변신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카인과 아벨>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주목 받은 세 창작자의 의기투합으로 더욱 눈길을 끈다.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그리고 박소영 연출이 다시 뭉쳐 전작과 180도 다른 무대를 꾸렸다. 현대판 카인과 아벨을 표방한 이 작품은 동생의 약혼녀를 사랑하게 된 형이 동생을 파멸하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파멸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윤나무와 강하늘이 각각 형 진우와 동생 선우 역을 맡아 ‘사람을 죽였어’와 ‘범인을 찾아줘’를 선보였는데, 장면의 음산한 분위기가 두 형제의 비밀스런 대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타임슬립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만화가를 꿈꾸던 한 남자가 1955년 명동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뒤 다시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당대를 주름잡던 예술가 박인환, 전혜린, 이중섭의 낭만을 느낄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김재범이 무대에 올라 이중섭이 헤어져있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 ‘그리다’로 당대의 로맨스를 재현해주었다.
제작 발표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 <날아라, 박씨!>의 작가 정준이 대본을 썼고, 김연수가 작곡을 맡았다. 10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 갈까 말까 고민하는 한 여자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자신의 자아와 화해하는 이야기다. 이지숙과 임소라가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맡아 ‘너는 나를’로 팽팽한 자아 대립을 펼쳤고, 성두섭이 ‘신랑의 편지’로 믿음직한 새신랑이 된 옛날 남자 친구를 연기했다.
이처럼 개성 넘치는 5편의 작품들은 오는 2~3월 쇼케이스 무대로 관객들 앞에 첫선을 보일 계획이다. 무대화되기 전 각 작품들은 담당 멘토의 실질적인 조언뿐 아니라 프로듀서 리뷰단, 전문가 리뷰단 등의 조언을 받아 작품의 완성도를 점검하게 된다. 다섯 작품의 힘찬 도약이 창작 뮤지컬 시장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을 그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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