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둔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와 <머더 발라드>, <벽을 뚫는 남자>의 공통점은? 탄생 연도와 국가, 공연 규모 모두 제각각이지만, 셋 다 성스루 뮤지컬이다. 올해 공연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노트르담 드 파리> 등도 성스루 뮤지컬이다. 뮤지컬 마니아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용어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성스루 뮤지컬이란 수식어는 어렵다. 이 기사는 그에 대한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혀보고자 시작됐다.
핵심은 음악
뮤지컬에서 음악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지만, 성스루 뮤지컬에서 음악의 중요성은 그보다 훨씬 높다. 대사 없이 노래(음악)로만 진행되는 공연 형식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음악으로 캐릭터를 드러내고 상황을 설명하며,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를 만들어낸다. 성스루 뮤지컬에서 음악은 드라마의 전개와 구성, 표현 방식 모든 것을 포함하며, 개별 뮤지컬 넘버들의 모음 이상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수나 국내연출은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하나의 곡”으로 인식했다. <머더 발라드>의 원미솔 음악감독 역시 “다른 뮤지컬에서 대사와 노래, 춤이 하나의 공통된 리듬을 공유하고 있다면, 성스루 뮤지컬은 하나의 음악, 즉 하나의 언어로 연결돼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니 참여하는 배우들에게 음악의 이해는 필수이며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더불어 원미솔 음악감독은 “음악 안에 연출과 음악, 안무 요소가 한꺼번에 담겨 있어서, 음악감독도 연출가만큼 드라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해야 하고, 연출가와 안무가도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악에서의 차이
성스루 뮤지컬과 다른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는 대사의 유무에 있다. 성스루 뮤지컬에서는 오페라에서 보듯 말하듯이 노래하는 레치타티보 창법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유려한 선율을 자랑하는 뮤지컬 넘버 외에, “장면 전환과 상황 설명을 위해 멜로디 라인을 단순화한 곡이 많다”는 게 <노트르담 드 파리>의 채임경 음악감독의 설명이다. 상황을 설명하는 곡이라면 가사 전달이 중요하고,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가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오히려 멜로디는 눈에 띄지 않게 했다는 것. “물론 갈등이 빚어지는 부분이나 캐릭터의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뚜렷한 멜로디 라인을 자랑하며 선율의 완급 조절을 했”지만, 삽입곡들의 선율을 분석해보면 상당히 단순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성스루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김문정 음악감독은 성스루 뮤지컬의 음악적 특징에 대해서, “다른 뮤지컬에 없는 요소가 있거나, 있는 요소가 없거나 하진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리프라이즈 활용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의 분량이 많다 보니, 특정 테마 멜로디를 어떤 곡에서는 방대하게 확대해 쓰고 다른 곡에서는 축소해 사용하는 등 리프라이즈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무게감 있게 낮게 읊조리는 말부터 높게 지르는 비명까지 모두 음악 안에서 표현되므로, “음역이 넓은 것”도 음악적 특성으로 꼽을 수 있다.
음악의 절대적 비중과 상대적 중요성이 크기에, 성스루 뮤지컬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은 역시 음악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를 음미하는 것 외에, 감탄사 하나, 의성어와 의태어 하나하나까지 음표에 실려 노래로 전달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특정 선율이 리프라이즈될 때마다 다른 스타일로 변주되는 것을 비교해보면, 음악적 풍성함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어렵지만 재미있다
성스루 뮤지컬에서 연출가와 음악감독들이 배우들에게 가장 크게 강조하는 부분은 “노래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말하듯이 음악을 표현하라는 것. 이건 다른 뮤지컬에서도 흔히 듣는 이야기이지만, 성스루 뮤지컬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상황을 설명하는 노래에서 별 의미 없는 멜로디인데도 불필요한 기교를 넣어 부른다든가, 드라마 전개상 필요한 감정 이상으로 가창력을 뽐내는 것은 작품에 해가 될 뿐이다. 가사를 전달하려는 노력 이전에, 음악적인 분석과 이해를 통해 전체 드라마 전개에서 해당 곡의 위치와 역할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스루 뮤지컬은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와 스태프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어려운 형식이다. 대사가 없어서 드라마 전달에 불친절하다는 인식이 크다. 세심하고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장면과 장면 사이의 비약이 많고 드라마 진행도 빠른 편이다. 공연 시간 동안 함축적인 노래 가사들로만 드라마를 파악하기에는, 한 번의 관람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김문정 음악감독은 “오페라를 보러 갈 때처럼, 줄거리 정도는 미리 익히고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드라마를 미리 이해한 후, 공연에서는 좀 더 음악에 집중한다면 더욱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채임경 음악감독은 <노트르담 드 파리>처럼 방대한 서사와 감춰진 수많은 서브 텍스트들 사이에서 관객을 표류하게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것이 성스루 형식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단번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음악 속 숨은 의미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원미솔 음악감독은 이런 불친절함이 때론 “특유의 반전을 위한 재밌는 표현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사와 선율의 숨겨진 의미, 그리고 생략된 장면들을 되짚어 보고 상상해보는 것은 성스루 뮤지컬의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2호 2013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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