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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표준계약서 공개 토론회 [NO.100]

글 |이민선 사진제공 |한국뮤지컬협회 2012-01-25 4,518

뮤지컬인들의 안정적인 활동 보장을 위한 첫걸음

 

지난 10월 말, 세부 사항은 예술인들의 바람에 비해 축소되긴 했으나 예술인 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문화.예술인의 권익 보호에 대한 의식이 전보다 강화되고 있다. 공연계도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뮤지컬 배우들은 누적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한국뮤지컬협회 산하에 배우 분과를 설립하고, 스스로 권리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들이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표준계약서 도입이다. 아직은 생소한 표준계약서에 대한 이해와 국내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12월 5일에 뮤지컬계 각 분야의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공연 예술 분야에서 표준계약서 도입 방안
먼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박영정 연구위원이 공연 예술 분야에서 표준계약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했다. 과거와 달라진 공연 제작 양상, 특히 뮤지컬의 산업화 정도나 투자금의 규모를 고려할 때, 구두계약이 아닌 성문계약은 필수적이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계약 문화는 어느 정도 정착돼, 계약서 작성 여부보다는 계약서의 내용과 이행 여부가 더 중요하다. 계약을 맺는 양측의 불균형을 줄이고 불이행 시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연예 및 영화 산업에서는 이미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뮤지컬에서도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표준계약서는 계약 체결 시 서류 작성에 도움을 주는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하는 하나의 표준적인 견본 양식이다. 현재 국내 뮤지컬계에서는 표준계약서 없이 제작사가 정한 제각각의 계약서가 사용되고 있다. 내용이 허술한 계약서도 있고, 자세하게 작성된 것도 있다. 필요한 항목들을 제대로 갖춘 표준계약서가 마련되면 합리적인 계약에 대한 인식이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뮤지컬 종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표준계약서는 단순한 견본 양식을 넘어서서 피고용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되는 것이다.


표준계약서가 계약 이행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단체 협약을 통해 가능하다. 미국의 공연 예술 관련 노동조합들은 구성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최소 조건을 명문화한 단체 협약서를 기초로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개개인을 대표하는 단체끼리 합의한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개인별 추가 사항을 계약할 수 있다. 미국 배우조합의 표준계약서는 계약 체결과 이행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과 급여, 연금, 보험, 근로 조건, 초상권, 기타 권리 등 세세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준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지니게 됐다면, 거기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중요한 숙제로 남는다. 제작자와 배우, 창작자, 스태프 등 계약을 맺는 양측이 공평하게 만족하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최선이다. 따라서 각자가 요구하는 조건과 바람은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하에 공개 토론이 진행됐다. 청강문화산업대학 이유리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 제작 분과의 설앤컴퍼니 이혁찬 이사, 배우 분과의 이계창과 정영주, 최오식, 창작 분과의 유혜정 작가와 조용신 연출가, 기술 분과의 김수영 백스테이지 편집장 등이 참석했다.

 

 

배우들에게 시급한 문제 해결 방안
현재 뮤지컬 배우들이 우선적으로 바라는 바는 최저 임금 보장과 임금 체불 방지, 상해에 대한 보상 등이다. 배우들은 표준계약서에 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세부 조항들이 포함되길 바랐다. 배우 정영주는 구체적이고 세세한 항목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계약한 경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통해 형식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계약 내용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서의 계약서를 언급하며, 계약서에 피고용인의 의무는 물론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의 보상에 대해서도 명시해야 한다는 게 조용신의 의견이었다.


아무래도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런티다. 현재 국내 뮤지컬 배우의 개런티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최저 임금 보장과 스타 배우가 받는 천문학적인 개런티이다. 스타 배우에 한참 못 미치는 개런티 액수는 물론, 개런티 지급 여부 또는 개런티 지급 시기 등에서 배우들은 제작사로부터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런티 문제는 배우의 최저 임금은 얼마로 산정하며 개인별 임금을 어떻게 차등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초보 배우들이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보장하고 단순히 경력이나 나이가 아닌 좀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개런티 기준을 정해야 한다. 정영주는 캐릭터가 작품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출연료를 산정했던 사례에 대해 낯설지만 수긍할 만한 일이었다고 말하며, 최저 임금과 차등 임금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생긴다면 뮤지컬 배우들에게 무척 고무적인 일일 거라고 말했다. 이혁찬은 잘 훈련된 경력자들이 많을수록 작품의 질이 높아지는바, 초보자뿐만 아니라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경력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방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제작사의 개런티 지급 의무는 당연한 것이나, 사회적 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보험 제도는 민간 제작사가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창작 분과의 요구 사항과 선진 사례
작가와 작곡가를 포함하여 연출가, 안무가, 편곡가를 대표하여, 유혜정 작가는 표준계약서에 계약 시점과 계약 기간, 로열티 지급 범위에 대한 수정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작 분과 내에서 합의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인 것이었다. 작가의 경우 대본 의뢰를 받고 1차 트리트먼트를 완성한 후, 작곡가는 세 곡 이상 완성한 후, 연출가와 안무가는 연습 시작 전에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연에 대한 저작권은 현재, 심할 경우 10년 동안 제작사가 양도받는 조건도 있는데 3년이 적당하며, 그 사이에 연출가를 교체할 시 반드시 합의된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창작자들의 의견이다. 현재, 매출액 또는 순수익의 몇 퍼센트 식으로 로열티가 지급되고 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든 수익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여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창작자들의 로열티 지급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국내 뮤지컬 창작 환경에 따라 연출가 및 안무가, 음악감독 등도 창작에 공헌하는 정도가 높지만 그들에 대한 로열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 및 작곡가뿐만 아니라 연출·안무가에 대한 로열티 지급도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조광화 연출은 창작뮤지컬의 크리에이티브 팀 전체에 일정 부분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팀 내에서 공헌도에 따라 나누었으면 하는 의견을 냈다. 공연 칼럼니스트 지혜원은 브로드웨이의 상황을 예로 들어, 브로드웨이에는 작가군(작가·작사가·작곡가)과 연출가, 안무가, 디자이너 등 개별적으로 조합이 형성돼 있어, 작가 팀 전체가 제작사와 계약을 맺으면 팀을 이룬 각각의 창작자들이 합의하여 로열티를 분배하며, 연출가 및 안무가 역시 로열티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초연과 재연 때 연출가나 안무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애초에 크리에이티브 팀 전체가 계약을 맺는 것보다 작가군과 연출가가 따로 로열티 계약을 맺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9호 2012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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