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더 잘 살기 위해서다. 하늘 한 번 땅 한 번 바라보지 못하던 사람들도 연말이 되면 숨을 돌리고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바라보게 된다. 농부가 곳간에 쌓인 농작물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2011년 한 해 365일 하루하루 기록된 뮤지컬계를 되돌아 보았다. 농부의 마음으로 평한다면 올해 뮤지컬계는 곳간 가득 풍성한 한 해였다. 내용도 나쁘지 않다. 그 세세한 내용을 살펴보고, 올해 활약이 도드라졌던 이지나 연출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여 만나보았다.
올해 뮤지컬 시장은 여느 때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작년 말부터 올 8월까지 275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아이다>, <맘마미아>, <캣츠> 등 3개월 이상 장기 공연하는 대형 뮤지컬들이 늘어났다. 시장의 성장에는 공연장 환경이 좋아진 점도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국내 뮤지컬 시장의 정점을 찍은 해는 2007년이었다. 그러나 올해 뮤지컬 시장은 2007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기에서도 크게 성장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시장 부활, 2,000억 원대 시장 돌파
국내 뮤지컬의 성장세를 말할 때 따라붙는 말이 있다. ‘2000년 이후 매해 20% 성장을 해왔다’는 말인데 해마다 편차가 있고 2007년 이후로는 맞지도 않는 말이다. 2008년과 2009년 국내 뮤지컬 시장은 심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시장이 최고 규모였을 때 관람객 수는 350만 명, 매출액은 1,640억 원 정도(『뮤지컬 실태 조사』, 문광부 발행)였다. 2010년 다시 플러스 성장을 했으나 2007년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고 겨우 2008년 규모를 회복한 수준이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1년 뮤지컬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시장 결과가 이미 그 변화를 예시하고 있다.
인터파크에서 판매된 뮤지컬 상반기 판매 금액이 627억 원에 이른다. 앞서 말한 대로 이것은 인터파크에서 판매한 것에 한정되기 때문에 상반기 전체 판매 금액은 아니다. 인터파크가 공연 시장 전체의 75% 정도를 판매한다고 추정한다면 상반기 뮤지컬 시장은 837억 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1월~6월 판매분이 이 정도라면 올해 총 판매 금액은 단순 계산만 해서 두 배만 곱하더라도 2007년 1,640억 원보다 높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국내 공연 시장은 매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규모가 훨씬 컸다. 2010년만 하더라도 하반기 뮤지컬 시장은 상반기의 170% 규모였다. 이 수치를 그대로 대입한다면 올해 뮤지컬 시장은 2,260억 원 규모라고 예측할 수 있다. 최고치였던 2007년보다 무려 600억 원이나 증가한 규모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올 하반기 시장이 왕성했던 상반기 시장의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가정한 결과다. 올 하반기 시장을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하반기에 두 개의 대형 뮤지컬 공연장이 새롭게 개관했다. 신도림 디큐브 시어터(1,242석)는 9월부터 <맘마미아>가, 한남동 블루스퀘어(1,767석)에서는 11월 초부터 <조로>가 연일 뮤지컬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어진 지 불과 넉 달과 두 달밖에 안 됐지만 극장 규모나 객석 평균 단가로 봤을 때 연말까지 두 공연장에서의 판매 매출이 대략 15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극장 뮤지컬이 올해 43편으로 2010년 36편, 2009년 39편보다 훨씬 많아진 것도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게 한다. 특히 하반기에 장기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대형 뮤지컬 <캣츠>, <맘마미아> 이외에도 <영웅>, <명성황후>, <원효> 같은 창작뮤지컬과 <에비타>, <조로>, <페임>, <삼총사>, <햄릿> 등 쟁쟁한 뮤지컬들이 가세해 하반기 시장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1년 뮤지컬 시장은 처음으로 무난하게 2,000억 원대에 진입할 것이다.
중장년층으로 관객층 확대
시장의 놀랄 만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중요 요인 중 하나는 관객층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인터파크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연 시장은 20~30대가 절대적으로 주도하던 양상이 와해되고 조금씩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50%에 가까운 관객층을 형성했던 20대가 30%대로 떨어진 것이 인상적이다. 이것은 20대 관객층이 갑자기 줄었다기보다는 그동안 공연을 보지 않았던 중장년층의 관객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다. 인터파크의 수치는 뮤지컬 이외에도 콘서트, 무용, 연극 등 전체 공연 시장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이것을 전부 뮤지컬 관객의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올해는 TV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인기로 콘서트 시장이 활성화되고 연초에 분 ‘세시봉’ 열풍이 중년 관객들을 콘서트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뮤지컬이 전체 공연 시장 관객의 40% 이상, 시장 규모의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연 관객층의 큰 변화는 뮤지컬 관객층의 변화 없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상반기 히트작 중 하나인 <광화문 연가>와 9월 디큐브 시어터 개관작으로 공연하는 <맘마미아>가 중년 관객층을 끌어들인 대표작들이다. 관객층 확대는 특정 작품에 한정될 현상이 아니라 비교적 소비에 자유로운 중장년층이 문화 소비를 경험하면서 소비가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 폭넓게 일어날 것이다. 국내 공연계 관객층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비해 훨씬 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의 확대에 기폭제 역할을 했던 <오페라의 유령>이 올라간 것이 2001년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고 그만큼 뮤지컬 관객들도 나이가 들었다. 우리 사회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게 되면 문화생활을 하기 힘든 환경이긴 하지만, 점점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치, 사회적으로도 복지 문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복지가 시대적 흐름이고 이것이 가시화된다면 문화적 소비, 특히 중장년층의 참여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재공연 우세, 시장의 불안 심리 반영
작품 수를 놓고 비교해보면 서울에서 올라간 작품 수는 예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단지 라이선스나 해외 뮤지컬보다 창작뮤지컬의 비중이 조금 높아졌고, 특히 올해 해외 팀의 내한 공연이 유독 적었다. 이는 환율이나 세계 경제 불안, 일본의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재공연의 수이다. 창작뮤지컬의 경우 초연 작품은 3년 내내 거의 비슷하지만 재공연은 올해 가장 많았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는 초연 공연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이에 비해 재공연의 수는 예년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시장이나 경제가 불안할수록 안정적인 재공연이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시장이 성장했는데도 초연보다 재공연이 증가하는 현상이 포착됐다. 이것은 현재 뮤지컬 시장의 상태를 드러낸다.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제작사의 심리나 주변 여건은 여전히 불안한 것이다.
창작뮤지컬의 조심스런 반란
올해 뮤지컬 시장을 키운 것은 여전히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8월까지 공연한 <지킬 앤 하이드>는 관객 동원 35만 명, 총 매출액 275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상반기 티켓 판매 순위를 보면 <바레카이>, <아이다>, <지킬 앤 하이드>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하반기에 인기를 끈 작품들도 <맘마미아>, <캣츠>, <삼총사> 등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여전히 라이선스 뮤지컬이 국내 뮤지컬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올해 창작뮤지컬의 성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선 <광화문 연가>의 흥행 성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뮤지컬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 상황은 1,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에서 장기 공연이 이뤄지는 때이다. 아직 대형 창작뮤지컬이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성공을 거둔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 <광화문 연가>는 상반기 인터파크에서 공연한 뮤지컬 중 라이선스 뮤지컬과의 경쟁 속에서도 티켓 판매 순위에서 4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故 이영훈의 노래를 뮤지컬 넘버로 사용해 향수를 자극하고, 윤도현, 김무열과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을 출연시키는 등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으로 폭넓은 관심을 받았다. 대극장 창작뮤지컬의 성공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대형 창작뮤지컬들의 제작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광화문 연가>의 흥행은 올해 시장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창작뮤지컬 시장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근래 들어 공연장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예전에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전유물이었던 대극장이 창작뮤지컬에 제공되는 기회가 많아졌다.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해에는 대극장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 공연보다 많았다. 창작뮤지컬 작품 수는 전체 공연의 60%를 넘게 차지하지만 매해 대극장 공연은 적고, 소극장이 많은 ‘대라소창’(대극장 라이선스, 소극장 창작뮤지컬) 경향을 보였다. 여전히 창작뮤지컬에서 소극장 비율은 높으나 대극장 공연 비율이 서서히 향상되면서 창작뮤지컬의 시장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창작뮤지컬의 뉴 웨이브
올해 창작뮤지컬에서 두각을 보인 작품들을 살펴보면 신생 단체이거나 메이저로 구분되지 않은 단체의 작품들이 많았다. 메이저 제작사의 창작뮤지컬 제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설앤컴퍼니는 오랜 개발 단계를 거쳐 <천국의 눈물>을 선보였고, PMC 프러덕션도 신작 주크박스 뮤지컬 <늑대의 유혹>을 만들었으며, CJ E&M은 올해 두 편의 창작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와 <막돼먹은 영애씨>를 올렸다. 그러나 올해 주목받은 창작뮤지컬들은 상반기 히트작 <광화문 연가>(광화문연가 제작)와, 하반기 표를 구하기 힘들었던 <셜록홈즈>(레히 제작), <모비딕>(모비딕 프로덕션 제작) 등이다. 이들은 모두 메이저 회사가 아닌 신생 제작사들의 작품이다. <모비딕>은 트위터 상에서 ‘독립 뮤지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신생 제작사뿐만 아니라 <모비딕>의 정예경 작곡가, 조용신 연출가, <셜록홈즈>의 최종윤 작곡가, 노우성 작가 겸 연출가 등 뮤지컬계 새로운 인물들도 눈에 띈다. 조용신 연출가는 이미 칼럼니스트나 제작 코디네이터로 활약을 하다 이번에 직접 제작 일선에 나섰다. 클래식계 영재로 실력을 인정받은 재원 정예경 작곡가, NYU 출신의 최종윤 작곡가, 2000년대 초반부터 창작뮤지컬을 제작해온 노우성 작가 겸 연출가 등 실력과 경험을 갖춘 숨어있던 창작자들이 나타나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특히 올해 제1회 서울뮤지컬아티스트페스티벌은 창작자들이 주최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공식 페스티벌들은 국가 단체나 언론사, 협회 등이 주관하는 메이저의 영향력 아래 있던 행사였다. 그러나 서울뮤지컬아티스트페스티벌은 아티스트들이 주최로 전면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프로듀서나 제작사 중심으로 재편된 뮤지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신생 창작뮤지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토대에는 창작팩토리,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창작 지원작 등 지원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시장에 바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중간 단계까지 일정 지원을 받으며 공연을 올려볼 수 있었던 것이 본 공연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의 참신한 시도를 지원하고 인력을 배출한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도 새로운 창작자와 작품을 공급한 숨은 공로자이다.
뮤지컬 한류의 기대와 가능성
드라마 한류, K-POP 한류에 이어 ‘뮤지컬 한류’ 이야기가 등장했다. 올해의 뮤지컬 한류 분위기는 K-POP 열풍의 연장선에서 파악할 수 있다. 지난 6월 SS501의 김규종을 앞세운 뮤지컬 <궁>이 교토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대형 공연 제작사인 쇼치쿠는 카라의 멤버인 규리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는 아이돌 그룹인 초신성의 성제를 캐스팅하고 지난 10월 8일부터 11월 6일까지 오사카 쇼치쿠 극장(1,200석 규모)에서 <미녀는 괴로워>를 공연했다. <미녀는 괴로워>를 수입한 쇼치큐사는 이번 한 번의 한국 뮤지컬 수입에 그치지 않고 CJ E&M과 양해각서(MOU)를 3년간 체결하고 해마다 1~2편의 한국 공연을 수입하기로 했다. 이미 다음 작품으로 DJ DOC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가 거론되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는 일본 공연 이후 2012년에 대만과 중국 공연도 준비 중이다. <궁>의 제작사인 그룹 에이트도 다음 작품으로 드라마 <탐나는도다>를 뮤지컬로 제작해, <궁>과 같이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교과서에도 수록된 뮤지컬 <빨래>는 일본의 퓨어 메리사가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는 버전으로 내년 도쿄 미츠코시 극장(2월 4일~16일), 오사카 산케이홀 브리제(2월 17일~18일)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PMC 프러덕션의 <늑대의 유혹> 또한 아직 한류 열풍에 동참한 것은 아니지만 뮤지컬 한류를 지향하며 제작됐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뮤지컬 넘버로 사용하고 슈퍼주니어의 려욱과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을 출연시켜 일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드라마 한류’, ‘K-POP 한류’ 에 이어 ‘뮤지컬 한류’가 시작한 것이 아니냐며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일본에 진출한 뮤지컬들은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하여 K-POP 열풍을 확산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 드라마나 가요가 자체 콘텐츠의 우수성으로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것과 달리 뮤지컬은 아이돌 캐스팅에 기댄 측면이 크다. 그래서 진정한 뮤지컬 한류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소녀시대, 보아, 수퍼주니어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계획은 기존 한류에서 진화된 뮤지컬 한류의 가능성을 예시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대표는 자사의 인기 아이돌이 출연하는 ‘SM 타운 라이브 콘서트’ 같은 뮤지컬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유명 아이돌의 인기곡으로 구성된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 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현지 배우나 가수를 캐스팅하는 현지화로도 유도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이처럼 K-POP 한류에 종속된 형태로 뮤지컬 한류가 지속되겠지만, 당당히 독립된 한류를 이룰 가능성이 없진 않다.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달고나>, <빨래> 등의 라이선스가 판매됐고, 국내 창작뮤지컬의 제작력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에서 국내 뮤지컬들은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작품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진정한 뮤지컬 한류를 위해서는 드라마나 가요가 국내 시장에서 자체 콘텐츠의 힘으로 성공한 후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처럼 창작뮤지컬도 콘텐츠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 단시일에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창작뮤지컬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과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그 가능성이 어둡지만은 않다.
반짝 빛나고 만 소셜커머스
2010년경부터 점차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새로운 유통 형태인 소셜커머스가 인기였다. 올해 초 중간 마진을 없애고 단체 구매로 가격을 낮추는 소셜커머스가 공연계에도 새로운 판매 채널로 각광을 받았다. 공연 산업은 그날 소비되지 않으면 가치가 상실되는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할인된 금액이라도 그날 여유 티켓을 소비할 수 있는 소셜커머스는 제작사로서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관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제작사는 여유 좌석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식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소셜커머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초기에 소셜커머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공연 제작사들이 하나둘 관심을 끊고 있다. 그 폐해가 심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시장의 공연 티켓 가격을 왜곡시켰다. 50%에서 많게는 70%까지 할인율이 정해지는 소셜커머스 상품들로 인해 사전 예매라든가, 정당한 가격을 주고 공연을 구매하려는 관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제값을 주고 구매한 관객을 바보로 만든 것이다. 또한 덤핑처럼 할인된 가격으로 처분하는 판매 방식 때문에 특별한 행사처럼 여겼던 공연 이미지가 나빠졌다. 게다가 처음에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수수료를 무료로 하거나 낮게 책정하던 것에서 점점 수수료를 올려 할인율과 수수료를 떼고 나면 실제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여전히 소셜커머스는 홍보 효과가 있고, 빈 객석을 할인된 금액으로나마 채울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홍보 여건이 어렵고 한 자리라도 아쉬운 열악한 제작사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일부 제작자는 객석 점유율이 떨어지더라도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 관객이 없는 작품이라는 부정적인 소문이 돌아 차라리 초대권으로 객석을 메우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올초 과열된 시장에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는 새로운 유통망으로 주목받았던 소셜커머스는 더 이상 중요한 마케팅 방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요즘은 소셜커머스를 홍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적은 량의 티켓을 제공해서 대중들에게 작품을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올해 중요한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던 소셜커머스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9호 2011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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