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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획-1] 창작뮤지컬의 산파, 지원 제도 [No.96]

글 |박병성 2011-10-04 4,240

한해에 올라가는 창작뮤지컬의 작품 수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훨씬 웃돌지만 시장 규모는 라이선스 뮤지컬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창작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에 경쟁력에서 떨어지면서도 상업예술이라는 특성 때문에 제도적인 지원의 사각 지역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창작뮤지컬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단계적으로 집중 지원을 하는 창작팩토리에는 연극과 구별하여 독립적으로 뮤지컬을 지원하고 있고,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는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을 고정 운영하면서 트라이아웃지로서 페스티벌의 특성을 갖춰 나가고 있다. 그리고 CJ 아지트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워그숍 형태의 창작자를 교육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특색 있는 지원제도이다. 이러한 창작뮤지컬 지원 제도를 꼼꼼히 살핀다면 열악한 제작 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재 창작뮤지컬의 산파 역할을 하는 지원제도를 알아본다.

 

 

최근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뮤지컬 중 창작뮤지컬들이 눈에 띈다. <모비딕>, <셜록홈즈>, <스트릿 라이프> 등은 초연 창작뮤지컬인데도 라이선스 작품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은 작품들이다. 최근 국내 창작뮤지컬들을 보면 미래를 밝게 예측하게 한다. 창작진의 실력이 좋아졌고 작품들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이러한 발전에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의 꾸준한 지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 대표적인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은 창작팩토리, 대구뮤지컬페스티벌,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각각이 지원하는 방식이나 대상이 다르다. 국내 영화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 한국영화진흥원의 막대한 지원과 후원이 있었듯, 뮤지컬 역시 창작뮤지컬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창작뮤지컬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알아본다.

 

단계별 집중 지원 | 창작팩토리
상업적인 특성으로 인해 뮤지컬의 국가적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창작팩토리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거의 유일한 뮤지컬 지원 제도이다. 운영 주체가 국가인 만큼 지원 규모나 혜택이 크다. 창작팩토리는 대본 과정부터 시범 공연, 본 공연, 재공연까지 네 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8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제도로 자리 잡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접수 방식이나 지원금 지급 방식 등 세부적인 면들은 수정 보완되었지만 단계적 집중 지원을 통해 공연 레퍼토리를 육성하겠다는 기본 원칙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대본 공모 단계에서는 뮤지컬 대본과 전체 곡을 담은 CD를 제출해야 한다. 총 세 작품을 선발하며 상금은 각 편당 2천만 원을 지급한다. 대본 공모에 뽑힌 작품들은 자동적으로 시범 공연 공모 자격을 받게 된다. 총 여섯 작품이 경연을 벌이는데 대본 공모에서 선정된 작품을 제외한 작품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올해의 경우에는 대본 공모 당선작 2편이 지원을 해서 4편만 새롭게 시범 공모 지원작을 뽑았다. 시범 공연 공모에는 대본을 발표했더라도 공연되지 않은 작품이라면 지원이 가능하다. 사업 계획서와 대본 그리고 음악을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뽑힌 작품들은 시범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금 1천5백만 원을 지원받는다. 2달간의 시범 공연 제작 기간이 주어지고 60분 이내 발표를 마쳐야 한다. 발표 방식은 자유이지만 작품 자체만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과도한 연출이나 도구 사용의 자제를 권유한다. 또한 10분 안에 무대 셋업과 철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범 공연 심사에서 세 작품을 선발해 다음해에 공연을 올리는 조건으로 제작비를 지원한다. 제작비는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평균 작품당 7천만 원이 지급된다. 전체 2억 1천만 원 예산에서 작품의 규모에 따라 세 작품을 차등 지원한다. 지원금 수혜자는 다음 년도 말까지 5일 5회 이상의 공연을 올려야 한다. 재공연 지원은 이전까지는 우수 창작뮤지컬을 지원하는 것에서, 단계별로 집중 지원한다는 창작팩토리의 설립 취지를 살려 2011년부터는 지금까지 창작팩토리의 모든 단계에서 한번이라도 지원을 받은 작품이 재공연을 할 경우 대상으로 삼는다. 집중 지원 방식을 통해 레퍼토리 작품을 양산하겠다는 의지이다. 두 작품을 지원하며 재공연 지원 역시 총예산 9천만 원에서 작품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창작팩토리는 상금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속된 공연을 올리기만 한다면 영수증 증빙이나 기타 서류 제출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작품이라면 도전! 상업성은 떨어지지만 문제의식 있는 진중한 작품이라면 창작팩토리에 도전할 만하다. 트렌드에서 벗어나고 대중 취향이 아닌 작품일 경우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창작팩토리의 단계별 지원을 모두 받는다면 제작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2009년 대본 공모에 신청한 <도도>는 창작뮤지컬의 4단계 지원을 모두 받은 유일한 작품이다. 부족한 것 모르고 부잣집에서 자란 애완견 도도가 스스로 집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주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유기 동물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 경시 풍조에 경각심을 울린다. <도도>는 관객 타깃층이 불명확하고 트렌드에서 벗어났지만 진중한 주제 의식으로 창작팩토리의 모든 과정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심사 기준 | 창작팩토리의 심사 기준은 예술성과 대중성, 그리고 레퍼토리화가 가능한가를 모두 고려한다. 한마디로 잘 만든 작품을 선호한다. 대본 지원은 덜 영향을 받지만 제작 지원의 경우 지원자가 제작할 역량은 있는지 실제 공연 계획서도 중요 판단 근거가 된다. 
아쉬운 점 | 시범 공연 심사에 참여하는 작품들에게 1천5백만 원을 지원한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가 많고 여러 명의 연주자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부족한 액수다. 창작팩토리 측은 시범 공연보다 본 제작에 지원액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지원 작품 리스트 | <바람을 불어라>, <봄에 눈이 와요>, <기발한 자살여행>, <낭만에 대하여>, <소경의 초상>, <오월엔 결혼할 거야>, <영웅을 기다리며>, <마이 스케어리 걸>, <라디오 스타>, <한밤의 세레나데>, <형제는 용감했다>, <별이, 날아오르다>, <도도>, <사이드 미러>, <달콤한 나의 도시>, <번지점프를 하다>, <아버지의 노래>, <연탄길>, <왕세자 실종사건>, <은마헬스 밴드>, <스페셜 레터>, <날아라, 박씨!>, <삼선동 4가>, <콩칠팔 새삼륙>, <궁>, <러브포엠>, <식구를 찾아서>, <영웅>, <베텐카의 소녀>, <수궁 판타지>, <환상동화>, <언더니스 메모리>
www.창작팩토리.kr   문의 02) 727-0905~6

 

트라이아웃의 적소 |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 지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은 축제 기간에 선보일 창작뮤지컬들을 선정하여 공연을 올리는 조건으로 제작비를 지원한다. 딤프의 창작 지원작의 조건은 딤프에서 초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재단에서 워크숍이나 쇼케이스 지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공연되지 않았으면 지원이 가능하지만, 일단 정식 공연된 작품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올해 작품당 지원금은 규모에 따라 4천만 원, 5천만 원을 제공했다. 예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스페셜 레터>, <번지점프를 하다>, <풀하우스>가 각각 6천만 원씩 최고 지원금을 받았다. 해마다 3~5작품을 지원한다. 공연은 5회 정도 진행되며 공연 티켓 판매비는 제작사가 받게 된다.
페스티벌 기간에 대구 지역의 공연장을 할당 받는데 무료 대관으로 진행된다. 공연장 지원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전체 홍보를 함께해 준다. 여러 뮤지컬이 공연되는 페스티벌에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사무국에서의 홍보 이외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는다. 무엇보다 딤프 창작 지원의 매력은 대상작을 뉴욕뮤지컬페스티벌(이하 님프)에 참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딤프 창작 지원에 선보인 작품들 중 대상작은 다음해 딤프에 공식 초청 자격을 주는 동시에 공연이 끝나면 님프에 참가하게 된다. 딤프는 님프와 공동 협약을 맺고 상호 작품을 교환해서 선보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9월에 올리던 님프를 7~8월경으로 옮겨 딤프가 끝나고 곧장 님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갑작스런 예산 감소로 님프를 방문하지 못했다.
딤프에 참가한 팀들은 한결같이 대구 관객들의 열광적인 뮤지컬 사랑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대구 관객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고 있어 힘든 과정을 잊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작품이라면 도전 ! 딤프는 트라이아웃 공연지로는 적소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앞두고 지방 도시에서 트라이 공연을 하는 것처럼 딤프는 그런 구실을 톡톡히 한다. 서울 공연 전 무대에서 시연함으로써 무대 기술적인 면이나 연출적인 면을 보완할 수 있고, 관객들의 반응도 점검할 수 있다. 공연 기간이 짧고 작품을 제대로 올리기에 충분한 금액이 지원되지  않으므로 대극장 작품보다는 소극장 작품이 유리하고, 대극장 작품이라도 무대 기술적인 것을 확인하기보다는 관객 반응이나 무대 시연에 목표를 두는 것이 좋다. 딤프 공연과 서울 공연의 기간을 짧게 해서 무대 세트나 의상 제작비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모비딕>은 6월 대구 공연 이후 곧바로 7월 서울에서 공연하면서 제작비를 줄일 수 있었다.
심사 기준 | 지원서에 제시된 심사 기준은 독창성과 예술성, 완성도와 대중성이다.
아쉬운 점 | 지원 제도에서 늘 아쉬운 것은 지원 금액이다. 딤프 공연만을 보고 제작해서 수익을 맞추기는 굉장히 힘들다. 작품 규모가 크고 출연 배우가 많다면 더더욱 그렇다. 지원을 받았던 이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지점은 지원금의 확대이다. 연고지가 다른 지역에 내려가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품을 제작하기에 4~5천만 원은 매진을 시킨다 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 하나는 공연장 배정 방식 기준이 불분명하고, 예정된 행사가 갑자기 취소되는 등 페스티벌의 비체계적인 진행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지원 작품 리스트 | 2회 - <마이 스케어리 걸>, <시간에>, <포에버> / 3회 - <신문고>, <스페셜 레터>, <탱고>, <문리버>, <사랑을 훔치세요> / 4회 - <번지 점프를 하다>, <사이드 미러>, <헨젤과 그레텔>, <표절의 왕>, <풀 하우스> / 5회 <모비딕>, <식구를 찾아서>, <키네마 보이즈>
www.dimf.or.kr  문의 053) 622-1945

 

작품 개발과 신인 창작자 육성 지원 |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2010년부터 CJ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완성된 작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되는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고,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자를 육성하는 지원 제도이다.
작품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리딩 공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완성된 대본이나 전체 곡을 받지 않는다. 대신 작품 컨셉이나 제작 의도, 그리고 트리트먼트와 3곡 이상의 음악을 제출해야 한다. 심사를 통해 3~4작품을 선발하고 리딩 공연을 완성하도록 도움을 준다. 보통의 지원 제도가 금액 지원으로 그치고 말지만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경우는 기획 팀이 리딩 공연 제작에 깊이 참여하여,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연습실 대관은 물론, 배우 캐스팅, 전단지 제작, 홍보까지 기획 일을 전담하여 도와준다. 작품 제작에서도 리딩 대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원하는 전문 창작자들에게 멘토링을 받게 해준다. <사랑을 포기한 남자>의 경우에는 창작자들의 제안으로 스토리텔링 전문 회사에 의뢰해 스토리 닥터링을 받게 해주었다. 작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문가 리뷰를 3차례 정도 받게 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여간다. 한 작품당 2~3천만 원 정도를 지원하게 된다. 작품 개발 이후 완성된 작품의 권리는 모두 창작자들에게 있으며 재단 측은 지원만 하고 권리를 나누지는 않는다.
제작 지원 과정에서도 드러나듯 좋은 작품을 개발하려는 목적과 함께 신인 창작자를 육성하겠다는 취지가 크다. 그래서 상업 프로덕션에 3회 이상 참여한 창작자는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 지원할 수 없다. 그만큼 신인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이다. 음악감독이나 기타 뮤지컬 경험이 많지만 실제 제작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경우 지원이 가능하다.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리딩까지 책임지는 제도이지만 작품이 제작되면 사후 지원을 하기도 한다. <모비딕> 두산 공연은 사후 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작품이라면 도전! 뮤지컬 제작 경험이 없더라도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뮤지컬 창작자의 꿈을 가진 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국내에서 뮤지컬 창작을 지도받을 수 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는데 이 프로그램은 리딩 작품 제작 과정을 통해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채> 팀은 실제 공연 경험은 없지만 아이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선정되어서 값진 경험을 한 케이스다.
심사 기준| 이 지원 제도 역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추구한다. 공연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업적인 성격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느 지원 제도에 비해 실험적인 시도를 지지하는 편이다. 액터-뮤지션인 <모비딕>이나 송싸이클 뮤지컬 방식을 시도한 <중독>, 영상을 적극적으로 극으로 끌어들인 <사랑을 포기한 남자>까지 아직은 검증받은 시도가 아니지만 실험적인 시도를 지지하고 기회를 주었다.
아쉬운 점 | 지원 자격이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업 프로덕션에 2회 이하 참여자로 한정하다 보니 정작 신인이긴 하지만 기준에 맞지 않아 시도를 못하는 이들이 생긴다. 작품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어느 정도 경험을 갖춘 창작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좋은데 그런 가능성이 차단된다. 자칫 완전 초보자들을 위한 제도로 퇴색될 수도 있다. 리딩까지는 공들여 개발해 놓지만 그 이후는 순전히 창작자들의 몫이다.
지원 작품 리스트 | <모비딕>, <중독>, <사랑을 포기한 남자>, <리심>, <풍월주>, <여신님이 보고계셔>, <이채>, <헬로 파인데이>, <아보카토>, <클라라>
www.cjazit.org  문의 02) 2280-3160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6호 2011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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