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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로열티, 어떻게 받고 있습니까? [NO.96]

글 |배경희 2011-09-30 5,890

얼마 전 로열티*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롱런 중인 창작뮤지컬의 극작가에게 일정 금액의 로열티가 매달 월급처럼 지급된다는 것. 그로 인해 해당 작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일반적인 이야기일까? 궁금증은 여기서 출발했다. 

 

 

+ 바이아웃 피: 저작권 양도 계약 방식. 창작물과 그에 대한 권리를 일괄적으로 팔고 사는 것으로 추후 수익이 나더라도 최초의 사례 외에 다른 금전적 보상은 없다. 수익 분배: 공연의 수익에 따라 개런티를 지급하는 것. 매출 분배: 수익과는 상관없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것. 로열티: 선급금에 매출 대비 러닝 로열티가 결합된 형태로, 로열티 수혜 대상에는 프로듀서와 분야별 디자이너까지 포함된다.

 

 

 

“로열티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최근 두 달 사이에 만난 창작 스태프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로열티요?” 다수에게 심드렁한 반응이 돌아온다. 하나 마나 한 소리는 왜 하냐는 이야기다. 2001년을 기점으로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된 이래 창작뮤지컬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왜 로열티를 받는 스태프는 찾아보기 힘든 걸까? 악덕 프로듀서가 로열티를 주지 않아서? 아니다. 이는 로열티 계약 방식을 도입한 프로덕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열티 계약 자체가 어려운, 정확히 말해 의미가 없는 실정이므로 오히려 창작자들이 이 같은 계약 방식을 꺼린다는 것.


창작자들이 로열티 계약을 반기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로열티의 실효성이 생기려면 창작물이 장기간, 널리 쓰여야 한다. 즉, 대형 작품이 장기 공연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야 그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거의 대부분 작품이 소극장에서 단기간으로 공연되어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재공연 여부는 불투명하다. 창작뮤지컬이 해외로 판권이 팔리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창작뮤지컬이 수익을 내는 사례가 거의 없고,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로열티 계약을 하더라도 명목상 받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작품당 통으로 계약하는 게 오히려 유리합니다.” 창작자들의 설명이다. 가령 A의 개런티가 1,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000만 원을 선급금으로 받느냐, 또는 개런티의 80%만 선급금으로 받고 20%는 로열티로 받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인데, 국내에서는 전자가 일반적인 방식이다. 작가나 작곡가는 한번 대본을 완성하면 끝이지만, 공연이 될 때마다 다시 노동력을 들여야 하는 안무가나 기타 디자이너들은 재공연에 대해서 어떻게 보상을 받을까? “재공연이나 지방 투어 공연에 대해서는 별도의 개런티를 받습니다. 재공연시 초연 개런티의 30~70%를, 지방 공연은 20~30%정도를 받는다고 보면 돼요. 제작사별로 천차만별이에요.” 스태프 A의 말이다. 경력 7년 차 디자이너 B는 개런티로 200만 원을 받고 재공연에서 70만 원을 받았는데 “이는 대우가 후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국내에서 로열티를 받는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롱런하고 있는 작품의 창작자, 또는 A급 작곡가와 작가는 로열티 계약이 이뤄진다. 작가와 작곡가가 2퍼센트 내외의 로열티를 받는다.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희망,<김종욱 찾기>나 <빨래>가 그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김종욱 찾기>의 경우 장유정 작가와 김혜성 작곡가가 로열티 계약을 요구했다는 것. 김혜성 작곡가는 “계약서가 허술하고 창작자가 제작자와 직접 협상을 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첫 작품 <송산야화>의 계약 실패 이후 계약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계약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종욱 찾기>가 창작자의 의지였다면, <빨래>의 경우는 프로듀서의 의지로 로열티 계약이 이뤄진 경우다. 2005년 초연 후 바이아웃 피(Buy-Out Fee), 매출 분배, 수익 분배* 등 계약 유형의 변화를 거쳐 2009년부터 로열티 지급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 “사실 초연 당시에는 계약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여건이 여러모로 어렵지만, 공연이 초기 안정화에 들어서면서 기준점을 가지고 수입을 나누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프로덕션별로 계약 방식이 각각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고, 계약금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창작자에 대한 보상 차원이기도 합니다.” 이지호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현재 <빨래>의 작가와 작곡가가 받는 로열티는 제작사와 창작자들이 목표로 하는 기준에는 못 미치는 수준. “로열티는 ‘어느 기점을 수익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시즌별로 정산했을 경우, 수익을 올렸던 시기가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작품 개발 및 초기 단계를 거치면서 그렇지 않았던 시즌이 더 많았기 때문에 상연 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아직 수익이 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100원을 벌었다면 105원이 지출된 상태인 거죠. 즉, 로열티는 큰 수익을 내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프로덕션 형태를 그려보고 싶어 도입하게 됐어요.” 이지호 프로듀서는 이렇게 덧붙였다. “<빨래>의 경우, 창작/기획/제작/배급을 모두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극명한 장단점을 가진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발전 가능성을 전제로 끊임없는 재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항상 고민이죠. 아마 2012년 하반기에는 프로덕션이 안정화되어 2013년부터는 제 기준에 의한 적정모델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바람직한 이야기다. 대학로에서 사랑받는 오픈 런 공연 중에서 저작권 양도 계약 방식을 쓴 경우도 있다. “창작물 사용에 대한 동의나 금전적인 보상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돈을 버는 사람은 없는데, 공연을 해야 하니까 암묵적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요.” 또한 “제작자와 창작자의 갑을 관계, 공과 사를 구분 짓지 못하고 정으로 묶여 있는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창작자들의 말이다.

 


그렇다면 한 세기 전 산업화를 이룬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어떨까? 북 뮤지컬의 효시라 볼 수 있는 <쇼보트>(1927) 이후 창작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바이아웃 피, 수익 분배, 매출 분배 등 계약 유형의 변화를 겪어 점차 많은 권익을 찾고 지적재산권을 행사하는 발전을 이루어왔다. 브로드웨이는 로열티 지급에 대한 절차가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는데, 제작자와 창작자를 중개하는 완충지대로서 에이전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브로드웨이 창작진의 평균 로열티 요율은 수익의 5~6퍼센트. 로열티 요율은 작품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퍼센트를 차지하는 건 작가와 작곡가다. 또한 경쟁이 치열하고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브로드웨이보다는 웨스트엔드가 로열티 요율이 높게 산정된 편인데 실례로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캣츠>의 경우 작곡·작사·작가 9%, 프로듀서 3.5%, 연출가 1~1.5%의 로열티를 받는데 비해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위키드>는 작곡·작사·극작가 6%, 프로듀서 2~3%, 연출가 1~2%로 산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로열티는 대외비’다. 프로덕션은 로열티가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 외에 그 어떤 구체적인 언급도 삼간다. 스태프의 로열티가 공개되면 ‘누구는 이만큼 받는데 난 그만큼 못 받아서’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물론  브로드웨이 방식을 우리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브로드웨이는 오랜 동안 시대적인 상황, 시장의 특성 등이 고려돼 자국의 문화에 맞게 계약 방식이 변화해 왔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로열티죠. 배경에 대한 이해 과정 없이 우리나라와 브로드웨이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예요.” 김종헌 프로듀서의 말이다. 엄연히 말해 창작뮤지컬계는 브로드웨이가 아닌 오프브로드웨이, 오프오프브로드웨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하지만 창작뮤지컬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지금, 창작자들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며 로열티 요율의 산정이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창작자는 “제작사는 해외 사례 중 국내 상황에 적용 가능한 사례를 찾아 수익 모델을 만들고 보전 시기를 산정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장기적으로 에이전시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 이젠 제작사와 창작자가 함께 길을 찾아야 할 시기다. 제작자와 창작자는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책임과 수익에 대한 권리를 공유할 책임이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6호 2011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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