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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④]창작뮤지컬에서 '뮤지컬'로②

글 |최승연(뮤지컬 평론가) 사진 |아이스톡 2024-07-22 1,578

탄탄한 대본과 뛰어난 만듦새를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K-뮤지컬.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더뮤지컬이 6, 7월 두 달에 걸쳐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봅니다. 

 


 

 

중국: 한국 중소극장 뮤지컬의 현지화로 활로를 찾다

중국에서 뮤지컬은 개혁개방이 이뤄졌던 198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첫 뮤지컬은 <요즘 젊은이>(1982), 그리고 1980년대 미중 대외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수입되었던 <판타스틱스>(1987, 중국 제목 <이상천개>)와 <뮤직 맨>(1987, <악기 세일즈맨>)이었다. ‘한국 뮤지컬의 중국 시장 진출 사례’를 연구한 원월아에 의하면, 2000년대 이후 세 편의 작품이 중국 뮤지컬사의 전기를 만들었다. 2002년 상하이대극원에서 수입했던 전미 투어팀의 공연 <레 미제라블>,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이하 아주연창)가 제작한 2011년 중국판 라이선스 뮤지컬 <맘마미아>, 그리고 2013년 역시 아주연창에서 제작한 라이선스 중국어 공연 <김종욱 찾기>(<첫사랑 찾기>)가 그것이다. <레 미제라블>은 마치 한국 라이선스 초연 <오페라의 유령>처럼 뮤지컬을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맘마미아>는 최초로 흥행에 성공한 중국어 공연으로서 중국어 뮤지컬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김종욱 찾기>는 소극장 뮤지컬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초창기 중국 뮤지컬사에서 한국 뮤지컬의 영향은 적지 않다. CJ ENM은 2011년 일본과 중국에서 뮤지컬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은 ‘한류 스타를 앞세운 멀티 콘텐츠 전략’으로, 중국은 ‘현지화 전략’으로 접근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에 따라 CJ ENM은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와 함께 합자법인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아주연창이었다. CJ ENM은 아주연창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현지화와 유통에 대한 감각을 익혔고 이는 한국의 유수 민간 제작사에서 중국 진출을 구체화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그 과정에서 <김종욱 찾기>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에서 2013~2015년 3년 동안 공연을 지속했고 이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중국에서 라이선싱된 첫 한국 뮤지컬이 되었다. 현 쇼노트 이성훈 대표는 당시 아주연창 공연총괄부장으로서 상하이에서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했다.

 

이후 2019년까지 한국 뮤지컬은 중국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12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중국 공연시장 진출 A to Z』에 따르면, 한국 뮤지컬의 중국 라이선스 공연은 2013년 1개 작품에서 2019년 총 11개 작품으로 늘어났다. 라이브(주)의 <총각네 야채가게>(2014, 아주연창)와 <마이 버킷 리스트>(2017, 상하이문화광장), PMC프러덕션의 <난쟁이들>(2016, 카이신마화), 씨에이치수박의 <빨래>(2017, 용마사), HJ컬쳐의 <빈센트 반 고흐>(2017, 뮤시문화)와 <라흐마니노프>(2018, 상하이문화광장),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의 <원스어폰어타임 인 해운대>(2018, 카이신마화)와 <인터뷰>(2019, SMG), 라이브(주)와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의 <랭보>(2018, 해소문화), 서윤미 연출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라이선싱한 <블랙 메리 포핀스>(2019, 중어문화&포커스테이지) 그리고 파파프로덕션의 <미스터 마우스>(2019, 포커스테이지)가 이름을 올렸다. 물론 한국의 오리지널 투어 공연 역시 병행되어 2019년 말까지 14개 제작사의 15개 작품이 공연되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세는 전반적으로 다소 느린 편이었다. 중국 뮤지컬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눌 수 있는데, 총 매출액 약 6억 위안(한화 1,140억 원, 한국 시장 약 2005년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9년까지 뮤지컬은 대중들에게 대체로 ‘클래식’한 장르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당시 중국에서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과 같은 클래식 작품들의 오리지널 공연이 압도적인 입지를 차지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 뮤지컬은 라이선스 방식이 선호되었는데, 중국인들에게 공감될 수 있는 ‘정서’로 어필해야 사업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코로나 시대에는 중국 내 공연들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시장 총 매출액이 1억 위안으로 축소되었고 이후 코로나가 점차 완화되자 완전히 다른 단계로 진입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1년 10억 2,200만 위안, 2023년 13억 2,200만 위안(한화 약 2,500억 원, 한국 시장 2012년 매출액)을 기록하며 빠르게 발전하는 시장으로 변모되었다. 그 과정에서 오리지널과 라이선스 공연 제작 외에 중국 창작 뮤지컬 개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진 것은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정부의 투자, 소극장 클러스터의 개발, 상하이에 들어선 연예신공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장 구축 등에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한국 뮤지컬은 특히 중소극장 뮤지컬 중심으로 중국에 수입되어 다양한 버전으로 현지화됨으로써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상하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미아 파밀리아>(2020, <아폴로니아>), <미오 프라텔로>(2021, <산타루치아>)를 먼저 거론할 수 있다. 2018년 설립된 포커스테이지에서 수입하여 적극적으로 현지화한 두 작품은 ‘오픈런 장소특정적 공연’을 의미하는 ‘환경식 상주 뮤지컬’이라는 양식으로 변모되어 2024년 3월 기준 각각 누적 횟수 2000회, 1000회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동일 제작사의 <우주대스타>(2021, <우주대명성>), <아가사>(2022), 다마이(Damai), 마이라이브(Mailive) 그리고 어메이즈랜드 프로덕션(Amazeland Production)의 <더데빌>(2021, <요곤부사덕>), 상하이문화광장의 <팬레터>(2022, <분사래신>), 레플리카로 공연되었던 <시데레우스>(2022, <성제신사>), <인사이드 윌리엄>(2022, <셰익스피어 파라다이스>), 살루트의 <은하철도의 밤>(2022, <은하철도지야>), <배니싱>(2023, <소실>), <사의 찬미>(2023, <담천>), 블리쇼의 <이상한 나라의 아빠>(2023, <파파적기환세계>) 등 한국의 대표적인 중소극장 뮤지컬들이 거의 대부분 라이선싱 되었으며 향후 수출될 작품 또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뮤지컬은 대부분 현지화 과정을 거쳐 중국에 소개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관객들은 한국 뮤지컬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뮤지컬이 중국인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현상은 한중의 뮤지컬 관객들이 실제로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여성 중심 팬덤의 N차 관극은 중국 뮤지컬 팬들에게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며, 유명 스타나 아이돌 배우 캐스팅을 선호하는 것 역시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중국은 한국 관객보다 연령대가 조금 낮은 18세-25세가 가장 많은 팬층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정도다.

 

 

이와 덧붙여 주목할 것은, 해외에서 뮤지컬 공부를 마친 중국 작업자들이 자국의 뮤지컬 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현상이다. 일례로,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첫 중국 라이선스 뮤지컬 <접변>의 제작사 포커스테이지 대표 유한곤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던 당시 한국에서 직접 공연 제작과 운영 방식을 경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매우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유학 기간 동안의 경험을 녹여 중국으로 가져갈 한국 뮤지컬을 직접 선택,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국화하여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한편 중국 창작 뮤지컬 <그가 사라졌다>, 태국의 주크박스 뮤지컬 <친애적>까지 라인업으로 만들었다. <접변>의 창작자들 역시 국제적인 감각을 갖췄다. 작/작사를 맡은 화안은 콜럼비아 대학교 바너드 칼리지를 졸업했으며 공동 작곡가 엽건봉은 영국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에서 뮤지컬로 석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현재 <접변>이 한국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현상은 이들의 감각과 무관하지 않다. 대본은 한재은 작가의 윤색을 거쳤으나 근본적으로 공연의 중국적 색채가 강하지 않고 오히려 식민 체험을 공통의 역사적 감각으로 부각시킨 것, 캐릭터 사이의 관계성 및 서스펜스를 공연의 지렛대로 삼은 점 등이 한국 수용을 유연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접변> 공연은 한국 시장에 유입될 중국 뮤지컬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접변>의 한국 측 제작사인 네버엔딩플레이 오세혁 대표에 따르면, 현재 포커스테이지를 포함한 중국 제작사와 다각도의 협력 관계를 모색 중이라 한다. 관건은 공연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 관계가 구축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창작진들이 함께 대본을 만들고, 공동으로 제작하는 시스템 정착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중국 뮤지컬 초창기 때부터 제안되었던 ‘원 아시아 마켓’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비로소 구체적인 틀을 잡아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주인공은 한국의 대학로에서 나름의 문법을 구축하며 성장해 왔던 한국의 뮤지컬들이다. 대만과 홍콩 시장 역시 대학로 뮤지컬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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