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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문화 웹진 <아이즈> 강명석 편집장, 대중을 제대로 이해하기 [No.119]

글 |박병성 사진 |김수홍 2013-09-09 5,601

많은 대중매체들이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지나치게 가십성 기사들로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할 때, <10아시아>는 이들 대중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좀 더 개념 있는 접근으로 기존 매체와 구별되는 문화 읽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중심에 강명석 편집장이 있었다. 지난 2월 <10아시아>는 강명석 편집장을 수석기자 및 K-POP 전문기자로 강등하고 편집권을 박탈했다. 강명석 편집장과 일부 기자들은 회사의 부당 인사에 반발에 집단 사퇴했다. 그 후 오는 7월 15일 문화 웹진 <아이즈(ize)>(www.ize.co.kr)를 오픈하며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오픈 후 이틀이 지난 17일 강명석 편집장을 만났다. 그는 밤샘 마감으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피곤한 상태였지만 차분한 어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갔다.

 


새로운 문화 웹진 ‘아이즈’

 

<아이즈>를 오픈했다. <10아시아>의 연장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다른 것을 기대해도 좋을까?
편집장이 같고 일부 같은 기자들이 옮겨와서 만들기 때문에 완전히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처음 제안을 받고 해봐야겠다고 했을 때는 <10아시아> 시즌2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비슷비슷한 성격의 콘텐츠로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스포츠나 웹튠까지 영역을 넓혔고, <10아시아>에서는 매일 밤 TV 프로그램을 보고 리뷰를 쓰곤 했는데 그렇게까진 하지 않고 기획 기사와 심층 기사에 집중하려고 한다.

 

대중 엔터테인먼트는 즐기고 소비해버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접근하는 독자들은 어떤 것을 원하는 것인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자극적인 기사를 원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동시에 깊이 있는 글을 원할 수도 있다. 그걸 다할 것이냐, 한 방향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인데 우리는 후자에 가까운 것을 선택한다. 그것이 깊이 있는 리뷰만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치 있는 지식이나 생각할거리이지 진지함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 있는 지식이나 정보라면 형식이 어떻든 상관없다.

 

최근 ‘집단지성’이 화두가 되곤 한다.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상충하는데, 강 편집장의 생각은 어떤가?
집단지성이나 대중의 여론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그것보다 최근에는 대다수가 생각하는 방향이 이렇구나 하는 것이 훨씬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그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대중의 생각보다 언론의 힘이 강했다. 지금은 여론을 바꿀 수는 있어도 숨길 수는 없는 것 같다. 대중 콘텐츠만 한정해서 말한다면 대중들의 다수 의견들은 대체적으로 맞는 거 같다. 적어도 상업적인 면에서는 거기에서 판가름이 난다. <디 워> 같은 극단적인 평가로 나뉘는 것을 제외한다면 대중들의 취향과 평론가들의 시각 차이도 점점 좁혀지는 것 같다. 즉 웰메이드가 추세이다. 매체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대중들이 좋아한다고 거기서 그치면 안 되고 집단지성에서 나온 의견을 넘어서는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무얼까에 대한 고민에서 <아이즈>가 창간된 것이기도 하다.

 

아이즈가 대중문화계에 어떠한 역할을 하길 바라나?
역할까지는 거창하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쓰는 기사로 제작진이든 누군가 도움을 받고 더 좋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론사 기자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다.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업계 문화랄지 그런 면에서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그런 것을 하지 않고도 좋은 결과물을 내서 운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대중문화를 폄하는 시각이 많이 약해졌긴 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대중문화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이런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나?
폄하는 쪽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폄하는 의견이 실제 대중한테 강한 영향을 발휘한다면 반론이라도 펴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대중들이 먼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기고 있다.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대중예술의 평가와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과거에 비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대중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문화 잡지의 편집장으로서 대중들의 욕망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 매체의 주요 독자는 25세에서 35세 그중 여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을 아예 신경 안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대중문화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관심 있는 층이라는 것도 명확하다. 이들을 정확히만 따라 가도 대중문화의 이슈들은 굉장히 많이 나온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 그런 것을 반영해야 할 것이고, 인터넷 상에서 등장하는 이슈들도 주시하면서 이걸 어떻게 우리 식으로 바꿀까 고민한다.

 

대중이란 관점에서 중년의 아줌마 관객들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들을 위한 문화 콘텐츠는 잘 생산되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뭔가?
아침드라마나 주말드라마 중 시청률이 20%가 넘어가지만 조용한 작품들이 있다. 시청률에 비해 이슈가 덜 되는 작품들이다. 그것은 시청하는 이들의 열정 차이에서 비롯된다.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보기보다는 그냥 보는 측면이 크다. TV 광고 시장에서도 20% 시청률의 아침드라마보다 15%인 미니 시리즈를 선호한다. 왜냐면 미니 시리즈 시청자들이 관련 상품을 소비하고, 드라마를 열성적으로 보고 퍼뜨리기 때문이다. 다만 나중에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의 중장년층이 처음 대중 콘텐츠를 경험한 세대라면, 20대 중반부터 넓게는 40대 초반까지는 20대부터 대중문화 소비를 익숙하게 해온 세대들이다. 이들이 완전히 중장년층에 편입된다면 그들을 위한 기사가 나올 것이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작품들이 흥행을 하고 인기를 끌기도 한다. 대중들은 지지했으나 평론가로서 미학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떤 태도를 취하나.
장르적인 정형성을 노리고 제작되는 작품들이 있다. 상업적인 포인트를 잡아가며 재밌게 풀어가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단지 상업적인 코드를 사용했다고 해서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 제일 나쁜 것은 게으르고 무성의한 것이다. 평단과 관객의 평가가 크게 차이나는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를 만든 김용화일 것이다.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대중들의 욕망도 잘 잡아내고 순수히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성실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관객들에게 와 닿은 것이다. 흥행적인 성적만 좋은 작품도 물론 있다. 그런 작품일지라도 왜 잘되는지 파악하고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것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도 아니라면 아니라고 쓸 수밖에 없다.

 

최근 쓴 글을 보면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다룬 기사가 많다. 주목하는 이유가 있나? 관심 갖는 프로그램이라면?
어쩔 수 없다. 지상파는 점점 재미없어지는 반면 케이블 프로그램은 점점 재밌어지고 있다. 채널 수도 많지만 이젠 지상파의 어지간한 프로그램 수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보는 입장에서 새롭기도 하고 재미도 크게 안 떨어진다. 압도적이다고 할 만한 프로그램은 없고, 눈에 띈다고 하면 jtbc의 <썰전> 같은 경우는 요즘 30대 남자들이 인터넷이나 술자리에서 가장 관심 있는 소재를 토크로 옮겨왔는데 재밌게 풀어낼 줄 안다. 그런 점에서 좋은 기획인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아이즈> 창간 이유로 ‘20~30대 젊은 층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트렌드를 오랜 동안 관찰한 사람으로서, 최근 젊은이들에게 보이는 두드러진 성향이라면?
트렌드라고 말하기까지는 그렇고, 요즘 20대들은 본인들의 생활 자체가 중요하게 된 것 같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느냐가 관심사다. 카테고리로 치자면 연예말고 생활이 더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자기가 편의점에서 뭘 먹고, 커피는 어떤 걸 마시는지 그게 이슈거리가 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관심사에 포함된다. 소비라고 했지 소비문화라고 부른 것도 90년대에서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다. 지금은 ‘소비 생활’인 것 같다. 내가 읽고, 먹고 하는 것이 다 관심거리고, 그것을 재밌게 엮으면 흥미로운 콘텐츠가 된다. 이렇게 생활 패턴이 달라진 이유는 인터넷이 생활의 기반을 이루기 때문이다. 출판만화 시장은 어려워졌지만 웹튠 시장은 굉장히 커졌다. 방 안에서 컴퓨터나 모바일로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지금의 엔터테인먼트인 것 같다. 이번 <아이즈> 코너 중 편의점 패스트 푸드를 가지고 최대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는 ‘독거의 신’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이 코너는 어지간한 연예 프로그램보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반응이 오고 있다.

 


대중문화지 편집장으로 살아간다는 것

 

주요 독자들이 젊은 세대인데,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는가?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그냥 일 자체가 대중문화 콘텐츠를 보고 듣고 즐기는 거라서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그 감각을 유지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는데 편집장은 오히려 그것을 다 따라가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지금 같이 일하는 나이 어린 기자는 90년생이다. 어린 친구들이 생각한 아이템을 어떻게 판단하고 좋은 기사로 발전시켜줄 수 있느냐가 내 일이지 그걸 다 따라갈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즐기는 게 20대보다 나이 들거나 감각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자신도 있다. 매주 장르 가리지 않고 음반을 7~8장씩 사는데 신보나 새로 나온 뮤지션 음반은 다 산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대중문화 콘텐츠에 관해서는 내가 더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워낙 많다. 어느 정도나 챙겨 보나?
혼자 다 볼 수는 없다. 새로 하는 프로그램이나 주변에서 괜찮다고 하면 체크는 한다. 매체에 있다 보니 구성원들과 같이 나눠서 정보 공유를 하니까 좋은 것 같다. 요즘은 창간 때문에 소홀했는데, 평소에는 출근 전에 보고, 차로 이동하면서 아이패드에 책을 담아서 본다. 회사 출근해서는 비는 시간마다 TV를 보고, 퇴근해서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듣고, 별일 없을 때는 TV를 계속 틀어놓고, 자기 전에 독서를 하는 사이클이다. 건강에 필수인 것 같아 간단한 운동도 한다.

 

TV 드라마, 영화, 음악 다양한 장르를 즐겨야 한다. 호러물은 별로 안 좋아한다거나 하는 것처럼 싫어하는 장르도 있나?
장르 때문에 싫은 것은 없다. 어마어마하게 잔인한 것이 나오면 그걸 싫어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호러도 잘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친구들도 그럴 것이다. 예전엔는 드라마나 영화 등이 노출되는 통로가 적었다. 지금은 유투브로 음악을 듣는다거나 불법다운 받아 보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영화를 보는 등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취향을 가리는 것은 적게 볼 때 그러는 것인데 많이 보면 볼수록 장르를 안 따지게 된다.

 

한 프로필에 ‘21년째 보고 듣고 쓰고 읽고 있다. 22년째에는 조금 잘 쓸 수 있기를’이라고 적었다. 개인적인 계획이라면?
매체에 대한 계획은 어렴풋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장기 계획은 없는 거 같다. 이 매체가 잘 됐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프로필 그대로 내년에는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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