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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재주소년 박경환, 눈 감으면 바다 [No.114]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3-04-03 4,234

10년 전 재주소년이란 이름으로 음악의 바다에 몸을 실었던 박경환이 비로소 그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풋풋했던 소년이 무르익은 청년이 되는 동안 그도 세상도  모두 변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박경환의 1집 「다시 겨울」을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도 있음을.  

 

다시 새로운 시작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10년 전 재주소년으로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시절, 마치 한량처럼 작업했던 그 때의 모습을 지향하며 음악에 몰두했죠.” 그렇게 박경환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앨범을 꺼내들었다. 오랜 친구 유상봉과 함께 재주소년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던 2003년,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만이다. 2010년 11월 서로가 지향하는 음악의 길을 가기 위해 해체를 선언했던 재주소년. 그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안녕’이었다.

 

 

“해체한 이듬해 무작정 기타를 들고 떠났어요. 문득 재주소년 때 지방에서 클럽 공연했던 것이 생각났죠. 예전 매니저에게 클럽 사장님들의 연락처를 받은 후 즉흥적으로 공연을 제안했어요. 부산, 포항, 광주 등을 다니며 클럽에서 노래도 부르고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죠.” 박경환은 스물아홉 생일을 맞아 지난 기억들을 되짚는 역방향 여행을 시작했고, 그 여정에는 자연스레 음악이 스며들었다.

 

그는 오래 미뤄둔 대학 졸업을 위해 마음의 고향인 제주도에도 내려갔다. “졸업식 전날 <졸업전야>라는 공연을 했어요. 오랜만에 학교 선후배들도 만날 수 있어 즐거웠죠. 이런 식의 공연 프로젝트가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 <종착역>이란 공연으로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어요.” 공연을 마친 후 그의 마음속엔 묘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재밌는 시간이었는데, 끝나고 나니 기분이 더 허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앨범 작업에 들어갔죠.”

 

재주소년 시절에도 그러했듯 박경환은 이번 앨범 또한 홈레코딩으로 완성했다. “상봉이를 비롯해 지인들이 한 명씩 작업실에 와서 기타, 베이스, 바이올린, 트럼본 등을 연주했어요. 점점 연주 소스들이 쌓였고, 저는 그것들을 정리하고 편집하면서 음악을 만들어갔죠.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작업 기간이 길어졌어요. 고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저를 밀어 넣은 거죠.” 앨범 제작 전 과정을 홀로 이끈 그의 시간은 기다림만큼 값진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마음을 향한 울림

 

박경환의 1집「다시 겨울」. 카누 CF 삽입곡으로 기타 선율의 달달함이 느껴지는 타이틀곡 ‘2시 20분’, 재주소년의 ‘명륜동’을 연상시키며 이별의 슬픔을 담담하게 그려낸 ‘Farewell’, 이별 직후의 감정에 관악과 현악의 울림을 담은 ‘우리의 사랑’ 등 10곡의 음악에는 박경환 특유의 바다처럼 깊고 푸른 감성이 그대로 넘실거린다. 다만 재주소년 때보다 더 짙어졌다.

 

앨범 이름「다시 겨울」처럼 박경환은 작업 기간 내내 겨울에 살았다. “매우 을씨년스러운 마음 상태에서 출발한 제목이에요.”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그는 ‘애수’라는 말을 몇 번이나 곱씹었다. “애수가 흘렀어요. 앨범을 만들 때의 감정은 이런 단어로 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애수, 낭만…그런 마음들로 인해 곡을 만들었어요.”

 

애수 어린 색채가 가장 발휘된 음악은 여덟 번째 트랙인 ‘작은집.’ “집 안에서 2년 넘게 고립된 느낌을 받는다는 내용이에요. 겨울이 지나면 정말 사람답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다시 또 겨울이란 거죠. 그래서 음반 타이틀이 ‘다시 겨울’이 됐어요. 암담한 고독의 끝에 있던 마음 상태를 담은 거죠” 이 노래 가사처럼 현실의 그도 작업 기간 동안 홀로 고립되어 있음을 수없이 느끼며, 여러 해의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고독의 순간을 자신의 방법으로 승화시켰다. “음악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했죠. 그래서 앨범을 완성하고 나니 조금은 후련했어요. 이제 털어버렸으니 지금과 다른 좀 더 밝은 기운을 내보려고요.”

 

이제 그는 겨우내 묵은 기억들을 훌훌 털어내고 봄의 문턱에 서 있다. 그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는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 <봄이 오는 동안>이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그동안 제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요. 선율에 담긴 가사는 함축적이잖아요. 그래서 그 음악에 숨은 배경이나 의도들을 설명하고 싶어요.” 아는 만큼 들리는 법, 그의 음악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박경환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현악과 관악의 울림을 아름답게 전하는 데 주력한다. “군악대 시절, 합주실이 숲 속에 있었어요. 그때 느낀 악기의 울림 자체가 아직도 아련히 남아 있어요. 무대에서 이런 울림을 전하고 싶어요. 요즘 관현악 주자들과 합주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하모니가 잘 이루어졌을 때 감동스럽고 희열을 느껴요. 합주 소리를 듣는 게 참 좋더라고요. 그 소리를 잘 다듬어서 무대에 올리고 싶은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죠.” 한편 재주소년의 멤버 유상봉이 게스트로 출연해 음악의 울림에 힘을 보탠다는 소식도 이번 무대에 기대를 더한다.

 

오랜 겨울을 보내고 비로소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박경환. 공연 준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그의 하루에도 어느덧 봄바람이 일렁인다. “제가 밝고 리듬감 있는 음악도 좋아해요. 이제 애수 어린 감정에서 헤어 나오려고요. 고독감은 「다시 겨울」을 통해 많은 부분 토해낸 것 같거든요. 앞으로 일종의 산뜻함과 즐거움들을 더해 새로운 시작을 느낄 수 있는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그의 여정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이제 다시 계절의 시작이니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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