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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거기> 정석용, 생활의 발견 [No.109]

글 |안시은 사진 |김호근 장소협찬 | 카페 수수봉(02-745-5560) 2012-10-17 4,322

인기 드라마 <골든타임> 속 수술 장면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얼굴이 있다.
작품마다 묵묵히 존재감을 어필해온 배우, 정석용.
무심한 듯 던져내는 화법은 짧은 한마디에도 깊고 다양한 감정을 함축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와 <거기>의 진수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출연 중인 드라마 <골든타임> 인기가 대단한데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요? 감독님(권석장 PD)이 하자고 해서요. 예전에 <베토벤 바이러스>란 작품의 B팀 감독님이셨어요.

 

친한 분들이 많이 출연하시죠? 좀 그래요. (이)성민이 형이나 (엄)효섭이 형도 있고. (이)기영이 형도 있고. 정규수 선배님하고도 친하죠. 성민이 형은 연극판에서 친해졌어요. (형이) 차이무 단원이니까 알고 지낸 지 10년 정도 됐고요.

 

<골든타임>에 출연한 이성민, 송선미 씨도 곧 <거기>에 함께 합류한다고요. 저는 연습실 놀러 갔다가 하게 됐는데 <거기>란 작품은 언젠간 꼭 하고 싶었어요. 제가 차이무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송선미 씨하고 성민 형은 10월 중순쯤에 합류해요. 전 먼저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에 10월 초부터 들어갈 거예요. 저희들의 출연으로 상승 효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거기>는 어떤 점에 끌렸나요? 별 사건 없는 연극이거든요. 바에서 노닥거리는 얘긴데 거기에 삶이 다 있어요. 외국 작품이지만 번안을 한 거잖아요. 순박한 마을에 한 미모의 여자가 오니까 순박한 사람들이 들썩이는 그런 게 재밌고요. 다 친구 같지만 서로 간에 조금씩 열등감이나 질투를 느끼는 관계 설정이 흥미로운 작품이죠.

 

<골든타임>에선 부산 사투리를 안 쓰지만 <거기>에선 강원도 사투리를 직접 써야 하죠? (<골든타임>에서) 한번 해봤는데 경상도 사투린 좀 자신이 없더라고요. (표준어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강원도 사투리는 처음 해봤죠. 차이무에 사투리를 가르쳐 주는 젊은 친구가 있어요. 우린 말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잖아요. 생각보다 빨리 익히죠. 다른 멤버들은 대부분 예전부터 해왔던 사람들이라 이제 자연스럽게 해요. 물론 강원도 사람들이 들으면 엉망진창이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대충 강원도 사투리 같을 거예요. 그런데 (<골든타임>을 보는) 부산 사람들은 알아듣더라고요. 성민 형도 딱 대구 쪽 같다고 그러고요. 강원도 사투리가 왠지 사기 안 칠 것 같고 순박할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거기>에 사투리가 주는 따뜻함이 있어요. 사투리는 좀 많이 보전됐으면 좋겠어요. 멋있잖아요. 그게 또 문화고요.

 

미혼의 42세란 캐릭터가 실제 상황과 같은데 어떻게 캐스팅되었나요? 딱 보기에 진수래요. 실제도 미혼이고, 노총각이고. 다른 점이라면 성격이 급해요.

 

미혼을 벗어나길 바라는 팬들이 작성한 희망 뉴스가 있더라고요. 사실 인터넷을 안 봐요. 아마 그 친구들이 <왕의 남자> ‘왕남’ 카페일 거예요. 아직까지 연말만 되면 모여서 영화를 보더라고요. 그때 사진 찍어서 결혼한다고 올리고 해서 진짜 이모한테 “너 결혼해?” 하고 전화까지 왔어요.

 

 

<거기>의 진수처럼 일상적인 연기가 강점인 것 같은데 보통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세요? 연기도 크게 두 가지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역할에 맞게 완전히 자기를 탈바꿈하는 배우가 있는 반면 무슨 역이든지 대충 자기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는 배우. 전 후자인데 둘 중 뭐가 좋다고는 말 못할 것 같아요. 후자의 장점은 자연스럽고 깊은 감정을 실을 수 있다는 거죠. 그걸로 극복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 연기가 전반적으로 밋밋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금씩 노력해야죠. 영화나 TV드라마를 할 때도 모니터링을 일부러 안 해요. 모니터링을 했더니 꾸미게 되더라고요. 연기 생각은 안 하고, 보면서 이렇게 하면 더 멋있을 것 같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다음부터 안 봐요.

 

다른 연기에 대한 열망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연극은 만날 이런 일상적인 역할만 하니까 답답하다기보다 재미없어요. 오히려 그런 거 있잖아요. 희랍극, 고전극, 셰익스피어 작품. 그런 걸 한번 해보고 싶어요. 한두 번 기회가 왔던 것 같은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했더니 점점 그런 작품이 안 들어와요. 소위 대작이란 작품 있잖아요. 연극에선 그런 걸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영화는 센 걸 좋아해요.

 

<골든타임> 촬영과 <거기> 연습으로 부산과 서울을 오가야 할 텐데 어떻게 생활하세요? 부산에선 모텔 생활이죠. 일주일에 3~4일은 부산에 있어요. 서울에 와선 연습도 하고 술을 먹어요. 주로 대학로 친구들이죠.

 

<거기>에도 술자리가 배경이라 연기하기 편하죠? 배우들도 또래고요. 작품도 편하고 배우들도 대부분 40대라 같이 늙어가는 처지고 10년 이상씩 알던 사람들이니까 그런 면에서 편하죠. 실제로 친해서 생기는 상승 효과가 있잖아요. 이 작품은 다들 동네 친구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연기해요. 연기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작품 속에서 실제로 맥주를 많이 먹어요. 나중에 취하는 캐릭터라 한 세 병 먹어요. 연습할 때 먹으면서 해봤거든요. 꽤 취하더라고요. (실제로) 먹어야 맛이 또 나는 것 같고요.

 

술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취미로 다른 것들도 하시나요? 소주 좋아하죠. 그렇지만 만날 술을 먹을 순 없으니까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 운동도 해요. 등산 많이 했죠. 평일엔 북한산에 가고 시간 되면 지리산, 관악산, 설악산도 가고 종주도 몇 박 며칠을 하고. 북한산 청설모였어요.(웃음) 연극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산악회가 있었어요. 1대 대장님인 문성근 선배님이 산에 같이 가자고 하셔서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우린 일주일에 두번, 아침 10시에 산 밑에서 만나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대여섯 시가 돼요. 요샌 산에 안 간 지 2년이 돼서 자전거로 대체하고 있어요. 집이 일산이니까 파주 헤이리도 가고요. 그리고 요가를 5년 했죠.

 

남자들은 요가 많이 안 하는데 조금 의외인걸요? 그나마 장점이 유연성이에요.(웃음) 누가 권유해서 하게 됐어요. 특히 배우한테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니까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제 몸에 맞는 거예요. 열심히 했죠. 근육이 많이 생기는 운동은 아닌데 몸의 선이 좋아져요. 자세도 반듯해져 좋은 것 같아요. 집 근처에 좋은 요가 학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서 아쉬워요.

 

건강을 잘 챙기는 편인 것 같아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어릴 때부터 버릇이 돼서 9~10시면 잤어요. 2남 2녀 중 막내였는데 아버지가 항상 고등학교 다니는 형, 누나들 기준으로 깨우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만날 6시에 깨웠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졸리니까 9시면 잤어요. 대학로에 와선 일찍 자니까 오히려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늦게 자는 편인데도 할 일 없을 땐 11시, 12시면 자요.

 

 

연기 데뷔가 늦은 편이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숭실대에서 연극 동아리인 숭대극회를 했어요. 연기를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 저질러보자 해서 나온 거죠. 결정도 좀 늦게 4학년 때 했는데 다행히 차이무에 있는 박원상 형이 학교 선배였어요. 연극 하고 싶다고 했더니 마침 그때 차이무가 작품이 없어서 쉬고 있을 때 (민)복기 형이 워크숍을 하나 할 생각인데 본 공연은 아직 초짜니까 못하고 그거 한번 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처음 했는데 주인공을 했어요. 그게 <강거루군>이었고요.

 

마치 차이무 소속 배우 같은 느낌이에요. 실제 소속 극단(극단 우인)에서 작품 제안은 없었나요? 작품은 차이무에서 더 했죠. 김태웅 작가가 새로 쓴 작품에 수다쟁이 역할을 하자고 했는데 그걸 못하고 이걸(<거기>) 해요. 그래서 면목이 없어 찾아가지도 못하고.

 

제안받았던 역할과 달리 수다가 많은 편은 아니신 것 같아요. 원래 말은 없는 편이에요. 주로 듣는 것 같아요. 듣는 게 난 더 재미있더라고요. 짧게 툭툭 끼어드는 건 좋아해요.

 

연극 데뷔 후 영화, 드라마 진출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운이 좋았어요. 나오자마자 주인공을 하다보니까 2년 있다가 어떻게 영화도 하게 되고. 잘 풀린 편이에요. 그런 걸 하리라곤 생각 못했는데.

 

<킬리만자로>를 첫 영화라고 봐도 될까요? 한 장면 나왔는데 편집돼서 영화에선 안 나왔어요. 그런데 그게 인터넷에선 첫 작품이라고 나오데요? 편집됐는데 그걸 어떻게 다 아는지 모르겠어요. 첫 작품은 <무사>라고 할 수 있죠.

 

<무사>는 대사 때문에 캐스팅됐다고 하던데요. 맞긴 맞아요. 오디션 볼 때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해서 “어렸을 때 보약을 잘못 먹어서 그려~” 그걸 오디션 때 즉흥적으로 했어요. 그게 영향을 많이 줬다고 하더라고요. 대사로도 사용됐고, 내 역으로만 거의 1백 명 가까이 오디션을 본 걸로 알고 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역할로 대학로 사람들 대부분이 오디션을 봤더라고요.

 

다방면에서 차이무 배우들이 활약 중인 것 같아요. 연기 내공이 있으니까 영화나 매체에서 좋아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차이무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죠. 그런 연기를 추구하고. 창작극만 거의 하고. 그러다 보니까 TV나 영화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이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무대를 버리지 않고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있나요? 애착이 있죠. 사실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연극만 하면 살이 빠져요.

 

 

주변에 많은 후배들 중 잘될 것 같은 후배들이 있나요? (이)희준이도 대견하고.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발성이나 말을 맛있게 했어요. (송)재룡이도 잘하니 잘 풀릴 것 같아요. 더 어린 친구들이 차이무에 있긴 한데 아직 연기하는 걸 많이 보진 못했어요.

 

대본을 봤을 때 쉽게 안 읽히는 작품도 있죠? 캐릭터가 약할 때 그래요. 그래서 피하게 되죠. 딱 봐도 밋밋하고 좀 그래요. (해야 하는 상황이면) 돈 많이 달라고 해요.(웃음) 반면에 <베토벤 바이러스>나 첫 작품이지만 <무사>도 좋았고요. 예전에 <양덕원 이야기>란 작품도 그랬어요.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고, 하면 재미있을 것 같고.

 

캐릭터 욕심은 없나요? 그런 욕심은 좀 없어지더라고요. 그런데 대본을 읽었을 때 적어도 유치하고 억지웃음을 끌어내는 건 싫어요. 그런 드라마나 영화는 조금 피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웬만한 건 들어오는 대로 다 하는 스타일이에요. 드라마는 요즘 거의 의학 드라마가, 영화는 사극이 많은 것 같은데 사극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현대극처럼 깨끗하게 나오고 싶기도 하고. 사극은 하기만 하면 양반은 안 시키잖아요. 아! 뭐하고 싶으냐면, 사극에서 양반하고 싶어요. 사대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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