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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서 만나는 뮤지컬 [No.208]

글 |여태은(뉴욕통신원) 사진 | 2022-08-24 397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서 만나는

뮤지컬 
 

팬데믹으로 브로드웨이가 멈춰 선 동안, 관객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 준 것은 다름 아닌 뮤지컬 영화와 실황 영상이었다. 지난 한 해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쏟아져 나온 뮤지컬 영화와 실황 영상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공개될 작품들도 미리 살펴본다.

 

 

뮤지컬 영화 흥행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상관 관계


브로드웨이 흥행작 <디어 에반 핸슨>의 영화화는 제작 초기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제71회 토니 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상을 비롯한 6개 부문 트로피를 차지한 후 미국 내 투어 공연까지 하며 큰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로 토니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은 벤 플랫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고(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리티션>에 출연해 폭넓은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유명 배우 줄리안 무어와 에이미 아담스가 조연으로 캐스팅되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된 후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30%에 그쳤다. 벤 플랫은 고등학생인 주인공을 연기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고, 다른 캐릭터들도 원작 공연에 비해 평면적으로 그려져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팬데믹 이후 관객들이 영화관에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현지 언론 매체의 싸늘한 반응은 영화 <디어 에반 핸슨>의 초라한 개봉 성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관객 팝콘 지수는 88%로 대중의 평가는 무난한 편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극장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 플랫폼(우리나라의 OTT 플랫폼)에 공개되는 영화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도 그중 하나이다. <인 더 하이츠>는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의 작가 겸 작곡가인 린마누엘 미란다의 첫 브로드웨이 데뷔작이자 이민자의 도시 뉴욕을 잘 묘사한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존 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일이 1년이나 늦춰졌다. 결국 영화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 플랫폼 중 하나인 HBO Max에 2021년 6월 한 달간 공개되었다. 당시 미국 영화관은 팬데믹 이전 만큼 관객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반면, HBO Max는 <인 더 하이츠>를 플랫폼에 공개하면 구독자를 늘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제작을 통해 해를 거듭할수록 스트리밍 플랫폼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공연 영화화에서도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2020년 12월에 공개한 뮤지컬 영화 <더 프롬>은 원작 뮤지컬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 프롬>은 브로드웨이 공연 기간이 프리뷰 포함 총 10개월로 짧았고, 토니 어워즈 6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그쳤던 작품이다. 통상적으로 미국 내 투어가 힘든 성적을 거뒀지만, 넷플릭스에서 화려한 캐스팅으로 영화화된 것을 계기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폐막 후 무려 2년이 넘은 시점인 2021년 11월 투어를 시작했다. <더 프롬>의 미국 투어 프로덕션은 클리블랜드를 시작으로 20개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이렇듯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영화화는 작품 인지도를 높여 미국 내 투어 공연 혹은 해외 라이선스 공연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공연의 생명력을 연장하기도 한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뮤지컬 영화 <틱틱붐>도 호평 속에 스트리밍되고 있다. <틱틱붐>은 <렌트>의 작가 겸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린마누엘 미란다가 감독을 맡아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공연에서는 배우 세 명에 밴드로 구성된 소규모 작품이나, 영화에는 주연을 맡은 앤드루 가필드와 조연을 맡은 조슈아 헨리, 바네사 허진스 외에도 무려 서른 명이 넘는 브로드웨이 스타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장면을 영화에 맞게 확장했으며, 조나단 라슨이 훗날 창조할 <렌트>에 영향을 준 보헤미안, 예술가, 퀴어 커뮤니티까지 잘 담아냈다는 평이다.

 

공개 예정인 뮤지컬 영화 라인업


2022년 1월에는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새로운 버전으로 개봉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년에도 뮤지컬 영화로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에는 토니 커쉬너가 대본을 쓰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1961년작 영화를 본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영화 연출을 결정했는데, 슬프게도 1950년대에 다뤄진 인종 간, 지역 간 갈등이 여전히 현대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주제라고 생각한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2020년 2월에는 이보 반 호브가 연출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는데, 브로드웨이 셧다운 사태 속에 터무니없이 높은 공연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탓에 결국 폐막했다.

 


연초에 공개되는 또 하나의 뮤지컬 영화는 <시라노>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난쟁이 티리온 역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 피터 딘클리지가 주인공 시라노를 연기한다. 원작은 미국 유명 지역 극장인 굿스피드 오페라 하우스에서 2018년 초연된 <시라노 드 벨주락>으로, 피터 딘클리지의 아내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바 있다.

 


넷플릭스가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뮤지컬은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는 <13>이다. 영화에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추가되며, 그중 주인공 에반의 엄마 역할은 배우 데브라 메싱이 맡는다. <마틸다>도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의 공동 제작으로 영화화된다. 엠마 톰슨이 미스 트런치볼 역에 캐스팅되었고, 2022년 12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넷플릭스의 <더 프롬>을 연출한 라이언 머피는 차기작으로 <코러스 라인>의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다.


디즈니는 <라이온 킹> 실사 영화에 이어 <인어공주> 실사 영화를 2023년 공개할 예정이다. 뮤지컬 무대로 옮긴 애니메이션을 다시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원작의 음악을 작곡한 앨런 멘켄과 새롭게 합류한 린마누엘 미란다의 신곡이 추가된다. 감독은 영화 <시카고> <숲속으로> <메리 포핀스 리턴즈> 등을 만든 뮤지컬 영화의 거장 롭 마샬이 맡는다.


몇 년간 영화화 소식만 들려온 <위키드>는 최근 엘파바 역에 신시아 어리보, 글린다 역에 아리아나 그란데를 캐스팅하며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출은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의 존 추 감독이 맡는다. 현재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뷰티풀-더 캐롤 킹 뮤지컬>은 배우 톰 행크스가 영화 제작을 맡았다. 1986년에도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리틀 샵 오브 호러스>의 새로운 영화 버전은 출연진으로 태런 에저턴, 스칼릿 조핸슨, 크리스 에번스 등을 섭외 중이라는 소식이다. 최근 운명을 달리한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폴리스>는 내셔널 시어터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연출을 맡았던 도미닉 쿡에 의해 영화화된다. 손드하임의 또 다른 뮤지컬 <메릴리 위 롤 어롱>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에 의해 색다른 방식으로 영화화된다.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리기 위해 실제로 12년간 촬영한 감독의 전작 <보이후드>의 촬영 방식을 따를 예정이라고. 배우 벤 플랫과 비니 펠드스타인이 출연을 확정한 가운데, 작품 속 20년의 시간 흐름을 실제 20년간 촬영함으로써 따라갈 계획이라고 하니 완성된 작품은 2040년 정도에 공개되지 않을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만나는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


장장 18개월에 달하는 브로드웨이 셧다운 기간 동안 현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하여 찾아낸 해결책 중 하나가 공연 실황 영상을 제작하는 것인데, 이는 공연과 관계된 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프리뷰 공연을 올린 <다이애나>는 그해 가을 브로드웨이 셧다운 기간 동안 코로나19 안전 수칙에 따라 공연 실황을 촬영했다. 이 실황 영상은 1년 후인 2021년 10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2021년 11월 정식 개막에 앞서 실황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12월에 폐막했다.

 


브로드웨이 인기작 <컴 프롬 어웨이>도 공연 실황 영상을 제작하여 배우, 스태프, 창작진 등 약 200명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 작품은 코로나19 안전 수칙 제한이 조금 풀린 2021년 5월 9.11 생존자와 의료진 등을 관객으로 초청하여 실황을 촬영할 수 있었다. <컴 프롬 어웨이> 실황 영상은 9.11 테러 사건 20주기에 맞춰 애플티비 플러스에서 공개되었다. <컴 프롬 어웨이>가 애플티비 플러스와 손잡고 공연 실황 제작을 결정한 데에는 앞서 브로드웨이 최고의 히트작 <해밀턴>이 2020년 여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연 실황을 공개한 일이 큰 영향을 미쳤다. 디즈니 플러스는 이 실황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했고, 결과물이 공개되자 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맞게 다양한 앵글로 공연의 순간을 포착한 영상에 대해 호평이 쏟아졌다. 바야흐로 공연 실황 촬영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순간이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 공연 중인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칸 유토피아>도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공연 실황을 HBO Max에 공개했다. 팬데믹 이전부터 실황 촬영을 논의하다가 브로드웨이 셧다운 기간 동안 완성해 공개한 것이다. 이처럼 공연장에 갈 수 없게 된 관객들의 수요와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 영화와 실황 영상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다양한 뮤지컬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과연 작품의 인지도를 높여 브로드웨이 관객 개발에 도움이 될지, 혹은 기존의 작품에 누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8호 2022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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