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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이이언, 선악과가 많이 열린 달콤한 죄의 풍경 [No.102]

글 |김영주 사진제공 |소니뮤직코리아 2012-03-12 4,311

밴드 못(MOT)의 보컬이자 작곡과 작사를 맡고 있는 이언이 이이언이라는 익숙한 듯 낯선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을 냈다. 장장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이 앨범이 발매된 지 채 1주일이 지나지 않은 겨울날, 소니뮤직 코리아의 회의실에서 마주 앉은 이언이 조근조근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너무 오랜만의 앨범인데 솔로 앨범이라서 좀 놀랐어요. 잠깐 못(MOT)은 이제 활동을 안 하나 싶었어요. 사실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목이 안 좋아져서 잠시 못 활동을 쉬었거든요. 그러다 다시 음반을 내려고 하는데 못 3집을 준비하려고 보니까 뭔가 부담스러워서 가벼운 마음으로 솔로 프로젝트로 몸을 풀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욕심이 많아져서 결과적으로는 가벼운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룹 앨범보다 더 힘들게 작업을 했어요. 처음에는 그동안 안 해봤던 재밌는 거 이리저리 해봐야지, 밝은 노래도 해봐야지 생각을 했는데 결국 밝은 노래는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되는대로 해보면 뭔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점차 나름대로 스타일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 스타일을 정립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못과 어느 정도 달라야 하지만, 못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을 완전히 배반하는 음반을 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닌 거 같고. 그런 고민을 하면서 썼던 곡들을 뒤집어엎는 일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자꾸 미뤄졌죠. 사실 처음에 발매 예정이었던 건 작년 봄도 아니고 재작년 봄이었어요.(웃음)

 

2년이면 앨범 한 장은 더 만들었을 시간이네요. 그렇죠. 그동안 따로 쉬거나 한 것도 아니고 계속 음반 작업만 한 건데 그래요. 하다가 ‘이게 아니야!’ 하면서 뒤집어엎기도 하고(웃음) 또 작업의 기반이 되는 기초공사랄까, 그런 게 필요했어요. 실제로 곡을 쓰는 데 들어간 시간 이전에 곡을 만들기 위한 툴을 만드는 데 들어간 시간이 필요해서 작업기간이 더 길어졌죠. 나만의, 이언만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했거든요.

 

그쪽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선행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어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생각하면 되죠. 보통 많은 사람들이 쓰는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저는 제 전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걸로 소리를 만들어 본 거죠. 잠깐 동안 컴퓨터 코딩을 하는 프로그래머가 됐다가 또 음악 하는 사람이 됐다가 그렇게 왔다 갔다 했어요.

 

이공계 전공이시잖아요. 인디록 신에 그쪽 전공인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요. 어째서일까요? 전파공학… 무선통신 쪽을 전공했는데 음악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꼭 그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전공을 선택한 거나 음악을 하게 된 일 같은 것들은 제가 원래 갖고 있던 성향 때문에 결정된 것 같아요. 따져보면 원인은 저의 천성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스스로의 천성에 대해 파악을 잘하고 계시나요? 어… 그런 편이죠. 이제는 그럴 나이가 됐죠.(웃음) 파악을 한다고 해서 힘이 안 드는 건 아니에요. 파악을 해도 힘든 건 여전히 힘든 건데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받아들이게 된 거죠. 서른이 넘은 후부터는 그게 조금씩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이언 씨 곡을 들으면, 우울함이나 고통, 고독을 근본적으로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글쎄요. 싫어하지 않는 건 아닌데요. 저는 고독이나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을 해요. 차선으로 차라리 고독을 선택하거나 다른 선택지가 모두 차단되어서 소거법적으로 남겨진 게 고독일 수는 있어도 다른 더 좋은 선택지가 있는데도 고독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고독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의 본질적인 부분과 닿아있는 것 같아요. 그걸 피해갈 수 없다는 느낌. 제가 처음 주장하는 내용은 아니고 이미 많은 철학자나 예술가들이 삶을 고찰하면서 말해온 것들, 삶은 근본적으로 비극이고, 삶이 비극일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본질적인 이유들에 대한 이야기에 저도 동의를 해요. 우울함이라는 건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 같아요. 삶을 직시하고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고독을 피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런 느낌을 받은 건, 곡이 근사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절세미인이 얼굴을 찡그리면 그것조차 아름답게 보였다는 고사 같은 맥락에서 말이죠. 그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고독이나 외로움 같은 부분들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는 우울한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자기가 앓고 있는 슬픔이 있을 때, 밝은 노래보다 오히려 슬픈 곡을 틀어놓으면, 내가 내 힘으로 슬픔의 엔진을 막 돌리고 있다가 그 역할을 음악에 넘겨주는 거죠. 내가 내 에너지로 슬퍼하기보다 그 음악에 짐을 조금 맡기면 나 대신 울어주는. 제가 만든 음악도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도 대체로 그런 쪽인데 음악 듣다보면 그렇게 짐이 덜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타이틀곡 ‘불펫프루프(Bulletproof)`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린 슬픈 줄도 모르고’ 라는 가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걸 따라가다가 한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 들어서, 이 가사를 어떤 기분으로 썼을까 궁금했습니다. 아…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닌데 뭐랄까요. 앨범 제목과도 관계가 있는데 ‘Guilt-Free’라는 제목이잖아요. 죄의식으로부터 좀 자유롭고 싶은 그러한 바람을 담은 건데 그게 파렴치한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슈가프리를 찾는 사람은 단맛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잖아요. Guilt-Free를 원하는 사람은 사실 굉장히 죄의식에 민감하고 사소한 일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유형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괜찮아, 괜찮은 건데 왜 그러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내가 용납을 못하면 죄의식을 느끼게 되거든요. 저는 스스로를 잘 용서하지 못하는 천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게 저의 행복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최근 저의 화두예요.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너의 나쁜 짓’이라는 첫 소절에 바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앨범 제목에 위배되는데?’라고 느꼈죠. 그 가사의 ‘슬픈 줄도 모르고’라는 부분도 그래요. 죄의식을 자극하는 즐거움. 그런 길티 플레저를 즐길 만큼 제가 대범하지 못하고 죄의식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열망도 크죠. ‘슬픈 줄도 모르고’라는 말은 ‘그저 함께 있어줘’라는 말과 이어지는데 당신에게 반드시 어떤 사랑을 원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함께 있어달라는, 사실 되게 슬픈 일인데도 그런 일에조차 무감각해지고 단지 그것이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슬픈 줄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 대해 묘사한 거죠.

 

행복을 가로막는 죄의식이 어렸을 때부터 심했어요? 그랬던 거 같아요.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게 있잖아요. 바른 생활에 대한… 하이 스탠더드의 윤리의식!(웃음)

 

아니 그런데 왜 록을…록은 좀 막 살면서 만드는 음악인 것 같잖아요. 그래야 할 거 같고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시험 기간에 배 째라, 난 몰라, 그래본 적이 없어요. 저는 학부 때 전공이 너무 싫어서 정말 공부를 하기 싫었는데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성실함이 곡을 만드는 작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나요? 그것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는데 앨범 한 장에 5년씩 걸리고 이러면(웃음) 바람직하지는 않죠. 넘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되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다 집요하게 매달리다 보니까.

 

앉은 자리에서 곡 하나를 뚝딱 쓰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는 거네요. 그건 그냥 다른 방식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그냥 툭 치면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하잖아요. 개그맨이나 만담가처럼 아무 데나 세워놓고 사회를 보게 해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줄줄 풀어내는 사람이 있나하면, 어떤 사람은 집 안에 틀어박혀서 몇 년 동안 소설을 써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저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고요. 그리고 이렇게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다양한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을 해요.

 

 

음악 외에도 하는 일이 많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시고. 일단 기본은, 마음의 고향은 음악이긴 해요. 그리고 솔직히 글을 쓴다고 할 수는 없고 그냥 끼적대는 수준이고요. 그림은 사실 저희 부모님이 미술 서클에서 만나셨고 동생은 이이립이라는 이름으로 화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좀 있다가 개인전을 해요. 여튼 그래서 그림도 자연스럽게 그리게 됐는데 우리 집에서는 오히려 음악을 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넌 왜 음악을 하니?’ 이런 분위기죠.(웃음)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듣는 사이먼 앤 가펑클이나 존 덴버, 송창식, 양희은 등의 우리나라 포크 음악, 그런 곡들을 많이 들었죠.

 

들었던 음악과 하는 음악이 꽤 다르네요. 다르기는 한데 약간 그런… 서정성이라는 건 어린 시절 듣던 그 음악에서 체득되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듣고 좋아하는 것과 하게 되는 건 정말 차이가 있잖아요.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음악을 처음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어요. 컴퓨터로 하는 음악 장비를 사서 작곡 비슷한 걸 해보기 시작하면서 재미와 매력을 느꼈죠.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책 사서 독학으로 작곡 공부를 하고 컴퓨터로 음악 만드는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그때 나름 스카우트도 됐고요. 게임 회사에서 하는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 제안이 들어와서 고등학교 때 그쪽에서 곡 작업을 하는 일을 했죠. 그러면서도 음악을 취미 내지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을 했어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게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거든요. 대학 갈 때까지도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하이텔 채팅방에서 만난 분에게 그 과는 수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전파공학과로 빠지게 됐죠. 입학하고도 3학년 1학기 때까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고 했어요. 여전히 음악 공부도 하고 곡 작업도 하고 있었지만 취미라고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생각을 해보니까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주어진 문제와 주어진 목표가 있더라고요. 그 골을 만족시키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게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그건 이 사람이 하거나 저 사람이 하거나 결과물 자체에 큰 차이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보다는 결과물이 뭐가 됐든 간에 나만의 것인 음악이 더 제 길에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진짜 음악에 전념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그러고서 이제 학교 공부도 때려치우려고… 아우, 진짜 힘들었어요. 시험공부를 안 하려고, 안 하려고 진짜 노력을 해서 겨우겨우 전공도 C를 다 받았는데… 3학년 2학기 이후로는 쭉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왔어요.

 

혹시 백스테이지 같은 곳 다니셨어요? 비디오 음감실요. 그런 곳들 다녔죠. 백스테이지도 다녔고, 대학로에 있던 그런 비슷비슷한 곳도 다니고 했죠. 교복 입고 가서 콜라 시켜놓고… 그때는 메탈키드였거든요. 판테라도 좋아했는데 메탈리카 곡을 많이 신청했죠.

 

그런 음악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처음에는 그랬죠.

 

본인의 보컬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저는 처음에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주 쪽에는 별 재능이 없었어요. 연습도 많이 했는데 저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후배가 따라잡는 걸 보고 아, 될 놈은 따로 있구나,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나는 다른 걸 해야겠다 생각했죠. 저는 사실 노래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던 적은 별로 없어요. 그냥 내가 작곡한 노래니까 내가 불러야지 정도의 생각을 했죠. 노래하는 걸 좋아하기는 했어요. 등하교 길이 꽤 멀었는데 항상 노래하면서 걸었거든요.

 

친구들이 화 안내요? 혼자 다녔으니까. 노래 연습은 그때 다 했던 거 같아요.

 

레코딩한 목소리와 본인이 아는 목소리가 많이 다른가요? 많이 다르죠. 지금도 말하는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되게 어색해요. 노래하는 목소리는 이제 익숙해졌어요. 내가 노래를 하면 녹음했을 때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라는 걸 알게 됐는데 말하는 건 여전히 ‘내가 이렇게 말해?’라고 놀라죠. 원래 발음이 좀 웅얼웅얼하는 스타일이라서… 예전에는 노래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어요. 자신이 있어서 노래를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최소한 듣기 싫은 목소리가 안 나오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제 목소리에 대해서 아, 내 목소리가 노래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이런 다른 점이 있고 그게 사람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구나, 라는 인식 같은 건 하게 됐어요.

 

커버 곡을 많이 부르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곡을 만드는 것과 다른 뮤지션의 곡을 커버하는 건 또 다르지 않아요? 네, 많이 다르면서 어떤 면에서는 역설적으로 저만의, 못만의 색깔을 보여주기에 더 적합한 방식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원곡이 있고, 제가 리메이크를 한 곡이 있고, 그러면 그 원곡에서 리메이크 곡을 빼거나 또는 리메이크 곡에서 원곡을 빼면 남는 차이가 생기잖아요. 그 차이가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면인 거죠. 그런 매력이 있고, 약간 유희적인 측면도 있어요. 뭐랄까, 패러디라고 하면 너무 가벼운 느낌이지만, 패러디의 기본적인 원리가 그렇잖아요. 공통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어떤 것을 갖고 달라지는 면에서 재미를 찾는, 그게 놀이의 룰처럼 작용을 하잖아요. 리메이크 곡이라는 것도 원곡을 알고 들으면 모르고 듣는 것과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이언의 앨범을 들어주기를 바라세요? 잘못 말하면 제가 제한을 두는 것 같아서 좀 조심스럽지만, 저는 그냥 어떤 사람이든 이 곡으로부터 동질감에서 오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분들이 좋아하고, 들어줄 것 같아요. 못 1집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라는 곡에도 나오지만 보통은 힘든 일이 있는 사람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위로를 하는데 사실은 괜찮지 않은 상황인 경우가 더 많고, 그래서 그 괜찮다는 말이 참 공허하게 들리거든요, 괜찮지 않은 일을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보다,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되, 그 슬픔이나 아픔에 대해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면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앨범으로 기대하는 게 있나요? 이 앨범이 세상에 쓴 편지라고 치면, 아까 공감, 슬픔의 공유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지만 이다음 단계에 대해 기대하는 게 있으세요? 음, 우선 이 앨범에 대해 현재진행형으로 기대하는 바는 이런 거예요.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많은 부분들은 감정이나 감성에 바탕을 둔 부분들인데 사실 대부분의 예술은 그런 정서의 영역에서 비롯되고 있는 게 사실이죠. 저도 절대 그런 쪽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것 이상으로 앨범이 갖고 있는 사운드 같은 그런 이성적인 측면, 어떻게 보면 개념적이거나 지적인 면에서의 발견이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지적 유희, 지적인 면, 이런 말은 되게 부정적인 뉘앙스로 비춰지기가 십상이라 굉장히 조심스러운데,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음악이 지적 유희가 아니어야 한다는 근거를 대보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음악은 가슴으로 하는 거지 머리로 하는 게 아냐!’라는 사실은 여전히 너무 유효한 클리세거든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음악이 지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감상하고 받아들이는 데 사람들이 사용하는 감수성의 영역이 조금 더 확장되기를 기대하는 게 있어요. 보통은 정서적인 부분을 가사가 많이 담당을 하는데, 그렇게 가사를 통해서 환기되는 정서 말고도 사운드가 어떤 식으로 흥미롭게 배치되어 있는지 그런 면에서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낸다거나, 좀 더 귀 기울인다거나 그런 식으로 조금 더 적극적인 감상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시스템을 일반 청자들이 이해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음악적인 결과물로 드러난다고 저는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별 차이를 모르겠다고 하겠지만 그보다 조금 더 예술적으로 민감한 촉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큰 차이일 수 있다고 믿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2호 2012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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