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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DIARY] 박강현 단독 콘서트 <ME-lody in blue>, 또 다른 나를 찾아 [No.195]

글 |박보라 사진제공 |더프로액터스 2019-12-20 8,595

박강현 단독 콘서트
또 다른 나를 찾아

 

어느덧 데뷔 5년 차가 된 뮤지컬배우 박강현이 지난 11월 26일과 27일에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색다른 ‘박강현’을 보여주고 싶어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박강현. 단독 콘서트의 준비 과정이 담긴 그의 일기장을 들춰봤다.


 

9월 30일(월)

정말로 콘서트를 하는구나! 콘서트 공지가 나간 후에도 믿기지 않았는데, 컨셉 사진을 찍는 오늘에야 실감이 났다. 이른 아침부터 촬영을 시작했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첫 콘서트의 컨셉 사진 촬영이니까 절로 힘이 솟았다. 이번 촬영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호기롭게 여러 컨셉에 도전했는데, 평소 같지 않은 ‘박강현’이 조금은 어색하다. 하핫. 무엇보다 이번 촬영을 잘 해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팬들이 내 사진을 보고 좋아할 거란 기대감! 솔직히 촬영 내내 손과 발 그리고 가슴 한구석이 살짝(?) 오글거렸지만 ‘나는 프로다’라는 생각으로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이 사진이 공개되면 어떤 반응일까? 너무 궁금하다. 

 

10월 25일(금)

오늘은 콘서트 가이드 음원을 녹음했다. 편곡된 노래 길이와 키를 맞추려고 음악감독님의 녹음실을 방문했는데, 오랜만에 불러보는 곡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아직 데뷔 5년 차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 같은 나지만, 녹음하다 보니 내가 참여한 작품이 많았다. 뮤지컬배우를 꿈꾸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새삼 놀랍고 감사하다. 그리고 좋은 기회에 좋은 작품을 많이 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3시간에 걸쳐 가이드 녹음을 마치고 났더니 몸이 녹초가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콘서트는 나 혼자서 2시간을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왔다. 몸과 목은 힘들었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던 하루였다. 아, 콘서트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 거냐고? 그건 직접 와서 확인하셨길. 



 

10월 29일(화)

이번 콘서트는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내가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첫 콘서트 회의에서 ‘북을 치는 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콘서트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피아노가 있는 곳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앉아 틈틈이 연습하게 된다. 극장 피아노가 나의 친구가 될 줄이야. 삐걱거리던 손가락이 제법 자기 자리(=피아노 건반)를 찾아가는 걸 보면서 내 자신이 대견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지금이 콘서트 무대라고 생각하니 손가락이 덜덜 떨리는 이유는 왜일까?

 

11월 11일(월)

솔직히 말하자면 뮤지컬에서 춤 좀(?) 춰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춤을 얕봤다가 정말! 아주! 크게! 좌절했다. 3분 정도의 짧은 안무를 마치면 온몸에 땀이 흐른다. 태어나서 평생 써본 적 없는 내 몸의 근육을 모두 쓴 것 같달까. 공연이 없는 날마다 비밀리에 댄스 연습을 위해 안무 연습실로 출근했다. 그동안 주위에서 살이 빠졌다며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곤 했지만, 콘서트에서 보여줄 안무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게 콘서트 무대에서 선물처럼 ‘짠!’ 하고 보여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아, 이제야 고백하지만 혹독한 춤 연습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무대 세트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다. 흑흑. 그래도 동작을 하나씩 외워 나갈 때마다 성취감도 들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니 스스로가 기특하다. 이제 콘서트에서 틀리지 않으면 된다! 




 

11월 13일(수)

역시 연습 후에 먹는 밥과 고기가 제일 꿀맛이다. 오늘의 메뉴는 바로 샤브샤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요즘 의도하진 않았지만 1일1식을 하고 있는데 콘서트 준비로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젠 무조건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팬들도 얼굴을 보면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걱정하는데, 걱정하지 마시라. 이렇게 고기와 야채도 골고루 먹으면서 관리하는 중이라고 전해드려야지. 그런데 사진을 다시 보니 또 고기가 먹고 싶다… 오늘의 일기 끝!

 

11월 20일(수)

밴드 버전으로 편곡된 노래의 첫 합주 연습이 있는 날! 연습실을 울리는 묵직한 드럼 비트는 언제나 기분 좋다. 음악감독님께서 특별히 나의 목소리에 맞게 세트리스트의 노래들을 편곡해 주셨다. 내가 지닌 감성을 더 잘 녹여낼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음악감독님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팬들에게 큰 감동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어디서도 보여드리지 않은 곡들을 처음 선보인다고 생각하니, 더 잘 부르고 싶은 마음에 잘하지 않던 실수도 여러 번 했다. 설레는 만큼 긴장도 많이 되는 거 같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절대 실수하지 않도록 남은 기간에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첫 콘서트에 오시는 분들께 내 노래와 무대가 하루의 큰 기쁨이자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5호 2019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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