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완은 올해로 한국에서 ‘일곱 번의 여름을 보냈고, 여덟 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이 과정이 없었다면 <스팸어랏>은 결코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2004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곳에서 잘되는 작품은 <맘마미아>나 <그리스> 같은 흥겨운 뮤지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킬 앤 하이드>나 <맨 오브 라만차>가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지킬 앤 하이드> 이후 2005,6년에는 프랑스 뮤지컬 같은 아주 심각한 작품들이 대세가 되었죠. 그런데 제가 신대표님과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즐거운 것은, 그가 성공이 보장된 쉬운 길이 아니라, 흐름을 깨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공연에 도전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스팸어랏>을 내놓은 것처럼 말이죠.”
신춘수 대표가 <스팸어랏>을 제작하면서 프로듀서로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프로듀서스> 이후 한국에서 맥이 끊기다시피 한 대형 뮤지컬 코미디를 극장에 올리기에 적합한 시점이 언제냐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뮤지컬 코미디는 ‘죽는 것은 쉽고 웃기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만들기는 어려워도 일단 무대에 올려놓으면 흥행이 보장되는 장르이지만, 한국에서는 가볍고 의미 없는 농담 따먹기로 백안시당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신대표는 올해 스완이 처음으로 오디뮤지컬컴퍼니 밖으로 나가 <키스 미, 케이트>의 연출을 맡았을 때도 뮤지컬 코미디인 그 작품이 성공을 거두어서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어쨌든 프로듀서로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도전을 통해 공연계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데 큰 의미를 둔 신대표에게 <스팸어랏>은 색다른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처음 1막 런스루를 마쳤을 때, 평가는 물론 관객들의 몫이지만 그 이전에 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해하고 있구나 실감을 했죠. 실제로 공연을 시작한 후에도 모처럼 극장 안에 행복한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이라는 데 만족감을 느꼈고요.”
공연계의 소문난 돈키호테인 그가 올해 도전한 일은 뮤지컬 코미디 제작만이 아니었다. 그의 첫 대형 뮤지컬 연출작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 대해 ‘라이벌’ 연출가로서 데이비드 스완은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뉴욕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수정·보완한 점이 굉장히 명석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연출가의 눈으로 작품을 보기 때문에 보통 비판적인 입장이 되는 편인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상당히 감명 깊게 봤어요.” 스완은 자기 밥줄에 위협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제가 지금 개발 중인 작품이 세 편 있어요. 그중 한 작품이 데이비드에게 참 잘 맞을 것 같아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프러포즈를 받은 스완의 답변은? “극을 영어로는 ‘Play’라고 하잖아요. 그와 오디에서 함께 작업을 하다보면 극이라는 단어가 왜 놀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지 상기하게 됩니다.” 기쁘게 수락한다는 뜻인 것 같다.
`데이비드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한 일이 하나 있는데, 사실 제가 가능성과 매력을 보고 캐스팅하는 경험 없는 배우들을 무대에 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가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캐스팅할 수 있었던 배우들이 많아요. 데이비드는 앞으로 함께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해보고 싶은 연출가에요.` - 신춘수
`<지킬 앤 하이드>를 하러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그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 관객들을 위한 공연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누구를 위해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분명히 아는 것은 연출가에게나 배우에게나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가 말해주었기 때문에 그 후로 오랫동안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 데이비드 스완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7호 2010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