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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연출가 김달중 & 조명디자이너 이우형 [No.75]

글 |정세원 사진 |이맹호 2010-01-05 7,898

 

창작자들의 꿈을 나누는 작은 공방, 스튜디오 드림캡쳐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인생의 파트너를 만난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연출가 김달중에게는 <헤드윅>, <스핏파이어 그릴>, <샤인>, <굿바이 걸>, <주유소 습격사건> 등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온 이우형 조명디자이너가 바로 그런 존재이다. 지난해 5월, 영화와 뮤지컬 분야의 다양한 창작 콘텐츠를 고민하고 만들어내기 위한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공간 ‘스튜디오 드림캡쳐’를 창립한 김달중 연출은 이우형 조명디자이너를 드림캡쳐의 멘토이자 예술감독으로 모시고 미래에 대한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틈만 나면 들러 수다를 나누고 새벽 맛집을 찾아 나선다는 두 사람의 공동 아지트, 스튜디오 드림캡쳐를 찾았다.

 

 

영화와 뮤지컬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

지난 10월초에 청담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스튜디오 드림캡쳐 사무실은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크랭크인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영화 <반가운 살인자> 팀의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인 탓이다. 현재 작업 중인 영화팀이 사용하는 중앙의 거실 공간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독립된 방이 ‘ㄷ’자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반가운 살인자>의 캐스팅 보드와 촬영장소 사진들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익숙한 얼굴들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콘텐츠 개발에 포커스를 맞춰 운영되는 스튜디오 드림캡쳐에는 대표인 김달중 연출과 예술감독인 이우형 조명디자이너, 최민영 제작 PD로 구성된 뮤지컬 콘텐츠팀과 3명으로 구성된 영화 콘텐츠팀 그리고 재무 담당자까지, 총 7명의 인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제작에 들어갈 경우 장르와 규모에 따라 참여 인원수가 달라지는데, 기획 단계에 있던 <반가운 살인자>가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면서 안국동 사무실을 확장해 이곳으로 공간을 옮기게 되었다. 영화 크랭크인 이후에는 후배 연출가인 최중민 연출이 준비 중인 창작뮤지컬이 제작에 들어간다.

 

지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작업

뮤지컬 연출가가 창작 콘텐츠 개발 회사를 차리게 된 것은 ‘남는 것 하나 없는 직업 연출가의 비애’ 때문이었다. “연출도 캐스팅되는 입장이다 보니 주어진 스케줄 안에서 갖은 공을 들이고 고민해서 작품을 올려놓아도 돌아오는 것은 책임뿐이고 작품에 대한 권리는 제작사가 갖게 되더라고요. 한때는 내가 기술자인지 연출자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정도로 바쁘게 연습실을 오가면서 기계처럼 음악을 듣고 대본을 분석하고 블로킹을 긋고 작품을 올렸어요. 물론 상도 받고 돈도 벌었지만 스스로 바보가 된 것 같아 고통스러웠죠.”

 

연출가로서 전혀 손댈 수 없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 사람 냄새나지 않는 작품들을 피하게 되면서, 스스로 지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작업을 찾기 위한 김달중 연출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창작 콘텐츠로 이어졌다. 2006년 싸이더스FNH의 김미희 대표와의 만남이 스튜디오 드림캡쳐를 차리는 데 계기가 되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뮤지컬 제작을 앞두고, 영화 흥행에 따라 뮤지컬 제작을 결정하던 기존의 ‘원 소스-멀티 유스’ 방식 대신 영화와 뮤지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뮤지컬 대본은 5고까지 나왔고 전체적인 음악의 가이드도 정해졌지만 제작비 규모가 너무 커진 탓에 영화가 먼저 개봉되었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던 <샤인>은 오히려 뮤지컬로 먼저 소개됐다.

 

“스튜디오 드림캡쳐를 만든 후로는 영화 콘텐츠를 제공받는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싸이더스FNH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아 제작한 <주유소 습격사건>이 첫 번째 결과물이에요. <혈의 누>도 작업 중인데 앞으로는 싸이더스뿐만 아니라 어떤 영화사와도 콘텐츠를 제휴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자기네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 때 어떤 팀이 가장 잘 만들어줄 것인가가 중요한 일이잖아요. 아직까지는 결과물이 없으니까 무리수를 두고서라도 유명 단체와 작업하거나 비용을 낮춰서 작업하려는 영화사들이 많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면 달라지지 않겠어요? 많은 경험과 고민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스튜디오 드림캡쳐의 사업 비전 중의 하나이고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놀이터


김달중 연출과 이우형 조명디자이너는 ‘사람이 있고 공간이 있으면 분명히 뭔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튜디오 드림캡쳐를 이끌고 있다. 김달중 연출에게 이우형 조명디자이너는 외부 작품을 하는 동안 지친 자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조력자이며 멘토이다. 그와 함께 머무는 스튜디오 드림캡쳐는 사무실이기 이전에 잠깐이라도 머물러 수다를 나누는 복덕방이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놀이터다.

 

머무는 시간은 대중없지만 두 사람 모두 한 시간을 있더라도 사무실을 찾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정작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새벽 4~5시가 되어서라고. “이우형 감독님이나 저나 연습실, 학교에서는 선생님 소리를 듣지만 방문 닫고 우리끼리 있을 때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놀 때도 많아요. 선 그어놓고 ‘넘어오면 담배 한 갑’ 뭐 이런…. 철들지 않으려는 본능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힘이 아닌가 싶어요.”

 

이는 이우형 조명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끼리도 물론 재밌지만 영화팀과 한데 어울려 있다보면 서로의 분야를 잘 알지 못해도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여럿이 어울려 지내는 공간이 크리에이터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했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저 귀퉁이에 적혀 있는 낙서에서도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거예요.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능력은 미처 깨닫지 못해도 다른 사람의 능력은 찾아줄 수 있거든요. 공연예술은 같이 하는 작업이잖아요. ‘같이’ 하다보면 언젠가 진정한 ‘가치’가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간 날 때마다 여기에 와야 해요.” 김만식 무대감독을 비롯해 두 사람과 친분을 쌓고 있는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스튜디오 드림캡쳐를 찾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특별한 것을 논하지 않더라도 서로 어울려 수다를 나누고 새벽까지 운영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동안 이들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작업 준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죠. 마음 맞는 스태프들끼리만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또 외부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어도 사무실의 작업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아쉽게 놓쳐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달중 연출은 이우형 조명디자이너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스튜디오 드림캡쳐 안에서 보다 많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이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그 꿈을 향해 매진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스튜디오 드림캡쳐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김달중 연출이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다.

 

김달중 연출은 “몇몇 제작사에서는 제가 최근 5년 사이에 연출료를 다 올려놨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크리에이터가 나오려면 누군가는 이 분야에서 성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그래야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에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우형 조명디자이너 또한 크리에이터들이 대한민국 중산층의 월급 만큼 작업료를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스튜디오 드림캡쳐를 통해 창작 콘텐츠 개발을 향한 꿈을 꾼 두 사람은 이제 그 꿈을 캡쳐하기 위해 오랜 꿈을 세상에 펼쳐 보일 계획이다. 꿈꿀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뜻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는 김달중 연출과 이우형 조명디자이너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즐거울 것이다. 

 

 

 

 

 

 

 

 

 

 

 

 

 

 

스튜디오 드림캡쳐 거실 공간. 크랭크인을 앞둔 영화 <반가운 살인자> 막바지 준비 작업으로 분주한 사람들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 

 

 

 

 

 

 

 

 

 

 

(좌)이우형 조명디자이너의 책상 앞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사진과 메모들 (우)김달중 연출의 책상 위에 놓인 USB포트. 인식 능력이 있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곤 한다.

이우형 조명디자이너의 책장에는 작업에 필요한 책들이, 김달중 연출의 책장에는 뮤지컬 음반들이 칸을 채우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5호 2009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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