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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시련> [No.147]

글 |나윤정 사진제공 |국립극단 2016-01-05 3,913

집단적 광기의 소용돌이




국립극단이 2015년 시즌 레퍼토리의 마지막 작품으로 <시련>을 선보인다. <시련>은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작품이다. 올해는 미국 현대 연극의 대표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의 탄생 100주년과 서거 10주년이 되는 해로, 세계 곳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무대가 올려지고 있다. 그중 <시련>은 작가가 가장 애착을 지닌 작품이라 밝힌 바 있어 이번 공연에 의미를 더해 준다.


<시련>은 매카시즘 광풍에 사로잡힌 1950년대 미국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1962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세일럼 마녀재판’을 모티프로, 사회의 이념과 개인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집단의 맹목적인 광기가 사회와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작품의 배경은 1960년대 청교도 이념이 지배하고 있는 폐쇄적인 마을 세일럼이다. 이야기는 집단적인 광기로 인해 삶의 기로에 서게 되는 평범한 남자 존 프락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마을 소녀들이 한밤중에 숲에서 악령을 부르는 놀이를 하게 되고, 이를 목격한 욕심 많은 패리스 목사에 의해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마을 주민들은 해묵은 원한과 시샘을 드러내며 서로가 서로를 마녀로 지목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락터와 불륜 관계였던 아비게일이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고발하게 된다. 이전에 프락터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그저 평범한 남자였다. 하지만 아내 엘리자베스에 이어 자신마저 마녀재판에 연루되며, 거짓 고백으로 얻는 삶과 명예로운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입장에 처한다.


이번 무대의 연출은 극단 풍경을 이끄는 여성 연출가 박정희가 맡았다. 그는 그간 <이영녀>,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헤다 가블러> 등을 통해 특유의 강렬하고 섬세한 해석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원작 희곡에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소녀들의 제의 장면을 초현실적으로 묘사해 프롤로그에 삽입했다. 나아가 소녀들을 1, 2막에 적극적으로 등장시켜 작품 전반에 흐르는 ‘광기’라는 화두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박정희 연출은 이 작품을 “잘못된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거짓말이 사회와 가정을 파괴시키는 가운데 자신의 존엄과 정직함을 지켜내려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해석한다. 나아가 지금 이 시대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란 점을 강조하며, “관객들이 이러한 갈등에 처했을 때 어떤 선택을 내릴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광기를 뿜어내며 무자비한 사형 선고를 내리는 댄포스 부지사 역엔 이순재와 이호성이 캐스팅됐다.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존 프락터 역은 지현준이, 사랑하는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아비게일 역은 정운선이 맡았다. 이 밖에 엘리자베스 프락터는 채국희, 패리스 목사는 김정호가 이름을 올렸다. 한편 <길 떠나는 가족>, <문제적 인간 연산> 등의 신선희 무대디자이너, <이영녀>, <아버지와 아들> 등의 김창기 조명디자이너의 참여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12월 2~28일 / 명동예술극장 / 1644-200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7호 2015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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