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로 만나는 ‘천 일의 앤’ <안나 볼레나>
도니체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가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초연 무대를 올린다. 헨리 8세의 총애를 잃고 참수당한 비운의 왕비 앤 불린의 이야기다. 작곡가인 도니체티는 <사랑의 묘약>으로 잘 알려진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1830년 밀라노에서 초연한 <안나 볼레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1969년 <천일의 앤>, 2008년 <천일의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앤 불린의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튜더가의 군주였던 헨리 8세는 형이 세상을 떠난 뒤 형수 캐서린과 결혼했는데, 그녀가 아들을 낳지 못하자 이혼하려 한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이에 헨리 8세는 가톨릭 교회를 떠나 스스로 영국 국교회를 창립한 뒤 캐서린의 시녀였던 앤 불린과 결혼한다. 하지만 앤이 엘리자베스 공주(훗날의 엘리자베스 1세)를 낳은 뒤 아들을 사산하자, 이번에는 앤의 시녀였던 제인 시모어와 결혼하기 위해 앤을 불륜죄로 법정에 세운다. 헨리 8세는 이혼만 하면 살려주겠다고 회유했으나 앤은 딸의 지배권 상속을 위해 끝까지 이혼을 거부했고, 결국 천여 일의 궁정 생활 끝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안나 볼레나>는 바로 그 천 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 오페라다.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제작에 나선 라벨라오페라단은 화려하고 기품 있는 의상과 무대로 16세기 윈저궁의 모습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헨리 8세 역에 베이스 박준혁과 양석진, 안나 볼레나 역에 소프라노 박지현과 강혜명이 출연한다. 11월 28~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오페라 <리타>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연출하는 오페라 <리타>가 초연 1년 만에 재공연을 올린다. 오페라 <리타>는 도니체티가 작곡한 단막 희가극으로, 아름답지만 폭력적인 여인 리타에게서 벗어나려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스태프와 배우가 대거 참여한 이번 공연은 기존 오페라의 형식을 과감히 깨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두 대의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진 소규모 살롱 오페라로, 외국어 가사와 대사는 모두 한국어로 옮겼다. 소프라노 장유리가 리타를 연기하고 뮤지컬 배우 이경수, 최재림, 조순창이 함께 출연한다.
11월 10~15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오페라 <파우스트>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오페라 <파우스트>를 공연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희곡을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구노가 오페라로 재현한 작품이다. 평생을 학문에만 매달린 결과 허무감에 빠진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되찾는 이야기로, 아리아 ‘금송아지의 노래’, ‘보석의 노래’, 발푸르기스 밤의 무용 장면 등이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는 세계적인 연출가 존 듀, 무대디자이너 호파커가 참여하여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한다.
11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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