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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빈센트 반 고흐> 살아 숨 쉬는 고흐의 그림 [No.141]

사진제공 | HJ컬처, 고주원 영상디자이너 정리| 안세영 2015-07-06 6,387

<빈센트 반 고흐>에서 영상은 단순히 고흐의 그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심리적 공간을 보여주는 매체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할 줄 아는 프로젝션 맵핑 전문가  고주원 영상디자이너가 초연부터 재공연까지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그에게서 <빈센트 반 고흐>의 영상에 사용된 핵심 기술에 대해 들어보았다.



 3D 프로젝션 맵핑                                  

<빈센트 반 고흐>에서 영상은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을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스크린이  아닌 무대 세트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기술이 활용됐다. 프로젝터 세 대를 활용하여 가로 22미터, 세로 5미터의 무대 벽면을 모두  영상으로 처리했고, 무대 바닥에도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터를 설치해 고흐가 서 있는 밀밭(물리적 공간)이나 그가  절망에 빠질 때 무너지는 바닥(심리적 공간)을 표현했다. 
무대 세트는 단순해 보이지만 최종안이 확정될 때까지 수많은 버전이 존재했다. 최종 무대는 본 공연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결정됐다. 영상의 활용에 유리하도록 표면의 색과 복잡한  굴곡을 억제했으나, 그로 인해 무대가 지나치게 단조로워졌던 것이다. 결국 여러 개의 빈 액자로 표면을 장식하고, 때때로  그 프레임에 맞춰 영상을 투사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창조적인 공간이 완성됐다.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사물에  영상을 투사하는 오브젝트 맵핑(Object Mapping) 기법도  활용됐다. 무대 위 의자, 탁자, 침대, 옷장 등에 영상을  정밀하게 투사하는 방식으로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흐의 방’을 재현할 수 있었다. 



 3D 애니메이션

                          
2D인 고흐의 그림은 영상 효과를 위해 대부분 3D로 재창조하였다. 그림 속 인물들은 생명이 부여된 3D 캐릭터로 살아 움직이고, 배경 또한 실제 일상의 풍경과 같이 계속 움직인다. 고흐의 그림이 가진 생동감이 이러한 효과와 성공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극의 진행상 꼭 필요한 장소지만 그에 해당하는 그림이 없는 경우, 고흐의 색채와 화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새롭게 만들어 넣기도 했다. 
클로제 거리가 그러한 예다. 클로제 거리 풍경은 고흐가 그린 각종 건물 이미지를 조합하여 3D로 새롭게 구축했다. 
무대 위 배우가 걷는 포즈를 취하면 그에 따라 거리 풍경이 움직이면서 3차원 공간을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나 ‘아몬드 나무’의 경우, 그림의 가로 세로 비율이 2:3 혹은 3:4에 해당하여 무대 전면을 채우기에는 가로 길이가 턱없이 부족했다. 
여기서도 양옆으로 모자란 영역은 원본 그림에 가까운 톤으로 새롭게 만들어내야 했다. 커튼콜의 ‘아몬드 나무’ 장면은 객석 반응도 가장 좋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아낀다. 그림 속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도록 영상화했는데, 이때 바닥에도 꽃잎 그림자를 동시에 투사하여, 실제로 꽃잎이 무대를 휘감고 객석까지 날리는 듯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지털 그래픽 이미지가 아날로그 무대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 인터랙티브 미디어(Interactive Media) 기술도  중요하게 활용됐다. 고흐가 그림을 그리면 하얀 캔버스에 그림이 나타나는 장면, 테오가 랜턴을 들고 캔버스 뒷면을 비추면 숨은 밑그림이 나타나는 장면 등은 모두 영상과 배우의 움직임을 연동시킨 인터랙티브 장면이다. 영상을 개발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연습과 리허설을 거치며 영상과 배우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맞추는 작업은 정말 고됐다. 
대본과 가사를 토대로 정확한 큐 지점을 공유하면서 배우가  주변 공간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영상 자체에 음원을 입혀 큐에 따라 MR과 AR을 절묘하게 오가는 방식도 활용됐다. 현재는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진정한 의미의 인터랙티브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꿈이다. 
공연의 매력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생동감에 있다. 게다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이미 상호작용의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사전에 제작되어 반복 재생되는 공연에 만족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무대와 상호작용하는 영상은 기술 발전에 따라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실사와 CG의 합성        

                          
<빈센트 반 고흐>에는 단 두 명의 배우만이 출연하기 때문에 일인 다역으로 소화하기 힘든 기타 인물 표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아버지의 경우, 고흐에게 끼치는 심리적 영향이 크고 위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꿈속의 인물처럼 표현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사전 촬영한 배우의 그림자에 CG를 입히고 무대 위에 크게 투사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그림자란 본래 조명으로 생기는 물리적 현상인데,  영상을 통해 인간과 별개로 움직이는 그림자를 만들어냄으로써 마치 마술처럼 보이도록 했다. 
고흐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도 사전 촬영 방식이 활용됐다. 그림 안에 배우의 실사 이미지를 합성하여, 고흐가 그림 속에서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것처럼 표현했다.


* 재공연을 준비하며

이야기 전달에서 ‘어떻게’가 중요한 시대다.  고흐의 이야기를 하면서 고흐의 그림이 빠질 수야 없지만,  이왕 보여줄 거라면 그림 속에 담긴 고흐의 마음까지 보여주고 싶었다. 돈이 없어 그림 위에 그림을 덧그린  이야기나, 사람을 사랑해 풍경 안에 사람을 자주 그려 넣었던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관객들도 그런 점 때문에 더 영상에 몰입하여 봐주셨던 것 같다. 
초연에서 고흐의 심리적 공간을 충실하게 재현했음에도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은, 자화상에 관해 진지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공연에서는 자화상 장면을 새롭게 구성하여 고흐가 꿈속의 자신을 만나 자아를 찾는 과정을 핵심 장면으로 부각시킬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그가 즐겨 그렸던 해바라기를 초연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고흐의 절망과 시련을 해바라기의 생명력에 반영하여 표현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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