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수천 가지의 사랑 중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여기 여섯 명의 배우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에 대해 말합니다.
김종구 <너는 내 운명>
‘로맨스 영화’ 하면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 운명>이 바로 생각납니다.
<너는 내 운명>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물이기도 하죠.
원래 슬픈 영화를 볼 때 눈물을 흘리긴 하지만, 이 영화는 저도 모르게 꺼이꺼이 울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두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애틋하면서도 마음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부분 교도소에 있는 전도연을 찾아간 황정민이 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외칠 땐 정말 오열을 했어요.
두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울컥한 장면인 것 같아요.
안유진 <센스 앤 센서빌리티>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개봉한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클래식 로맨스의 어머니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원작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죠.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이 등장해 각자의 사랑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했던 마리앤은 매우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여자인데,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만난 윌러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죠.
하지만 한바탕 쏟아지고 사라지는 소나기처럼 윌러비도 결국 마리앤을 떠나버려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마리앤이 떠나간 윌러비를 그리워하며 그들이 처음 만났던 언덕에서 시를 읊는 장면이랍니다.
너무 슬펐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홍우진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 영화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입니다.
사실 평소에 사랑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편인데, 좋아하는 사랑 영화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듣고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이 떠오르더라고요.
우디 앨런, 드류 배리모어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뮤지컬적인 요소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일탈보다는 현재 자신의 삶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진리’라는 어쩌면 단순하지만 진실 같은 메시지가 좋더라고요.
평범한 일상에서 ‘짠’ 하고 마법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최유하 <애니홀>
제가 좋아하는 로맨스물은 우디 앨런이 70년대에 만든 <애니홀>이에요.
이십 대 초반, 멋모르고 우디 앨런 마니아라는 자부심으로 ‘우디 앨런 영화라면 무조건 다 볼 거야!’ 하는 마음에 보게 된 영화죠.
두 남녀가 콩깍지에 씌어 바보 같은 사랑에 빠졌다 서서히 콩깍지가 벗겨져 사랑이 끝나는 다소 뻔한 사랑 이야기인데,
우디 앨런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감성이 잘 드러나요.
<애니홀>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여주인공이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거미를 잡아달라고 전화하는 신이에요.
그 말도 안 되는 전화에 ‘구남친’이 달려오는데, 그 상황이 너무 우습지만 맘이 찌릿하더라고요. 모든 연인들이 그렇게 사랑하니까.
아, 로맨스 영화에서는 여주인공 패션을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애니홀>은 그런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박해수 <8월의 크리스마스>
1998년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사랑 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이지만,
어린 시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깊은 감동이나 울림 같은 걸 느끼진 못했어요.
근데 좀 더 나이를 먹고 다시 영화를 보니 삶과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주인공이 느닷없는 사랑을 만나게 되지만, 그 사랑이 엄청 위대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소소한 사랑으로 표현한 부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더 극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해요.
애써 그 감성을 화면에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온전히 다 느껴지는 것 같았달까요.
음, 그런데 사랑 영화를 제가 너무 예술 영화처럼 설명한 건 아니겠죠? (웃음)
이지숙 <너는 내 운명>
좋아하는 사랑 영화라고 하면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작품이 떠오를 줄 알았는데, 조건반사적으로 <너는 내 운명>이 떠오르네요.
저도 여자로서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을 꿈꾸곤 하는데 이 영화는 ‘정말 저런 사랑이 있을까?’ 싶을 만큼 순수한 사랑을
보여줬어요.
한 사람만을 생각하고 위하는 황정민과 사랑스러우면서도 애틋했던 전도연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답니다. 두 배우의 명연기 덕분에 좋은 영화가 더 빛을 발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아, 봄도 되고 <로기수> 공연도 무사히 올라갔으니,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랑 영화를 보러 가야겠어요.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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