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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투 가이즈 쇼> 뮤지컬 창작진 가상 오디션 [No.139]

글 | 안세영 사진제공 | 한 엔터테인먼트 2015-04-27 5,284

최근 이어지는 뮤지컬 배우들의 토크쇼 러시 속에서 색다른 무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9일 ‘역지사지 토크쇼’라는 부제를 달고 막을 올린 <투 가이즈 쇼>는 배우 배승길과 주민진이 창작자 오디션을 컨셉으로 진행하는 토크쇼. 기존의 뮤지컬 오디션과 반대로 배우가 오디션을 열고 창작자가 평가를 받는다는 게 핵심이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역시 캐스팅 디렉터, 프로듀서, 투자자, 기자, 무대감독, 관객 평가단 등 다양한 역할로 이 가상의 오디션에 참여한다. 독특한 형식을 내세운 이 토크쇼의 지향점은 어디일까.



관객이 참여하는 오디션


<투 가이즈 쇼> 첫 회는 두 MC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담은 컨셉 영상으로 시작됐다. 그 내용인즉 ‘스릴러이면서 신파가 있는 2인극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것.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의 꿈을 이뤄줄 창작자를 찾고자 공개 오디션을 개최한다. 2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 이 오디션의 첫 번째 지원자는 민준호 연출. “지금부터 우리와 함께 공연을 제작할 만한 연출인지 평가하겠다”라는 두 MC의 공격적인 선언과 함께 그의 이력서 평가가 시작됐다. 무대 앞 스크린에 그간 지원자가 참여했던 공연의 사진이 뜨자, 관객들은 각각의 작품이 재미있었던 만큼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물론 관객들이 잘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 작품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두 MC는 이력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질문 공세를 펼치고, 지인을 통한 사실 검증도 빠트리지 않았다.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배우 문성일은 최근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에 출연하며 가까이서 지켜본 민준호 연출의 진상을 가감 없이 폭로했다.


한편, 객석에 앉은 관객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지원자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렸다. 어떤 좌석을 예매했느냐에 따라 관객의 역할은 달라진다. 여섯 명의 프로듀서는 평가표의 항목에 점수를 매기고, 열두 명의 투자자는 백지 수표에 투자할 금액을 적었다. 스무 명의 기자는 오디션 현장을 촬영하며 즉석 질문을 던지고, 여섯 명의 캐스팅 디렉터는 이 지원자와 잘 맞을 법한 다른 창작자 및 배우를 다음 오디션 지원자로 추천했다. 이날 누구보다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이는 무대 양편에 앉은 무대감독이었다. 무대감독은 오디션 내내 ‘뜨거운 박수’, ‘우~(야유)’, ‘사진촬영 금지’ 등의 판넬을 들었다 내리며 객석 반응을 유도하거나 통제했다. 오디션 사이사이 두 MC와 초대 배우가 지원자의 작품 속 삽입곡을 노래할 때, 초를 켜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 또한 무대감독의 몫이었다. 



배우가 아닌 창작진 조명


독특한 형식을 선보인 <투 가이즈 쇼>는 배우 및 창작자 에이전시 ‘한 엔터테인먼트’와 창작집단 ‘컴퍼니M’이 공동으로 기획한 토크쇼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한 엔터테인먼트의 한소영 이사는 기존의 뮤지컬 토크쇼들이 배우 위주인 것에 의문을 품으면서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토크 콘서트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유독 배우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데, 사실 모든 뮤지컬 작품은 창작자로부터 시작되는 거거든요. 창작자의 역할을 더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취지에 공감한 컴퍼니M의 문성진 대표가 디자인과 홍보 마케팅으로 참여하면서 기획이 구체화됐다. 한 엔터테인먼트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출연진을 섭외하고, 한 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의 공연장을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만 빌려 쓰기로 했다. MC인 배승길과 주민진은 다소 의외의 조합이지만, 알고 보면 2011년 MBC 가족 뮤지컬 <알라딘>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쌓아온 사이. 한 엔터테인먼트 정찬수 PD는 “두 MC가 예측하지 못한 조합이라서 더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며 “배우를 보러 온 팬들 또한 창작자에 대해 더 알아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디션이라는 컨셉은 어떻게 하면 창작자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아이디어다. 실제 배우 오디션에 참석하는 프로듀서, 투자자, 캐스팅 디렉터를 중심으로 관객의 역할을 나누고, 관객에게 나눠 주는 평가지에는 ‘스타일리쒸’, ‘공격력’ 같은 유머러스한 평가 항목을 집어넣어 관객들이 더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평가 내용은 공연 후 취합하여 최종 평가표로 공개하며, 투자 금액를 가장 재밌게 써준 관객은 ‘베스트 투자자’로 뽑히기도 한다. 컴퍼니M의 문성진 대표는 “이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 요소이자 홍보 수단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 가이즈 쇼>는 앞으로 연출에 이어 작곡가, 작가 그리고 음악감독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궁극적인 꿈은 매회 출연한 창작자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소영 이사는 “창작자들마다 각자 마음에 품고 있는 콘텐츠가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알릴 기회가 드물다. 토크쇼를 통해 그런 아이디어가 모이고, 또 거기에 관객의 의견이 더해지다 보면 정말 좋은 뮤지컬 아이템을 찾을 수도 있다. 그 기초 작업으로서 관객에게 평가서와 캐스팅 추천서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첫 회에 출연한 민준호 연출은 “남성 2인극 <사랑을 포기한 남자>와 토론 코미디 <심야의 백분토론>을 구상해 놨다”면서 투자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행사인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체계적인 역할 분담이 대표적이다. 기자나 무대감독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다른 관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캐스팅 디렉터, 프로듀서, 투자자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기자석에서 사진 찍는 소리가 너무 커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한 것도 시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낯선 형식 탓에 관객의 참여가 생각보다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각 관객의 역할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 문제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창작자와 관객이 재밌게 소통하는 새로운 창구가 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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