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음악극축제’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한다. 사람이 열 살이면 어떠한 것에 대한 재능이 나타나는 시기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축제가 맞이하는 열 살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의정부 음악극 축제의 신임 예술 감독 홍승찬에게 그 대답을 들어보았다.
첫 부임입니다. 축제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으신가요?
10년 전에 축제가 만들어지기 전에 자문위원으로 참여를 했었어요. 의정부 예술의 전당을 개관하면서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죠. 그 당시 연극제, 무용제는 많았기 때문에 차별화를 두다 보니 음악극을 하게 되었죠. 그 후로 늘 지켜봐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뮤지컬 개론 강의도 하고, 서울 예술의전당의 예술 감독으로도 참여하면서 꾸준히 음악극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이번에 제안이 와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일 년간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5월 한 달간 보여준다는 게 참 매력적이죠. 와서 해보니 늘 그렇듯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무엇인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보여서 굉장히 의욕적입니다.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
굉장히 한정된 재원과 의정부라는 지역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앞서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이만큼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좋은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예술을 앞세운 축제가 다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역사회와 소통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정말 좋은 작품이지만 굉장한 문제작을 가져오니까 어떤 면에서는 그 간격이 점점 더 늘어나는 우려도 있습니다.
Are U Ready?
이번 축제의 슬로건이에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느냐?’인 것이죠. 특히 중간에 U를 보시면 당신이라는 뜻도 되고, 그릇을 형상한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릇에 담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죠. 아무리 근사하더라도 그것을 담을 그릇이 없으면 무의미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Are U Ready?`라고 한 거죠.
이번 시즌의 특징과 기대작이 있다면?
굉장히 관심을 갖는 작품은 개막작인 <빵만으론 안돼요>입니다. 지금까지는 음악극 마니아들의 축제였다면, 이제는 그 범위를 확산시키려합니다. <빵만으론 안돼요>는 장애인 극단의 작품이라 배우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진행 할 수 없는 독특한 공연입니다. 그리고 아비뇽에서 화제작이었던 <욕망의 파편>은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장애나 동성애나 사회 전체에서 보면 소수자들이죠. 이번 축제를 기회로 이런 사람들의 문제를 같이 생각하고 공감하는 그런 것이 표면위로 떠올랐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변화
개인적인 사견을 전제로 이야기 드리자면, 크게 두 가지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더 나아가서는 그들이 주도하는 축제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10년간은 해외의 좋은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면, 앞으로의 10년 동안은 우리의 좋은 작품을 만들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죠.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위해서는 의정부 시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아마추어 합창극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김민기씨의 <지하철 1호선>을 아마추어 버전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의정부 교도소, 병원, 학교 등 소외된 지역에 찾아가는 공연을 구상하고 있어요. 또한, 이번 축제가 끝나면 공모를 통해서 열 작품 정도를 선정해 리딩 퍼포먼스를 내년 프린지에 선보일까 합니다. 악보를 든 채 피아노 연주에 맞춰 전문가와 일반 관객에게 리딩 공연을 평가 받는 거죠. 그 중 한 작품을 선정해 그 다음해 축제에 공연으로 발전시켜 선보이고 싶어요.
하나 덧붙이자면 5월에 열리는 지역 축제와 연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춘천 마임축제나 부산 연극제 등과 함께 패키지 상품, 축제 연계 관광 상품, 스탬프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요즘은 디지털 중심의 현란한 시각적인 것들이 강조되는 작품이 많은데 내년 축제에는 오히려 역으로 몸으로 모두 때워야하는 ‘촌티’, ‘빈티지’, ‘아날로그’ 같은 옛 향수를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컨셉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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