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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홍광호, 웨스트엔드에 우뚝 서다 [No.138]

글 | 박병성 사진 | Robin Kim 2015-04-05 8,908


지난달 15일 웨스트엔드 25주년 기념 뉴 프로덕션  <미스 사이공>에서 투이 역으로 출연 중인 홍광호가  제15회 Whats On Stage Awards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2014 BWW UK Awards에 이어 연이은 수상이었다. 단독 콘서트를 마치고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는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급하게 영국으로 떠났다.
오랜만에 고국에서 맛보는 달콤한 휴식이라 영국으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이 휴가를 반납하는 군인처럼 무거웠지만, 수상의 영예를 안게 돼 기뻤다고 한다.
마침 현지에 있던 사진작가 로빈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영광스러운 순간을 멋진 사진으로 남겼고, 
수상 당시의 상황과 영국 내에서의 생활을 전화 인터뷰로 들어보았다.



세계적인 배우의 대열에 서다

뮤지컬의 메카라고 하면 흔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꼽는다. 뮤지컬의 메카이자 셰익스피어의 전통을 지닌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홍광호가 지난해 BWW UK Awards에 이어 이번 Whats On Stage Awards에서도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Whats On Stage Awards는 올해로 15회를 맞는 시상식으로 웨스트엔드에 올라간 공연을 대상으로 관객들이 직접 후보자를 뽑고 수상자를 선정한다. 현지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와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홍광호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현지 관객들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 SNS를 통해 한국에서 온 투이 홍광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해 왔다. 


홍광호는 해외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시상식 규모가 커서 놀랐어요. 매킨토시도 오고 공연계 유명 인사들이 많이 왔더라고요. 시상식은 축제 분위기였어요. 농담도 많이 하고 매우 자유로웠어요. 수상 소감을 말하는데도 말을 걸고, 그 많은 스폰서들을 일일이 열거하는데도 유머를 발휘해서 즐겁게 하더라고요.” BWW UK Awards에서 이미 수상을 했지만 시상식 없이 발표만 했던 터라, Whats On Stage Awards가 처음 참여하는 해외 수상식이었다. 마침내 수상자로 호명되고, 혹시나 해서 준비해 온 소감문을 읽었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저를 따뜻하게 받아준 <미스 사이공>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휴 메이나드, 이 상의 주인은 너야(Thank you to everyone at Miss Saigon for adopting me with such warmth, especially Hugh Maynard, this award should be yours)”라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이번 홍광호 콘서트에도 참여했던 절친 휴 메이나드는 <미스 사이공>의 존 역으로 홍광호와 함께 노미네이트됐다. Whats On Stage Awards 트위터에서는 홍광호가 시적인 표현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 팬들의 배려도 잊지 않았다. 자신을 응원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국말로 남긴 것이다. “수상한다면 한국 팬들에게 인사하고 싶었어요. 시상식 동영상 자료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한국 분들이 그것을 보면서 기뻐해 주기를 바랐어요.”


두 번의 수상은 자연스럽게 4월에 있을 웨스트엔드 최고 권위의 공연 시상식인 올리비에 어워즈를 기대하게 한다. Whats On Stage Awards가 관객들이 뽑는 시상식이라면, 올리비에 어워즈는 비평가를 비롯 공연 관계자들이 뽑는 전문적인 시상식이다. Whats On Stage Awards의 결과가 어느 정도 올리비에까지 이어지던 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올리비에 어워즈까지 기대하는 것이 과한 욕심은 아니다. 게다가 <미스 사이공> 개막 이후 현지 언론에서는 투이 역의 홍광호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다. 현지 관객뿐만 아니라 평단의 마음까지도 빼앗았으니 영국 최고 권위의 상이라도 기대해봄직하다. 그러나 홍광호는 담담했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아요. 상이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투이로 살았던 런던의 생활

<미스 사이공>의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누구도 이만큼 투이 역을 소화해낸 배우가 없었다, 홍광호를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스 사이공> 초연 때 동양을 비하한다는 평을 많이 받았어요. 제작진이 그것을 의도했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베트남 전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죠. 작품에서는 투이가 악인으로 그려지는데, 제 생각에는 최대 희생자일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런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 줬어요.” 제작진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미스 사이공>을 동양 비하로 받아들인 데에는, 미군인 크리스뿐만 아니라 베트남 참전 군인인 존이 부이도이를 돕는 모습을 통해 선한 인물로 그려지고 베트콩 투이를 악인으로 그려 선악 구조로 대립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광호의 투이는 악인이 아니라 모두가 전쟁의 희생자임을 강조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현지 매체에서 나온 ‘왜 킴이 투이를 선택하지 않고 크리스를 선택하는지 모르겠다’는 평은 홍광호가 그만큼 투이 역을 비중 있게 그려냈다는 의미다. 캐머런 매킨토시가 홍광호를 한국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이 허언만은 아닐 것 같다. 


매킨토시 이외에도 <미스 사이공>의 원조 킴이자 원조 에포닌인 레아 살롱가 역시 홍광호의 공연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점을 칭찬해 주었느냐고 묻자, “제가 하는 모든 행동, 대사, 노래.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하는 그 순간까지도 다 좋대요”라며 레아 살롱가의 애정을 전했다. 




홍광호가 영국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 말도 편하지 않은 타국에서 혼자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을 것이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하자, “한국이 그립고 외로웠던 거”라고 두 번 생각 없이 대답한다. 큰 시상식에 초대됐음에도 밀린 숙제하듯 돌아가야 했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지난해 3월부터 연습에 참여한 후 5월 공연을 시작했다. 근 1년이 지난 셈이다. 원 캐스트로 매주 8회 무대에 서다 보니, 공연의 메카 웨스트엔드에 있었지만 편하게 공연을 관람하거나 주위를 둘러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런던 프로덕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연습할 때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자신이 출연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하나하나가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더라고요.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런던 프로덕션에서는 한국 배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고 묻자, 그는 그곳에서 중요하게 느낀 점을 들려주었다. “이번 프로덕션은 저만 온 것이 아니라 18개국에서 캐스팅해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있어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남들의 시각이 중요하잖아요. 여기서는 자신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우리는 유교 문화가 남아 있다 보니까 수직적인 사고가 지배한다면, 여기는 수평적인 사고를 하고 좀 더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것 같아요. 무엇이 더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차이가 있어요.” 감정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홍광호의 말투에서 이번 런던 경험이 그에게 참 좋은 경험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한 번 수상을 축하하고, 올리비에 어워즈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그의 말대로 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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