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밖에서, 시민이 추는 춤
무용수의 춤이나 몸을 도심에서 사진으로 담아내는 시도는 이제까지 여러 번 있었다. 몇 년 전 조던 매터는 ‘우리 춤이 삶이 된다면’을 하나의 컨셉으로 삼아 서울 곳곳에서 일상복을 입고 춤을 추는 무용수의 모습을 카메라로 포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가나아트센터에서 통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레리나들에게 의상디자이너가 지은 한복을 입혀 인상적인 사진 작품을 만들어냈다. 다만 이런 시도들은 무용수들의 잘 단련된 신체를 하나의 예술적 피사체로 삼는 패션 잡지의 작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댄스토리 서울(Danstory Seoul)>은 이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업의 산물이다. 서울문화재단 산하 춤 전문 창작 공간인 홍은예술창작센터는 지난해부터 국제 교류 사업의 하나로 이탈리아 사진가 잔마르코 브레사돌라를 초청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는 서울의 표정을 ‘춤’이라는 키워드로 촬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제목인 ‘댄스토리 서울’은 ‘댄스’, ‘스토리’, ‘서울’의 합성어로, ‘서울의 이야기를 담은 춤’을 가리킨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이 작업에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자신이 직접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열혈예술청년단이 안무와 연출을 맡고, 서울댄스프로젝트 시민 춤단 70여 명이 전문 무용수 4명과 함께 이 여정의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시민 참여’나 ‘커뮤니티 댄스’ 같은 여러 가지 문화 담론들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춤판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관객 참여는 대개 본 공연에 종속된 부대 행사이기 일쑤였고, 그마저 익숙지 않은 시민들에게 춤판은 주체성과 능동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미완의 장이었다. 이번 <댄스토리 서울>은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이 전면에 나서서 스스로 춤을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좋은 장이다. 청계천, 김포공항, 영종도, 여의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남산 타워 등 도심 곳곳을 담은 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춤과 함께 서울의 다양한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5 발레, 아름다운 나눔>
10년 이상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온 다섯 개의 민간 발레단(유니버설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SEO 발레단, 이원국 발레단, 와이즈 발레단)이 또 한 번 뭉친다. 지난해 ‘발레 STP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무용계를 포함해 문화·예술계에서 첫 번째 협동조합이 됐던 이들은 3월, 5월, 8월 공연을 전 회에서 90% 이상의 유료 관객 점유율을 거두며 새로운 발레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발레계에서도 유독 입담이 센 다섯 단체의 스타 단장들이 공연과 함께 개성 넘치는 해설을 들려주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각 단체의 특색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다.
3월 25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끝_레지던시: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국립현대무용단이 차세대 안무가로 주목받고 있는 윤푸름과 임지애의 신작을 올해의 첫 공연으로 선보인다.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의 어두운 부분과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아내온 윤푸름은 <17cm>로 무대에 오른다. 상대방을 인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를 17cm로 정의하고, 그 이하의 거리에서는 상대를 알아차릴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임지애의 <어제 보자>는 말과 움직임의 관계를 뒤틀 때 생겨나는 이질성과 부조리를 뒤쫓는다. ‘우리는 언어에 갇혀 살고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언어를 지워낸 몸의 불확정성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돋운다.
3월 27일~2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