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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프랑스에 새롭게 부는 뮤지컬 바람 [No.137]

글 |민지은 (공연 칼럼니스트) 2015-03-05 7,217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열풍 이후, 프랑스에서는 <카바레>, <라이온 킹>, <조로>, <맘마미아>, <시스터 액트>, <미녀와 야수> 등 해마다 한두 편의 작품들이 꾸준히 제작됐지만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특히 2012년 1월 파리 팔레 데 스포르 공연장에서 선보인 <아담과 이브: 그 두 번째 기회(Adam et  ve: La Seconde Chance)>가 혹평을 받으면서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팬들의 염려는 더 커졌다. 그러나 그동안의 우려를 잠식시키듯 같은 해 10월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1789 Les Amants de la Bastille)>이 프랑스 뮤지컬의 공식을 완벽히 재현하는 데 성공하며 팬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창작의 중심 이동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프랑스 대혁명>,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을 탄생시킨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와 <스타마니아>,   <지미의 추억(La Legende de Jimmy)>, <노트르담 드 파리>의 뤽 플라몽동이 프랑스 뮤지컬의 중심에 있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도브 아띠아와 알베르 코엔, 카멜 우알리가 프랑스 뮤지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쇤베르크와 플라몽동이 관객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통해 당시 사회를 반영하고 동시에 감미로운 노래로 감동을 선사했다면, 아띠아와 코엔, 우알리는 화려한 무대 연출로 볼거리를 더했다. 


도브 아띠아와 알베르 코엔이 명콤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십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태양왕> 그리고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연출과 안무를 책임진 사람은 카멜 우알리였다. 우알리는 제작자로 나서기도 했는데, 안무가 출신답게 그가 제작한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노래보다는 춤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클레오파트라>에서는 우알리와 친분이 두터운 프랑스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아카데미> 출신의 무용수 소피아 에사이디가 클레오파트라 역에 캐스팅됐다. 2011년에 제작된 <드라큘라, 죽음보다 강한 사랑(Dracula, entre l’amour et la mort)>의 드라큘라 역 역시 암스테르담 국립발레학교 출신의 무용수 골랑 요셉이 발탁됐다. 이 작품은 신비롭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마법을 접목시킨 무대 연출로 관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이런 춤과 무대 연출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높이 평가받을 만했지만, 관객들은 대체로 춤보다 노래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도브 아띠아는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을 제작한 지 3년 만에 신작 <아서 왕의 전설(La Legende du roi Arthur)>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 작품은 올해 9월 파리 팔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뒤, 릴, 브뤼셀, 루앙, 리옹, 툴루즈, 보르도, 낭트, 니스, 마르세유, 몽펠리에, 스트라스부르 등 유럽 투어가 예정돼 있다. 그동안 대형 무대를 제작해온 아띠아답게 이번 작품에도 배우, 가수, 무용수, 악기 연주자, 마술사 등 출연진이 50여 명에 달한다. 제작진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영화 <해리포터>와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여기에 요정 모르간의 마술까지 더해져 유머러스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이번 작품에서 아띠아는 작품의 내용과 연출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제작진과 배우 캐스팅에서는 흥행이 보장된 안전성을 택했다. 뮤지컬 <아서 왕의 전설>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아서 왕의 전설을 현대적이고 로맨틱한 색채로 재탄생시켰다. 그러나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의 내용이 아닌 아서 왕과 모르간 요정의 연애 시를 주 소재로 삼고, 여기에 전설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더했다. 프랑스 뮤지컬의 흥행을 좌우하는 음악은 팝과 모던 음악에 켈트 음악의 색을 덧입혔다. 무대에서는 백파이프, 바이올린, 플루트, 피들과 같은 악기들이 함께 연주되고 신비한 마술쇼도 등장한다. 


캐스팅에서는 새로운 신인을 발굴하는 모험보다는 이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그 역량을 인정받은 예술가들을 기용했다. 요정 모르간 역에는 2008년부터 활동하며 이미 여러 차례 히트를 친 가수 자오가 캐스팅되었다. 아서 역도 새로운 얼굴이 아니다. 바로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살리에리 역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플로랑 모드다. 귀네비어 왕비 역은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의 주인공이었던 가수 까미유 루가 선택을 받았고,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 무용수들을 뮤지컬 무대로 초대했다. 연출 또한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에서 연출과 안무를 담당한 줄리아노 페파리니가 맡았다. 탄탄한 출연진이 바탕이 된 이번 작품의 성패는 새롭게 시도한 음악과 무대 그리고 극의 구성이 될 것이다. 오는 4월 6일, 자오와 플로랑 모드가 함께 부른 <아서 왕의 전설>의 첫 번째 싱글 「내 전투(Mon Combat)」가 발매를 앞두고 있다. 도브 아띠아가 새롭게 도전한 음악에 뮤지컬 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전형을 넘는 새로운 창작의 움직임


창작자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프랑스 뮤지컬 시장은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프랑스 뮤지컬의 공식을 깬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하여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창작극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극단도 생겨났다. 우선 2014년 1월 파리 팔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로빈 후드(Robin des Bois)>는 프랑스 아이돌 가수 M. 포코라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프랑스 뮤지컬 시장에서는 처음 있었던 스타 캐스팅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 아이돌 가수에 대한 팬들의 기대에 M. 포코라는 뮤지컬 무대에 대한 열정과 가창력으로 보답했다. 여기에 심혈을 기울인 음악은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코르네유와 다비드 할리데이가 협업한 멜로디와 리오넬 플로랑스와 파트리스 귀라오가 작사한 이번 음악 작업은 2013년 NRJ 뮤직 어워드 ‘프랑스어권 내 최우수 그룹 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작품은 여느 작품들과는 다르게 극의 스토리가 구성되기 전에 음악이 먼저 작곡됐다. 극의 전개는 <아서 왕의 전설>과 마찬가지로 관객들에게 친숙한 소재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혔다. 이미 잘 알려진 로빈 후드 전설을, 로빈과 마리안느의 사랑이 결실을 맺은 15년 뒤로 시점을 잡아 재탄생시켰다. 물론 프랑스 뮤지컬의 웅장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무용수들의 춤과 애크러배틱도 빠지지 않았다. 350벌의 의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프랑스 내에서만 200회 이상 공연되며 총 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또 기존의 프랑스 뮤지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고전과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창작극들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폴리 베르제르 극장에서는 <안녕,친구들(Salut les copains)>, <디스코(DISCO)>에 이어 유머와 에너지가 넘치는 새로운 뮤지컬 <러브 서커스(Love Circus)>가 공연되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쌍둥이 자매와 실수가 잦은 마술사 사촌, 상처 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쿠또, 140년 동안 폴리 베르제르 극장에서 살고 있는 미스터리한 유령 등 서커스단 가족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매력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명곡들의 재탄생과 화려한 서커스 무대다. 영화 <물랑 루즈>로 유명해진 페티 라벨의 ‘Lady Marmalade’, 에디트 피아프의 ‘L’hymne a l’amour’, 브리티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과 같은 백만 번도 더 들었을 법한 오래된 노래들이 실력파 가수들을 통해서 재탄생됐고 여기에 관객들이 환호했다. 공연 내내 관객과의 대화와 유머가 가득하고, 서커스 묘기는 마법과 같은 무대를 연출한다. 




<디스코>가 한 편의 축제를 보여주고 <안녕, 친구들>이 음악을 강조했다면, <러브 서커스>는 무대 연출을 통한 예술적 화려함이 특징이다. 발레용 스커트를 입은 소년들과 프렌치 캉캉 페티코트를 입은 소녀들은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여기에 트램펄린과 나무로 만들어진 무대 장식을 넘나드는 곡예사들의 묘기는 화려한 볼거리를 더한다. 노래와 애크러배틱, 풍부한 연출력, 춤, 그리고 비주얼 효과는 관객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하다. 서커스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하고 국립 서커스 학교에서 인재 양성을 위해 힘쓰는 프랑스이기에 가능한 작품이다. 한 편의 서커스 극을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단원들의 삶을 통해서 관객들은 ‘사랑의 결말은 대체로 비극’이 아닌 ‘인생은 핑크빛’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레 제뚜알 뒤 파리지앵>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뮤지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프랑스 팬들로부터 ‘꼭 봐야 하는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연일 고공 행진 중이다. 이 극단은 2012년부터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젊은 연기자들과 가수들로 구성된 이 젊은 극단은 해마다 창작뮤지컬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프랑스 민영방송사 M6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안무가로 활약한 스테판 자니가 <디스코>, <안녕, 친구들>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다. 



다양한 실험을 위한 극장들의 태도 변화


이런 새로운 변화는 더 다양한 작품들이 프랑스에서 공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014년 10월 11일, 모가도르 극장에서 막을 올린 <뱀파이어의 무도회(Le Bal des Vampires)>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자신의 영화 <박쥐성의 무도회>를 직접 뮤지컬로 재현한 작품으로, 무려 17년 만에 프랑스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199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첫선을 보인 후, 12개국에서 11개 언어로 공연되어 7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지만 폴란스키의 오랜 망설임으로 정작 프랑스에서는 공연되지 못했다. 정통 클래식이나 오페레타에 익숙한 관객들이 자신이 창작한 뮤지컬 언어를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와 고민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호평 속에 공연 중이다. 81세 노장의 영화감독이 연출한 작품답게 무대 위 작품에서도 영화의 색채가 묻어난다. 무대 위의 디테일이 작품의 수준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믿는 이 연출가가 만든 무대는 매우 섬세하다. 마치 할리우드 초대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패러디 영화에서부터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종교 색이 묻어나는 대화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된다. 무대 위의 소재들은 전통적인 중세풍 콩트의 코드에서 나타나는 음모와 간계, 재미가 가득하다. 잘 그려진 악보의 흐름을 깨는 듯한 연주는 아름답지는 않아도 살아 숨쉰다. 유혹적이면서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무대 위의 마술은 연출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잘 짜여진 무용도 매우 섬세하다. 여기에 배우와 가수, 무용수들의 환상적인 연기는 극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새롭게 부는 뮤지컬 바람에는 극장들의 역할도 컸다. 최근 몇 년간 정통 클래식 공연을 고수하던 극장에서는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의 무도회>가 공연되고 있는 모가도르 극장은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떠오를 정도로 <카바레>, <라이온 킹>, <조로>, <맘마미아>, <시스터 액트>, <미녀와 야수> 등 다양한 국적의 작품들을 공연해왔다. 그 덕분에 프랑스 관객들은 연중 내내 다양한 뮤지컬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결과 뮤지컬에 친숙해졌다. 클래식 공연을 주로 하던 샤틀렛 극장도 프랑스 뮤지컬은 물론 영미권과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국적의 뮤지컬들을 선보이며 모가도르 극장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극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인상적인 변화는 관객들과의 호흡이다. <로빈 후드>의 경우, 극의 막이 올라가기 전 관객들이 작품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배우 한 명이 숲 속의 나무를 묘사한 무대 장치 위에서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관객들과 소통한다. <디스코>는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 바로 앞에 포토존을 마련해 관객들이 공연에서 등장한 가발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관객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공연을 마친 출연진들이 서둘러 나와 관객들과 뒤엉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어울려 노는 이벤트를 마련해 재미를 더했다. 프랑스가 지니고 있는 예술적 완성도에 더해지는 이런 일련의 새로운 변화가 앞으로 프랑스 뮤지컬 제작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기대가 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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