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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홈즈의 머릿속을 엿보다 [No.136]

정리|안세영 사진제공|알앤디웍스, 오필영(무대디자이너), 이수원(의상디자이너) 2015-01-30 7,683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 


2011년 초연한 뮤지컬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 >은 셜록 홈즈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추리 과정을 무대 위에 시각화한 연출이 돋보인 작품이다. 2014년 재연 프로덕션에서는 달라진 무대 세트와 의상으로 ‘생각의 궁전'이라 불리는 홈즈의 머릿속을 한층 생생하게 구현한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드라큘라>, <더 데빌>의 무대를 디자인한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가 새로이 참여하고, 초연부터 시즌2까지의 모든 의상을 책임지고 있는 이수원 의상디자이너가 보다 현대적인 의상을 선보인다.



새로운 무대 디자인은 셜록 홈즈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일견 불규칙해 보이는 생각의 조각과 단서들이 홈즈만의 규칙으로 나열되어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글자 조각으로 이루어진 네 겹의 벽이 무대 중앙에서 퍼즐처럼 흩어지거나 합쳐지면서 장면을 전환시키는데, 이는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단서들이 반복적으로 나열되고, 재조합되며 하나의 결론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형상화한 것이다.  -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글자 무대 바닥과 벽을 빼곡히 메운 글자는 홈즈가 가진 생각의 단편들로, 극 중 사건과 연관성을 갖도록 구성되어 있다. 장면이 전환될 때는 ‘Sherlock's Office’, ‘Eric's Room’, ‘Andercon Co.’ 등의 글자에 조명이 비춰지며 공간을 설명하기도 한다. 다만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천재적 사고를 하는 홈즈의 머릿속이 그저 글로써 정리되어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홈즈의 머릿속을 대변해줄 수 있는 하나의 큰 오브제에 대해 고민하던 중, 항상 홈즈의 생각과 사건을 열심히 정리하는 왓슨의 노트에 생각이 미쳤다. 홈즈의 불규칙해 보이는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한 왓슨의 사건노트는 작품과 무대 사이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다.

사건 보드 무대 오른편, 홈즈의 사무실 벽난로 위에는 사건 보드가 붙어 있다. 여기에는 사건 노트에서 잘라낸 메모와 현장에서 찍은 사진, 신문 기사 등이 콜라주처럼 붙어있고, 그 위에 붉은 실로 각 정보의 연결성이 표시되어 있다. 이 사건보드는 전체 무대 세트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글자 혹은 그림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조각 벽이 붉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무대 세트는 이 사건보드를 그대로 확장시킨 컨셉이다.

영상 영상은 관객들이 셜록의 추리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초연에서는 비어있는 넓은 벽에 영상을 비췄지만, 바뀐 무대에서는 조각 벽과 양옆의 벽체 위에 영상을 비춘다. 호평을 받았던 박준 영상디자이너의 작품이 수정되어야 하는 것에 미안함과 부담감도 느꼈지만, 시각적 측면에서 새로이 출발하는 게 이번 공연의 목표였던 만큼 새로운 세트 안에서 영상의 기능에 대해 고민했다. 영상과 무대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영상디자이너와 모든 장면별 세트의 움직임과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공유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19세기 의상의 기본적인 특징은 유지하되,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지난 공연까지의 컨셉이 ‘세상의 눈으로 바라본 홈즈’였다면, 이번 재연의 의상은 ‘홈즈의 눈으로 바라본 사건과 인물’을 표현한다. 때문에 시대적인 디테일은 최소화하고, 홈즈의 머릿속에 담긴 각 인물의 이미지를 읽어내듯 디자인했다. 새롭게 바뀐 무대도 의상 디자인에 영향을 줬다. 무대와 의상이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처음부터 무대 모형을 참고하여 스케치를 하고 원단을 골랐다.  - 이수원 의상디자이너


셜록 홈즈 수수께끼의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홈즈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홈즈가 보는 홈즈 자신은 여러 사건과 생각이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는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홈즈의 생명력은 그 동떨어진 조각들을 이어 맞추는 체계적인 추리력에서 나온다. 그가 입는 붉은색 자켓 깃에는 여러 도형으로 이루어진 선이 교차하는데, 여기에는 추리력이라는 심장에서 뻗어 나온 핏줄이 생각의 조각들을 연결한다는 컨셉이 담겨 있다. 심장 박동이 뛰는 느낌을 살려 패턴을 디자인했다. 이 같은 자켓 디자인은 무대 컨셉과도 일맥상통한다. 처음엔 무대와 같은 붉은 색상은 피하려고 했지만, 노우성 연출에게 ‘그 무대가 홈즈의 뇌리에 비치는 모든 장면’이라는 얘기를 듣고 오히려 일관된 색상으로 가야겠다고 판단했다. 시즌2의 의상과 비교하면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앤더슨가 사건으로 돈을 번 후인 시즌2와 달리 시즌1의 홈즈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 아직은 조금 힘든 시절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제인 왓슨 초연 때 왓슨은 커다란 퍼프 소매가 달린 긴 치마를 입었다. 이는 당대 여성의 전형적인 복장이다. 하지만 홈즈의 관점에서 본 왓슨을 표현한다면 꼭 시대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왓슨은 여성이지만 남성 못지않게 활발한 움직임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이번 공연의 왓슨은 치마를 벗어 던지고 보다 직업 활동에 적합한 바지로 갈아입었다. 실제 그 시대에 여성이 바지를 입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사회적 통념에 구속되지 않고 열려있는 왓슨의 성격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 홈즈의 의상을 그대로 왓슨에게 입힌 듯한 분위기를 내고자 했다.

에릭과 아담 역시 홈즈의 입장에서 본 에릭과 아담을 표현했다. 에릭은 앤더슨가의 비밀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모자이크처럼 엮여있는 사건의 조각들이 에릭 특유의 차분함으로 감춰져있는 것을 그가 입는 코트의 패턴으로 표현했다. 타이트한 조끼를 입고 셔츠 단추도 목까지 잠궈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꽁꽁 숨기려는 인물로 보이게 했다. 색감 역시 냉정한 느낌을 주는 블루와 블랙이 주로 사용됐다. 반면 아담의 의상은 화이트를 기조로 디자인됐다. 홈즈에게 아담은 직접 만나보지도 못하고 파헤쳐야 하는 백지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그의 방탕한 과거에 대해 알 수 있으므로, 피어나다 죽은 것처럼 화려하고도 어두운 꽃문양 원단을 포인트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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