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BACKSTAGE PEOPLE] 무대 위의 조율자, 무대감독 [No.120]

글 |배경희 사진 |심주호 2013-10-07 13,937

무대감독이 어떤 직업인지 아느냐는 질문엔,
대부분 이렇게 답할 것이다. 공연을 진행하는 총감독이라고.
물론 무대감독이 큐 사인을 주며 공연을 진행하는 사람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저 그것만이 무대감독 일의 전부가 아니다.
한 편의 공연을 지휘하기 위해 무대감독이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학교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강필수  연극영화과 출신이고, 군 제대 후 학교 선배를 따라 무대 크루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무대감독이 된 계기가 됐다. 콜링(큐 사인 지시)을 하고 있는 무대감독의 뒷모습이 멋져 보였다. 처음엔 단순히 무대감독이란 직업이 멋있어 보여서 일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적성에 맞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올해로 무대감독 14년 차다.
배지연  회계학과를 나와서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때려치우고 이곳으로 왔다. 일을 시작한 진 이제 9년 됐다. 진로를 바꾸는 게 쉽진 않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라면 지금 즐거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공연 아카데미를 통해 알게 된 무대감독의 소개로 운 좋게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처음엔 전문 지식도 없는 데다 경험도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무대감독은 전공 학과가 따로 없다 보니 출신 배경이 다양할 것 같다.
문희원  맞다, 나도 학교에선 성악을 전공했다. 공연 일은 오페라 연출부의 막내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연출부 생활을 해보니, 연출 파트가 아닌 기술 파트가 더 매력적이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공연 팀의 연출이 내 마음을 알아차리곤 지금의 무대감독 회사를 소개해줬다.
강필수  무대감독의 일은 프로덕션 매니지먼트다. 다시 말해, 한 편의 뮤지컬이 제대로 공연될 수 있도록 프로덕션 전반을 관리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크기 때문에, 전공은 크게 관련이 없다. 황민 감독의 전공은 연기였는걸. (웃음) 
황   민  학교 다닐 때 연기는 딱 한 번 해봤다. 한번 해보니까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싶더라. (일동 웃음) 97년, 극단 학전에 연출부로 들어가면서 공연계에 발을 들이게 됐고, 2001년 <지하철 1호선>의 무대감독을 맡게 되면서 비로소 이 일에 정착하게 됐다. 나는 세 사람과 달리 극장 무대감독으로 일을 시작했다. 극장 무대감독으로 일한 지 5년쯤 됐을 때 지금 회사 선배의 회유로(웃음), 극장에서 나와 프리랜서 무대감독으로 일하는 중이다.

 

황민 무대감독

 


극장 무대감독과 프리랜서 무대감독은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가?
황   민  극장 무대감독은 말 그대로 극장에 소속돼 극장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공연 진행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극장 무대감독의 서포트 없인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올릴 수 없다. 극장마다 환경에 차이가 있고 특성이 다 다른데, 프리랜서 무대감독이 그 모든 걸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긴 어려우니까. 객석 관리를 담당하는 하우스 매니저와 소통하는 것도 극장 무대감독의 몫이다.


프리랜서 무대감독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강필수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을 기점으로 무대감독 업무의 성격이 달라졌다. <오페라의 유령> 이전의 무대감독은 기술감독의 역할, 즉 무대 셋업과 공연 진행 정도만 했다.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 이후 브로드웨이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무대감독이 프리 프로덕션부터 참여해 공연 전반에 관여하게 됐다. 쉽게 이야기하면, 과거 조연출이 했던 일이 무대감독에게 넘어왔다고 보면 된다. 무대감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즈음부터다. 근데 이상하게 몇 년 전부터는 지원자의 90% 이상이 여자다. 아마 프로덕션 매니지먼트를 하다보니 꼼꼼하고 섬세함이 요구돼서 여자들의 성향에 좀 더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 건가?
강필수  프리 프로덕션에서는 공연 연습 준비가 무대감독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무대감독이 프로덕션에 투입되는 시점은 창작뮤지컬이냐, 라이선스 뮤지컬이냐에 따라 좀 다르다. 창작뮤지컬은 무대감독이 작품 분석 단계부터 참여한다. 연습을 진행하려면 작품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까. 라이선스 뮤지컬은 연습이 시작하면 팀에 합류하는데, 사전 준비를 위해 해당 공연의 해외 공연장 답사를 하고 오기도 한다.
황   민  프리 프로덕션에서 중요한 건, 크리에이터들이 연습을 진행할 수 있게끔 서포트 해주는 거다. 연습실 환경 관리, 연습에 필요한 소품 운용, 연습 일정 조율 등 매끄러운 연습 진행에 필요한 모든 실무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음악감독이 음악 연습을 한다고 하면, 보면대와 의자를 세팅해 놓아야 한다. 모든 잡다한 업무를 맡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웃음) 연습이 시작되면, 배우를 관리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

 

                           

배지연 무대감독

 


무대감독이 배우 관리도 하는 줄 몰랐다. 배우들을 컨트롤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뭐가 가장 힘든가?
황   민  배우 관리는 피를 말리는 일이다. (웃음)
배지연  특히 지각 관리는 정말 골치 아프다. 연습 시작 5분 전까지 배우가 도착하지 않으면 전화로 위치를 확인하는데, 그럴 때마다 모든 배우들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요 앞이요.” (일동 웃음)
황   민  배우 지각 레퍼토리가 몇 개 있다. 전화로 “어디세요?” 하고 물으면 늘 “동호대교요” 이러는 배우도 있고. 또 다른 모 배우는 항상 한남동이고. (일동 웃음) 요즘에는 컴퍼니에서 배우를 관리하는 경우도 많아서 전보단 좀 수월하다.
강필수   아, 난 연습 시작 전 배우 이름을 외우는 게 참 힘들더라. 보통 40~50명 정도 되는 인원의 이름을 외워야 하니까. 오디션 서류 사진을 보고 열심히 이름과 배역을 외웠지만, 막상 연습실에서 보면 누가 누군지 매치가 안 될 때도 많고. 특히 여배우들은 정말 모르겠다. (웃음)
문희원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많다보니 엄청 특별한 인상이 아니고서야, 초반엔 이름이 헷갈린다. 아마 감독마다 이름을 빨리 외우는 노하우가 있을 텐데, 난 별명을 붙여서 외운다.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웃음)


연습 과정에서 또 중요한 업무는 뭔가?
강필수   크리에이터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연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출가와 안무가가 원하는 연습이 다를 때, 두 사람의 의견을 조율해서 원활하게 연습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서포트해야 한다.
배지연  무대감독의 업무는 그날 연습이 끝났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웃음) 연습이 끝나면 오늘 어떤 연습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일 연습에는 어떤 게 필요한지 등 리포트를 작성해서 프로듀서 및 각 파트의 크리에이터들에게 보내야 한다. 연습실이나 극장에 상주하는 스태프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날 연습이나 공연에 대해 공유할 수 있도록 보고해주는 게 중요하다.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엔 해외 스태프에게도 공연 일지를 보내기도 한다.
강필수   사실 무대감독 팀은 공연 때보다 연습 기간에 오히려 더 바쁘다. 연습이 텐투텐(10 to 10)이면 우리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하루 일과가 끝나니 개인 시간이 부족하다. 연습 진행을 하다보면,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대충 김밥이나 빵으로 때워야 할 때도 많고.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할 때 점심마다 김밥을 먹었더니, 박상원 선배님이 정말 진지하게 “이 팀은 진짜 김밥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내일 김밥 사다줄게” 이러시더라. (일동 웃음)

 

                         

문희원 무대조감독


공연 중에는 콜링이 가장 큰 업무인 거고?
강필수   그렇다. 보통 한 공연에 3~4명이 팀을 이뤄서 들어가는데, 콜링은 한 명이 담당한다. SM 데스크(무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모니터가 구비돼 있는 무대감독 데스크로, 무대 상수나 하수에 위치해 있다.)에서 연습 때 작성한 콜링 스크립트를 보며 파트별로 큐 사인을 보낸다. 공연 시작 전 객석 암전 큐부터, 공연 종료 후 객석에 불을 켜는 큐까지, 보통 한 공연에 500개 정도의 콜링을 해야 한다. <빌리 엘리어트>는 콜링이 800개였다.  몇 초, 몇 분 단위로 계속 콜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잠깐이라도 긴장을 늦추고 딴생각을 하면 대형 사고가 나는 거다. 큐 사인 하나로 공연을 망칠 수도 있는 거고. 무대감독은 정말 잘해야 본전이다. (웃음)


기계 오작동 같은 예측 불허의 무대 사고는 아찔할 것 같다. 
강필수   무대 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할지 최대 3초 안에 모든 판단을 내려야 한다. 공연에서 3초는 정말 긴 시간이지만, 그 안에 상황을 정리하려면, 작품을 정말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다음 신에서 어떤 배우가 어디서 들어오고, 어떤 대사가 나오고, 이런 걸 알아야지, 빠른 시간 안에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 무대감독이 연습을 진행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최악의 경우에는 막을 내려서 공연을 중단해야 하는데, 그러면 컴퍼니가 입는 피해는 상당하다.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유능한 감독인지 아닌지가 판가름 난다.


무대감독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사고 대처 사례는 없나?
강필수   글쎄, 그런 이야기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기계 오작동 사고에 훌륭하게 대처했던 적은 있다. (일동 웃음) 재작년 <빌리 엘리어트> 공연 중에 일어난 일인데, ‘일렉트릭시티’ 장면 전에 갑자기 조명 콘솔이 다운됐다. 그땐 내가 콜링 담당이 아니라 조명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콘솔로 달려갔다. 설상가상으로 메인 콘솔뿐 아니라 서브 콘솔까지 다운돼서, 조명 오퍼레이터가 기계를 재부팅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빌리 엘리어트> 같은 아역이 나오는 공연은 아이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빌리가 온 무대를 돌며 춤을 춰야 하는 장면에서 어떻게 조명을 끌 수 있겠나. 내가 내놓은 대책은 무대 사이드에 있는 워크 라이트(무대 셋업 때 사용하는 작업등)를 켜는 거였다. 그런데 그게 정말 예뻤던 거지. 극장 무대감독이 사고인 줄 모르겠다고 하더라.
황   민  <레 미제라블> 용인 공연에서도 아찔한 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 자베르의 자살 장면은 양옆에서 오토메이션(기계 장치)이 들어와 다리가 만들어지는데, 배우가 오토메이션이 들어오는 라인에 선 것이다. 그대로 공연을 진행하면 다리 사이에 배우가 끼는 사고가 발생할 게 분명했다. 순간 인터컴으로 “오토 스톱!”을 외쳤는데, 다행히 배우가 눈치를 채고 뒤로 슬쩍 빠지더라. 그래서 다시 “오토 고!”를 외쳤지. 당시 퍼스트 무대감독이 콜링을 하고 있을 때라 웬만한 비상 상황이 아니면, 내가 콜링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방해가 되니까. 워낙 긴급 상황이라 그렇게 했는데, 잘 대처했다고 해주시더라.

 

                             

강필수 제작무대감독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공연은 뭔가?
황   민  개인적으론 <빌리 엘리어트> 연습 진행이 제일 힘들었다. 아이들이 출연하는 공연이다 보니 배역별로 연습을 따로 해서 연습실을 일곱 개나 운영해야 했다. 한 명의 무대감독이 두세 개의 연습실을 커버하려니 신경 쓸 일도 두세 배로 많아지고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챙기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강필수   황민 감독이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웃음) 아이들이 하도 말을 안 들으니까 하루는 황민 감독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호되게 야단을 쳤다. 애들한테 똑바로 하라고 혼을 내고 나선 마지막에 “난 너희들 애들로 안 봐. 배우로 보지” 그랬단다. 그러니까 순간 아이들 전원이 황민 감독을 우러러보더라는 거다. (일동 웃음) 그 후로 아이들이 황민 감독을 잘 따랐다.
황   민  사실 애들한테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애들이 엄청 좋아하더라. (웃음)
배지연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함께하는 일이다 보니,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합에 따라서, 작업이 굉장히 즐거워질 수도, 괴로워질 수도 있다. (웃음) 함께하는 스태프나 배우들하고 마음이 통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무대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강필수   무대감독이 모든 스태프들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여러 파트에 큐 사인을 보내며 공연을 진행하다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어떤 지시가 아래 사람에게 하는 명령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의 일일 뿐이다. 모든 스태프들과의 관계가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라는 걸 알아야 한다.
황   민  내 생각엔, 무대감독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이 일에선 열정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일을 하다 보니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내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많이 주고. 누군가의 격려와 칭찬도 힘이 되지만, 결국 여기서 버티게 해주는 건 일에 대한 내 자신의 열정인 것 같다.
배지연  나도 황민 감독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연 일은 좋아하는 마음이 없이 하기 힘들다. 한 번의 성취감이 나머지 힘든 모든 걸 상쇄시켜주는데, 그건 그만큼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참, 무대감독은 직급이 어떻게 되나? 연수가 차면 자동으로 진급이 되나?
배지연  무대감독 직책은 네 가지다. 제작무대감독(PSM), 무대감독(SM), 부무대감독(DSM), 무대조감독(ASM), 이렇게. 연수가 올라간다고 자동으로 진급이 되는 건 아니고, 철저히 능력제다. 다른 회사 방침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은 그렇다. 내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내 업무가 달라진다는 거, 무섭지만 매력적인 일 아닌가.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