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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좀비 컴퍼니> B급 휴먼 풍자 뮤지컬 [No.135]

사진제공 |CJ문화재단 진행정리|박병성 2015-01-06 4,828

<좀비 컴퍼니>는 좀비가 지배하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B급 정서와 풍자적 색채를 결합하여 새로운 좀비물의 가능성을 열었다.


<페디큐어>의 작가 박소정이 작과 가사를, 다양한 드라마와 연극에서  음악을 맡은 이율구 작곡가가 작곡을 맡았다. 
인큐베이팅 과정에 있는 <좀비 컴퍼니>의 창작자와  공연 리뷰어 양성 프로그램인 더뮤지컬 리뷰어 1기 졸업생 최영현, 박초희가 작품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품 소개€}
좀비들이 지배하는 미래의 어느 시기. 좀비로 위장한 사장은 좀비들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냉매가스를 만들어내는 공장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면서 권력을 누린다. 후계자 교육을 위해 수양딸 유리를 좀비로 위장해 공장에 입사시킨다. 좀비 사회의 왕따 와이는 육식을 거부하고, 선인장(신)과 대화하는 등 다른 좀비들과는 다른 인물로, 유리가 인간임을 알게 되고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한편 보스는 샴쌍둥이 오키도키를 공장으로 보내 좀비들을 감시한다. 유리와 와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질문을 품고, 서로에게 끌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유리는 보스가 냉매가스를 이용해 좀비 백신을 만들고 있다는 비밀을 공유하고, 와이와 함께 백신을 훔쳐 달아날 궁리를 하는데…





좀비 같은 인간



박병성  작품을 본 소감은 어땠나?
최영현  음악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은 어느 한 곡이 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작품과 잘 어울렸다. 뮤지컬에서 좀비를 다루는 것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전개 방식은 익숙했다. 익숙한 전개가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오키도키 캐릭터는 이 작품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신의 한 수였다. 좀비들이나 보스, 오키도키의 캐릭터가 명확한 반면, 작품의 중인공인 와이와 유리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박초희  흥미로운 소재라 빨려 들어가서 봤다. 그런데 이 작품의 신선함이 리딩 발표 정도의 규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분장을 하고 무대가 들어오면 신선함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무서운 내용을 싫어하는데, 이 작품은 좀비 이야기지만 즐기면서 볼 수 있었다. 위트 있는 대사나, 권력을 생산해내는 구조 등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좋았다. 1막에 비해 2막의 내용이 허술한 것은 아쉬웠다. 
박소정  처음 발상은 꽤 오래됐다. 회사에 갔더니 상사들이 다 좀비더라는 간단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좀비를 소재로 접근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영화에서는 좀비를 죽이는 액션 장면이라도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세상을 움직이는 구조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오키도키는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런 캐릭터를 쓸 때 신이 난다. 그런데 너무 튀면 전체 캐릭터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밸런스를 조절하면서 쓴 것인데도 와이와 유리의 캐릭터가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율구  등장인물을 와이와 유리, 보스, 좀비들 이렇게 세 캐릭터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끼리는 음악의 형태를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좀비들의 노래는 록이나 메탈 느낌을 주어서 과격하게 표현했고, 유리와 와이의 곡은 이와는 상반되게 발라드 느낌으로 작곡했다. 보스는 한 발쯤 나서는 성격이 있어서 그런 캐릭터를 반영한 노래를 넣으려고 했는데 이번 리딩에서 빠졌다. 지금은 좀비들의 노래에 대선율 부분을 맡는 정도로 표현됐는데, 보스의 캐릭터가 이것만으로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박병성  좀비는 최근 유행하는 소재다. 이 작품에서는 어떤 차별성을 느꼈는가?
최영현  작품에서 ‘삶은 사랑이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발음도 유사하지만 사람과 사랑과 삶에 대한 작품이라고 봤다. 유리와 와이가 행복한 결말을 맺을 줄 알았는데 좀비로 남는 결말이 신선했다. 
박소정  보통 좀비물은 좀비들을 죽여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좀비는 내 자신일 수도 있고, 현대인이기도 하다. 
이율구  좀비가 무뇌아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고, 그들끼리의 사회가 있고 회사를 꾸려가야 한다는 게 신선했다. 뮤지컬로 발표될 때는 좀 더 멋지게 보일 테니 더 신선할 거라고 생각했다. 

 

B급 코드



최영현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점은 좀비물인데, 의외로 웃겼다는 것이다. 
박소정  오키도키가 B급 캐릭터이지만 그가 등장하기 전에도, 와이가 유리에게 처음 주는 선물로 자신의 내장을 걸어준다. 근데 유리는 그것을 좋아한다. 사랑을 느끼는 장면에서 구더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리딩이라 그런 것들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지만 B급 코드들이 담겨 있다. 선인장이 신이 될 수도 있다는 설정도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한 의도였다. 그래서인지 연출님이 보스의 대사도 병맛스럽게 연출하는 등, B급 정서를 담아내려고 했다. 
박병성  선인장에 꽃이 피었는데, 와이가 처음 것은 옆에 있던 오키도키에게 선물하고, 두 번째 핀 것은 자연스럽게 유리에게 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좋았다. 와이는 사랑이 뭔지 모르면서 이미 사랑을 하고 있고, 유리도 사랑을 모르지만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유리는 사랑이 에너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전개가 흥미로워서 잔뜩 기대했는데 더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박소정  사랑의 에너지로 무언가를 일으킬 것이라고 설정하진 않았다. 단지 2막에서 와이가 용기를 내는데 그 에너지가 바탕이 된다. 
박초희  와이와 유리가 지나치게 순수하다 못해, 멍청해 보인다. 그것은 의도한 것인가?
박소정  멍청해 보이기보다는 귀여울 줄 알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순수성을 보여주는 게 의도였다. 
최영현  순수한 것과 멍청한 것이 구별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멍청해 보였다. 특히 유리는 아버지에게 구박을 듣는데도 너무 해맑아서 생각이 있는 애인가 싶을 정도였다. 
박초희  선인장을 신으로 설정하고, 해설자의 역할을 맡겼는데, 극 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이지 않더라. 
박소정  공연 후 관객들에게 리뷰를 받는데,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선인장과 와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꼽아서 의외였다. 이 장면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선인장과도 대화를 나누는 와이의 순수성을 보여주려 했다. 작품은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선인장이 신이라는 설정은 그런 작품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박병성  가상 세계의 설정은 이미 좀비의 노래로 설명이 되었다. 사회자로서 선인장은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로도, 독특한 형식을 보완하는 장치로도 쓰이지 못했다. 
박초희   ‘네버다이 좀비’라는 노래가 좋았다. 음악을 들을 때 맴도는 멜로디들이 있곤 하는데, 그런 후크송을 만들 때 작곡하는 룰 같은 게 있는가?
이율구  그런 건 없다. 이 곡 같은 경우는 작가가 ‘네버다이 좀비’ 부분의 리듬을 정해줬다. 광고에서 ‘푸르지오~~’ 하는 것처럼 징글을 만들 듯이 이것을 후렴에 넣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미완의 2막



박병성   2막의 경우는 완성된 장면으로 선보이지 못하고 전체의 스토리를 배우들의 내레이션으로 소개했다. <좀비 컴퍼니>는 좀비들 속에 인간의 속성을 보여주거나 권력을 지배하는 구조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과, 유리와 와이의 러브 스토리, 두 축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2막에서는 그 어느 것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박소정  공장이 폭파되는 장면은 보스가 구축한 세계가 붕괴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속한 세계가 폭파된다는 게 강렬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았나.
박병성  아무래도 리딩이다 보니 시각적인 도움이 없어 그런 면도 있지만, 보스가 공장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시스템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해, 공장의 파괴라는 큰 사건의 상징성이 약하게 다가온 것 같다. 2막의 전개를 어떻게 보았나?
박초희  1막에서는 아기자기한 전개가 이루어졌는데, 그에 비해 2막은 국면 전개가 많아 사건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소정  2막은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총의 주도권을 잡았을 때 인간성이 흔들리는 딜레마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에게 권력이 오면 인간적인 면을 포기할 수 있을까, 사랑보다 권력이 중요할까, 각자가 자신들의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좀비와 보스, 오키도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은 배경이고 각자의 질문을 통해 2막을 전개하면서 공장 폭파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박병성  인물이 바뀌면서 질문도 바뀌지만 결국 총의 행방에 따라 갈등 관계가 생기는 연속된 패턴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하나의 장 안에서 처리해서 막을 나누지 않고, 1막 안에 담아 마무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최영현  1막에서는 와이와 유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 이외에는 캐릭터의 변화가 없다. 2막에서는 보스와 유리 두 편 모두에 속해 있던 오키도키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유리도 존경하는 아빠를 물어 좀비로 만든다. 사회 풍자적인 내용도 흥미롭지만, 2막에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변해갈지가 궁금했다. 그 과정이 음악과 어울리면서 어떤 긴장감 있는 전개가 펼쳐질지 기대됐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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