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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Mr.BONG ESSAY] 그가 그를, 그도 그를 [No.133]

글 |봉태규 2014-11-27 4,015
봉태규 공연 에세이



그가 그를, 그도 그를 <프라이드>





그와 그가 함께 시간을 보낸 지도 벌써 7년이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거기에 6개월을 더해야 한다.    7년 6개월 전, 그들은 둘 다 삼십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어서 감정적으로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뭔가를 알고 나면 겁이 많아지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당시 두 사람은 연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무뎌져서 누구를 만나든 은근한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와 그는 감정이 메말라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어떤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그를 처음 만난 장소가 아니라면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는 시시껄렁한 모임이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그는 팥죽을 좋아할 것 같은 그의 얼굴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주변의 분위기와 상관없는 듯한 무덤덤한 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그들이 첫눈에 반했던 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그와 그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한 끈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어떤 신호를 보냈다고 해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첫 만남은 물 흐르듯 흘러갔고 시간 또한 일정한 속도로 흘러갔다. 그는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자신을 맡겼다. 다른 그도 역시 그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물이 어느 한곳에서 고이듯이 그들도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시간의 흐름도, 그와 그가 다시 만난 장소도, 그 장소와 시간 속의 그들도. 그게 그와 그의 처음이었다.

그들은 서로 닮은 점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문제, 이를테면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도 힘들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보니 메뉴를 정하는 데 매번 격렬한 토론을 벌여야 했는데, 어떤 땐 거의 끼니마다 부딪쳤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도 험난했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어렵게 타협점을 찾으면, 팝콘의 맛을 결정하기 위해 다투었고, 음료를 고를 때 다시 또 싸움이 시작됐다. 하루는 옆에서 보다 못한 한 친구가 영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팝콘과 음료는 각자 먹고 싶은 맛으로 하나씩 사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들을 설득했다. 그와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도 서로 다른 우리가 공통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친구는 그렇게 계속되는 다툼으로 둘의 사이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걱정이라고 했다. 그들은 전보다 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우리 관계가 그 정도로 시시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만하지, 뭐.”

함께한 시간이 쌓인 만큼, 이제 그와 그도 서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미래를 나누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누군가와 남은 생을 그려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니,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아마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들은 함께 지내면서 많은 점이 달라져 있다는 걸 느낀다. 사소한 것부터 굉장히 큰 부분까지. 하지만 그 변화가 자신을 가장 자신답게 만들어주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더불어 타인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위대함을 확인한 그들은 여전히 스스로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언젠가 그들이 만남에 지쳐 있을 때 그가 그에게 해준 말이 있다. “아마 서로 닮은 게 하나도 없어서 우리를 만나게 하셨나봐. 왜냐면 우리는 이미 똑같잖아. 그래서 다른 이성애자들처럼 서로 닮을 필요가 없는 건지도 몰라. 그걸 찾을 필요도 없고. 이미 우리는 서로 똑같으니까. 그래서 다른 건 닮거나 같을 이유가 없는 거지.”


모든 동화의 마지막이 그렇듯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겠죠? 



봉태규>> 세상일에 관심 없는 척하지만, 자신의 눈을 끄는 건 굳이 나서지 않으면서 참견하기 좋아하는 그런 남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3호 2014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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