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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LUMN] 수백, 수천, 수만 개의 결혼 적령기 [No.127]

글 |배경희 2014-04-30 3,756
두세 달 전인가. 무슨 마음에 문득 한동안 못 본 친구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 반가운 인사를 건네려는 순간, 친구가 먼저 “나 결혼해” 하면서 청첩장을 불쑥 내밀었다. 사전 예고가 조금도 없었던 데다, 나보다 아직 어린 그 남자애가 이렇게 일찍 결혼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내가 잠시 동안 멍해 있는 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가 말했다. “누나는 왜 빈손이야?”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길 내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당연히 결혼 소식을 전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그 말에는 거의 번개를 맞은 것처럼 놀랐다. 오랜만에 뜬금없는 연락을 하면 ‘아, 청첩장의 용무가 있구나’ 하고 여기는, 내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됐다고? 사실 몇 해 전부터 이미 그런 나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부쩍 결혼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는다. 어째서 결혼을 안 하는지, 혹시 남자친구가 없어서 결혼을 안 하는지, 만약에 남자친구가 있다면 왜 결혼을 안 하는 건지…… 동창들의 결혼과 출산, 육아 소식이라는 도무지 관심 없는 이슈를 열심히 전하는 친구들마저도  묻는다. 넌 이러다 ‘결혼’을 놓쳐버리면 어쩌나 불안하지 않냐고. 도대체 아직 호기심 많고 어린 내게, 아니, 더 이상 어리지 않지만 여전히 젊은’으로 정정,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아니, 이런 말 따윈 집어치우자. 어떤 특정한 시기에 결혼하지 않는 걸 보통의 삶과 조금 동 떨어진 특이한 삶으로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세상에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제 백 개의 결혼 적령기가 있을 텐데.  

결혼을 강요하는 주위 사람들 말에 의하면, 나는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계절을 맞았다. 그래, 마지막 계절이라면, 뭐라도 해봐야 할 테지. 골드 미스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봐야 할까. 음, 아니면 ‘골드’ 미스가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 더 나을까. 어느 쪽도 쉽지 않아 보이네.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역시 미스로 가는 급행열차에 오른 걸 불안해하고 있는 걸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7호 2014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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