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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영원한 청춘 [No.125]

글 |나윤정 2014-02-24 3,644

서른은 인상적인 나이다. 설익지도 무르익지도 않아 더 좋다. 공자 또한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칭하지 않았던가. 뜻을 확고히 세우고 스스로 일어선다는 의미가 있어 서른의 순간이 더 뜻 깊게 느껴진다. 갑자기 나이 이야기를 시작한 건 올해로 극단 목화가 딱 서른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극단 목화는 1984년 오태석이 창단한 이래 한국의 전통문화양식을 연극과 조화시키는 작업에 큰 관심을 쏟아온 국내 대표 극단이다. 창단 공연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춘풍의 처>, <봄봄>, <템페스트> 등 무수한 레퍼토리를 창작하며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왔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산대놀이, 씻김굿 등 전통 연희 양식을 더한 <템페스트>는 2011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돼 헤럴드 에인절스상을 받으며 한국 연극의 저력을 널리 알렸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목화가 배출한 배우도 엄청나다. 장영남, 임원희, 유해진, 박희순, 정은표 등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이들이 다 목화 출신이다. 또 극단 목화를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오태석이다. 극단을 이끌고 있는 그는 73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남다른 정정함을 과시한다. 취재차 극단 연습실을 들렸을 때 날카롭게 무대를 바라보며 불호령을 내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연습이 끝나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며 순박한 웃음을 짓던 순간도 그의 나이를 잊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장인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대가임에도, 그는 예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다. 극단 목화가 이토록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서른 해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실로 오태석의 힘이 크다.
역시 목화는 극단답게 서른 살 생일을 연극으로 자축한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선택된 것은 <자전거>. 오태석이 11살 때 목격했던 인민군의 민간 학살 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작품으로 1987년 초연했다. 뒤이어 <봄봄>과 <템페스트>가 차례로 무대에 오르고, 오태석의 또 다른 신작도 공개될 예정이다. 어느덧 서른이 되었음에 새삼 극단의 깊은 역사가 실감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목화는 창창한 나이다. 이제 막 이립이 되었으니 목화의 오늘은 과거만큼이나 푸르른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원한 청춘이다.

 

가을 반딧불이
지난해 국내 초연한 정의식 작?김제훈 연출의 <가을 반딧불이>가 재공연 한다. 가족의 개념이 붕괴되고 있는 현시대를 거울처럼 반영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도시 변두리에 버려진 보트 선착장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제훈 연출은 어디론가 떠나야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무대 위에 구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청년 다모쓰는 이현응과 유승락, 그의 삼촌 슈헤이는 김정호, 슈헤이의 애인 마스미 역은 이항나가 맡았다.
2월 7일~3월 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정물화
<정물화>는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초기 희곡으로, 그녀의 사춘기 시절의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감성적인 작품이다. 보수적인 가톨릭계 여교의 좁은 교실에서 다섯 명의 문예부 학생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생각을 나누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성기웅이 번역, 각색, 연출해 2012년 국내 초연했다. 성기웅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미묘한 흔들림과 변화를 포착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작업에 집중한다. 그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작품 자체가 지닌 감수성과 조화를 이루며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전수지, 서미영, 류혜린, 김희연 등이 출연한다.
2월 14일~3월 16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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