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잇는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신년 음악회는 음악의 도시 빈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유서 깊은 오페레타 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빈 국립 폭스오퍼 심포니의 내한 공연(1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1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나란히 열리기 때문이다. 두 공연에서는 비엔나 현지에서 즐기는 신년 음악회 스타일로, 오페라의 아리아와 왈츠, 발레곡 등을 다양하게 연주한다.
앨런 길버트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내한 공연(2월 6~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정통 클래식과 미국적인 레퍼토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과 피아노협주곡 제3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에 이어,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와 ‘파리의 미국인’,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전통적인 독일의 소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쾰른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올해로 탄생 150주년을 맞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남긴 ‘알프스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듣는, 엄청난 스케일의 관현악곡이다.
3년 연속 이뤄지고 있는 런던 심포니 내한 공연(3월 10~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지휘자 다니엘 하딩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만남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과 슈베르트 교향곡 8번,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로슈카’ 및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고,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김선욱이 협연한다.
스위스 관현악단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취리히 톤 할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4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7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울 듯하다. 각각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한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10월 9~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독일 브레멘에서 온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내한 공연(12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과거 내한 공연과 비교했을 때 어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국내 예술 단체의 뜨거운 활약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교향곡과 실내악곡 등을 두루 연주하는 28개의 공연으로 ‘2014 시즌’을 꾸렸다. 말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만한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10번(1월 23일), 정명훈이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6월 5일)과 5번(5월 23일)을 감상할 수 있다. 마크 위글스워스가 지휘하는 말러 피아노 4중주(11월 27일)는 마를린 헬더의 관현악 편곡으로 연주된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기념하는 연주회도 다수 열린다. 오보에 협주곡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지휘자 휴 울프와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의 협연(5월 9일)으로 즐길 수 있다. ‘영웅의 생애’(1월 9일)와 ‘돈키호테’(12월 12일)는 정명훈이 지휘한다. 모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 외에도 베토벤과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 등 유명 작곡가들의 교향곡은 물론, 베토벤 현악 4중주와 베르디 현악 4중주 등 실내악 연주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송년 공연에서는 정명훈이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12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으로 한해를 마무리한다.
올해 KBS교향악단은 매달 실시하는 정기연주회를 서울 예술의전당뿐만 아니라 지방 공연장에서도 열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1월에는 서울과 안양에서 열리며, 3월에는 부산과 용인, 6월에는 천안과 오산을 들른다. 음악감독으로 영입된 요엘 레비는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1월 23~24일)을 지휘하며 신년을 시작한다. ‘러시아가 사랑한 음악’이라는 부제하에 쇼스타코비치와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무소륵스키의 음악을 세 달에 걸쳐 풍성하게 들을 수 있다. 제680회 정기연주회(4월 24~25일)에서는 베르디의 ‘레퀴엠’을 연주하며, 제682회 정기연주회(6월 7~8일)에서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분을 들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이 함께한다. KBS교향악단의 12월 공연(12월 18~19일)의 프로그램 역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계획돼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2014년 키워드는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다. 프랑스 작곡가 구도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10월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베르디의 <오텔로>(11월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로 2014년에 의미를 더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엘라이저 모신스키가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 <라이온 킹>에 참여했던 리처드 허드슨이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아 1600년대 이탈리아 베로나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두 작품 외에, 모차르트의 <돈조반니>(3월 12~1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와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4월 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돈카를로>(5월 22~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 익숙한 제목의 오페라들도 준비돼 있다. 임준희 작곡의 <천생연분>(5월 31일~6월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창작 오페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관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 세계 무대를 목표로 2006년에 독일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올해 공연은 한아름 작가가 각색을 맡고 서재형이 연출을 맡아, 새로운 무대에 대한 기대를 부추긴다.
유명 솔로이스트와의 만남
2014년에 계획된 연주회 중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은 지난 11월에 티켓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당일에 전석이 매진된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의 내한 공연(3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다. 그간의 내한 공연에서 30번의 커튼콜과 10곡의 앙코르를 선보였다는 기록만으로도 그를 향한 관객들의 찬사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슈베르트 소나타 17번과 스크리아빈 소나타 2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5년 만의 리사이틀이라 더욱 기대가 높다.
젊은 천재 키신의 내한 직전에, 올해 환갑을 맞았음에도 여전히 유려하고 깔끔한 연주를 자랑하는 헝가리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가 3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3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갖는다. 바흐와 베토벤 등 고전 음악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멘델스존과 슈만 등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대표곡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과 환상곡, 슈만의 소나타와 교향적 연습곡으로 구성됐다.
한국에서 클래식 스타의 위치에 올라 있는 피아니스트 임동혁(2월 22일)과 유키 구라모토(3월 13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월 23일)의 리사이틀이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온다. 특히 유키 구라모토는 첫 번째 내한 공연을 치른 지 15년을 기념하는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열며, 리처드 용재 오닐의 리사이틀은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이어서 더욱 의미 있다. 스타 피아니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선욱도 9월 18일에 독주회를 갖는다.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성악가 사무엘 윤의 무대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사무엘 윤 : 베르디아노 vs 바그네리안>(12월 28일~2015년 1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기대작이다. 그는 2012년 명망 있는 오페라 축제인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의 개막작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연을 맡아, 세계 오페라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2013년에도 연이어 개막작의 주연을 거머쥐면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성악가이다. 그런 그가 올해 연말 내한해 베르디와 바그너의 주요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니, 티켓 예매 전쟁에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