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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Again 1966’에 대한 예의

글 |김영주(자유기고가) 2010-08-24 4,388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이 벌써 8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이유는 그 영광의 순간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기 때문이리라. 한국팀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붉은 악마들이 선보인 카드섹션은 장관이었고 지금까지도 방송사의 애국가 송출시 배경 영상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모두 붉은 물결로 넘실대던 그 시절, 대한민국의 슬로건이었던 ‘꿈은 이루어진다’라든가, 아시아 축구 맹주의 자부심과 연대의식이 함께 느껴졌던 ‘Pride of Asia’가 가슴을 흔들었던 순간을 어떻게 잊을까.


지난 6월 16일,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 파크에서 열린 브라질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예선 조별리그 1차전을 보았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의 가장 강한 팀과 함께 조편성을 받은 불운한 북한의 첫 경기 상대는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나라’였다. 카카와 호빙요, 마이콘, 둥가 감독의 브라질이 보여줄 삼바 축구에 대한 기대로 달아오른 6만 관중 가운데는 평양에서 온 100여 명의 응원단과 1,0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들로 이뤄진 ‘조선 응원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북한은 예상 외로 선전했고, 시합 종료 직전 지윤남의 골이 터지자 중계 카메라가 공화국 국기를 흔들며 흥분하는 소규모 응원단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 순간, ‘Again 1966’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당시 관중석을 수놓았던 카드섹션 문구 ‘1966년이여, 다시 한번’은 강호 이탈리아에게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박두익이 이끄는 북한에 1대 0으로 패배했던 굴욕의 역사를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1966년의 영광을 ‘우리’의 것으로 끌어왔던 붉은 악마들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공동 응원단까지는 무리라고 해도,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이며 조선 대표 선수인 정대세가 투혼을 불사를 때, 그의 등 뒤에서 한반도 국기를 흔들 사람들이 있을 줄 알았다. 하긴, 차범근 해설위원의 트위터에는 북한에 호의적으로 해설을 하지 말라는 경고가 남겨졌다고 했다. 박지성과 정대세가 출연하고, 차범근이 내레이션을 하는 월드컵 광고가 준비되었지만 최근의 남북 관계 경색을 이유로 방송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 단독 중계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SBS는 북한이 한반도 전역에 월드컵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월드컵 영상을 송출했다고 맹비난했다. 미 국무부의 크롤리 차관보는 SBS의 보도를 ‘받아쓰기’ 해서 이런 해적방송은 주변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도둑질을 하는 북한의 특징이며, 북은 범죄 국가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아뿔싸,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은 FIFA와 협의하여 북한을 비롯한 빈곤국 7개국이 무상으로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영상 제공을 했다고 밝혔다. 참, 통일부는 일찌감치 SBS 측에 북한에 월드컵 중계 영상을 무상 제공 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SBS가 때리는 시어미 역인지 말리는 시누이 역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는 저들이 벌인 일이 상당히 부끄럽다. 증오와 분열이 무엇을 낳는지 우리는 언제쯤 배우게 될까.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는 아프리카 조별리그 예선에서 승리하여 2006년 독일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후, 라커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전 종식을 호소했다. 잠시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아 달라는 그의 간청에 거짓말처럼 일주일간의 휴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7년, 코트디부아르의 정부군과 반군은 종전 협정을 맺었다. 동화 같지만, 실화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2호 2010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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