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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먼슬리픽] 10월의 추천작 [No.97]

글 |편집팀 2011-10-10 3,540

<더뮤지컬>이 추천하는 10월의 문화예술행사

 

 

새로운 연극 경험, 201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우리가 경험하고 접한 연극들은 대부분 사실주의 연극 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들이다. 제4의 벽을 통해 배우의 일탈과 모험, 사회의 부조리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나 현대 연극은 굉장히 포스트 모던하다. 현대 연극을 특징짓는 두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해체’와 ‘혼종’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연극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를 규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현대 연극의 해체 경향은 특정 장르의 해체이기도 하고, 배우와 관객 관계의 해체이며, 공연장이라는 특정 공간을 해체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체된 장르는 혼종된다. 오늘날 연극은 온전히 연극이라고 부르기가 힘들어졌다. 연극에 무용, 음악, 서커스, 영상이 자연스럽게 들고난다.
올해로 11년을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동시대의 공연 문화의 특징을 경험할 수 있는 축제이다. 올해는 ‘새로운 틀, 오래된 미래’를 주제로 세계 8개국 37개 작품이 공연된다. 솔직히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공연들은 어렵다. 이 어려움은 낯설음에서 기인하는데 기존 연극의 방식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장르를 해체하고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는 작품들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이 작품들은 새로운 자극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번 축제에 소개되는 작품 중 가장 신선한 작품은 <작은 금속 물체>이다. 공연장은 서울역 역사(驛舍)이다. 그곳을 지나가는 수많은 시민들은 엑스트라가 되고 군중 틈에 배우들이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관객들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배우들과 시민들의 대화를 헤드폰을 통해 엿듣게 된다. 낯익은 일상을 엿듣는 과정에서 군중이라는 거대한 집단이 가진 비밀이 드러난다. 정해진 각본도 없이 시민들과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벌이는 퍼포먼스, 오늘날의 연극은 이처럼 틀을 깨고 있다. <헬로우 프로젝트>는 호주 멜버른 페더레이션 광장의 관객들과 대학로의 관객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움직임을 교감하는 프로젝트이다. 텔레마틱 공연이라는 특이한 형식이 붙은 이 협력 프로젝트는 국경을 넘어 움직임으로 교감하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식의 무용과 연극이 닫혀진 사고에 노크를 할 것이다. 올 가을 상식을 깨는 사고의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즐겨 보시길.  박병성
▷9월 28일~10월 31일 / 02) 3668~0007 / www.spaf.or.k

 

 

지하철을 타고 재즈의 섬으로, 8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매년 이맘때 즈음되면 주위에서 자라섬 안 가냐고 묻는다. “음, 난 재즈를 잘 몰라서.” 어렸을 땐 음표를 박자대로 연주하지 않고 싱커페이션으로 박자를 흔들고 가는 재즈 음악이 못마땅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은 없지만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참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재즈다. 이때쯤 되면, “그러나 어떤 좋은 뮤지션의 음악을 통해 뜻밖에 재즈로 개종했노라” 이야기할 법한데, 뭐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알고 싶어졌다. 마음을 열고 느껴보고 싶다. 역시나 라인업을 보니 그나마 이름이라도 알 만한 사람이 한 손에 꼽히지만 내가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이유는 생각지 못한 순간, 운명적인 장소에서 운명적인 타이밍에 그들의 음악과 나의 주파수가 맞는 ‘그순간’을 운명처럼 만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경춘선에 몸을 싣고 떠나보련다.  김유리
▷ 10월 1일 ~ 3일 /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과 가평 읍내 일대 / www.jarasumjazz.com

 

 

안녕. ‘Automatic For The People’
R.E.M은 내가 태어나기 한 해 전에 미국 조지아 주에서 결성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무심히 눈으로 훑던 인터넷 게시판에서 R.E.M이 31년 만에 해체했다는 제목을 읽었다. 굉장히 낯선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좋아하는 밴드의 해체 소식을 몇 번이나 들어봤나 생각해봤다. 서너명, 가끔은 그보다 좀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악기를 들고 함께 모여서 쿵짝쿵짝 만들어내는 음악과 무대에 열광해 본 사람들은 어지간히 경험해보는 일들이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밴드음악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어쩌다보니 좋다 싶어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이미 해체했거나 사실상 해체 비슷한 상태였던 적이 대부분이라 이런 제대로 된 ‘해체 선언’을 받아든 경험이 없었다.
R.E.M이 만드는 노래들을 오랫동안 좋아했다. 막 대학에 들어갔을 무렵을 생각하면 지하 음감실 구석에 앉아서 흐릿한 스크린에 비친 어두운 물 속 풍경을 배경으로 ‘Night Swimming’을 듣던 기억이 난다. 거의 매일처럼 그 곳에서 그 노래를 그렇게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R.E.M도 없고, 신촌과 홍대 사이의 그 음감실도 없고, 대학생이었던 나도 없으니까 그 노래는 전보다 더 소중해진다. ‘Automatic For The People’이라는 앨범에 실려있는 곡이다.   김영주

 

 

이런 건 여름 휴가지에서 읽었어야 했는데! 『서른 살, 최고의 날』
‘서른 살, 최고의 날’이라니 연애소설이라지만 제목은 좀 유치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표지 속 여인의 흩날리는 긴 머리나 뒤로 감춘 칼을 보고선 중학생 남자애처럼 ‘오오, 뭔가 있는데?’ 하고 입술을 씰룩거렸다. ‘남미의 열정과 에로티시즘, 그리고 서스펜스가 뒤섞인 연애소설’이라는 홍보 문구도 너무나 뻔하지만 하나하나가 다 좋다. 꿈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며 알 듯 모를 듯한 로맨스가 펼쳐진다는 점도 좋다. 이 소설의 작가 카를로스 발마세다는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해변 도시 마르델플라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고, 이 작품 역시 그렇다. 남미라고는 하늘 위로도 지나가본 적 없으면서도 무턱대고 끌린다. 나는 남미 소설은 다 관능적이고 다 환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본 교토와 도미니카 산토도밍고, 그리스 크레타 섬처럼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도 못 가보더라도 끝내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게 될 것 같다. 아, 『서른 살, 최고의 날』은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단다. 영화는 당연히 마르델플라타에서 찍었겠지?  이민선 

 

 

한국에서 만나는 코메디 프랑세즈 <상상병 환자>
지나간 일은 무엇이 됐든 잘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고교시절 한때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다. 카를로 브로스키 탐구 기간에 보게 된 영화가 <파리넬리>, 그리고 같은 감독이 연출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디오 출시를 기다렸던 영화가 <왕의 춤>이다. 영화 속 루이 14세와 륄리, 몰리에르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까닭에 이번엔 몰리에르에게 관심을 갖게 됐으니 연상 작용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오랜 기간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까닭은 이달 내가 가장 기대하는 작품이 몰리에르의 희곡 <상상병 환자>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다. <상상병 환자>는 몰리에르가 륄리의 음모로 왕의 총애를 잃고, 아들과 연인 마들렌의 죽음으로 수렁에 빠졌을 당시에 쓴 희곡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몰리에르의 장기가 넘치는 풍자와 해학이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고 믿지만 사실은 건강한, 심기증 환자 아르강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면 없던 호기심도 마구 생기지 않나? 게다가 ‘몰리에르의 집’이라는 별칭을 가진 코메디 프랑세즈 극단 배우들의 내한 공연이니 기대는 더욱 커진다. 코메디 프랑세즈는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러시아의 말리 극장과 함께 세계 3대 극단으로 꼽히는 단체. 참고로 우리가 사랑하는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는 코메디 프랑세즈의 최연소 단원이었다. 국내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극단의 공연이니 놓치면 많이 아쉬울 거라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  배경희
▷10월 14일~10월 16일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7호 2011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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