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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At the End] 우리가 함께 하는 여름휴가 [No.95]

글 |김영주 2011-08-31 3,430

자신이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무엇’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고 얼마나 흥미로운지 설명하는 열띤 목소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몰랐던 ‘무엇’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좋고, 알고는 있었던 ‘무엇’의 몰랐던 부분까지 보게 되는 것도 좋다.
여름휴가로 오랜만에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멀리 가지 않고서도 즐길 만한 거리들을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이 듣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기대했던 그대로의 답변을 주신 분들 덕분에 리스트는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고 생각한 소소한 것들이 있다. 아, 이분은 지금 무한 도전을 함께 볼 누군가 때문에 무진장 행복하시구나, 이 감독님은 언제나 신앙처럼 영화를 사랑하시는구나, 노래 시원시원하게 잘하는 걸그룹 멤버가 문경 출신이었구나, 브로콜리의 프론트맨도 링 밍메이를 사모했을까, 감성적인 소품집 류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여름날’은 들어봐야겠다, 기타 등등.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름 하나만 넣으면 알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한 세상이다. 반짝거리는 것들이 보물창고에 쌓인 것처럼 그득그득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서른한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매일 바닐라 맛만 고르는 것처럼 관성적으로 살아간다. 일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하는 건 시선을 조금만 더 옆으로 돌리는 것,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아주 약간 모험심을 가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서른한 명의 추천 리스트 중에서 끌리는 것들이 있다면 따로 메모를 해두고 정말로 찾아보시길. 만약 흡족하다면, 그 작품을 추천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만들어내고 보여주는 것들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얼굴 한번 마주한 적 없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말 한번 섞지 않고도 두 사람 사이에 공유하는 무엇이 생긴다면 그것도 인연이다. 세상은 그렇게 손톱만큼 더 넓어진다.

사실 부탁을 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답변을 주지 않은 이들도 있다. 낯모르는 누군가가 대뜸 전화를 걸어 당신이 좋아하는 책이나 음반 좀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승낙하는 쪽이 더 신기한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접촉했던 모두에게서 답을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흥미진진한 리스트가 됐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제각각 다른 그 거절의 방식들이 나름 재미있기는 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거절은 ‘선생님께서 지금 독일에 계셔서 곤란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었는데, 오늘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분이 지금 독일에 계시다고 하면 듣는 쪽에서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잠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거절을 하는 것도 편하지는 않고, 그래서 저런 식의 대처가 나오기도 하나보다 생각은 한다.
책 한 권을 만들 때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거절을 하고, 또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거절을 당한다. 그 거절과 거절 틈에서 서로 목적이 맞거나 마음이 맞거나 시기가 맞거나 하여간 뭐든 맞아떨어지는 것들이 책에 실리는 것이다. 그 조합이 이번 달에는 얼마나 그럴듯한지, 아직 모르겠다. 책을 받아들 때쯤에는 좀 더 명확해질까 싶기도 하지만, 결국은 내가 아니라 읽는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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