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뮤지컬>이 추천하는 8월의 문화예술행사
당신의 지구를 굽어보세요 현대사진의 향연 : 지구상상展
매그넘, 내셔널 지오그래픽, 퓰리처상 수상작 시리즈 등 묵직한 네임 벨류를 자랑하는 사진전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똑딱이’든 ‘데세랄’이든 제 카메라에 일상을 담으면서 노는 것이 전 국민의 취미 생활인 시절이니 사진전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긴 한데, 대부분의 테마가 보도, 자연, 유명인 정도로 좁혀지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 포털 사이트의 포토 갤러리에서 제목부터 대놓고 ‘지구상상展’인 사진전의 관련 정보를 무심하게 읽다가 눈을 뗄 수 없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아주 크고 굳건해 보이는 회색 코끼리 사진이었다. 무거운 구름과 마른 대지를 뒤로 한 채 앞발을 나란히 모으고 서서 긴 코를 흐르는 물에 담그고 있는 커다란 코끼리는 동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오래된 건축물처럼 보였다.
10명의 사진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에서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그들 각자의 시선은 결과물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대지와 인간의 신성한 교류를 사진에 담아내려고 한다는 루드 반 엠펠의 사진은 흡사 광고 이미지처럼 매끈하지만 단순히 예쁜 사진 이상의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싱그러운 초록의 이미지 한가운데 서서 모호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윤기 흐르는 검은 피부의 아름다운 소년과 소녀들은 보는 이들을 비밀스런 숲으로 말없이 초대하는 것 같다. 같은 섹션에 있지만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의 작품들은 훨씬 더 모던하고 전위적이다. ‘지구는 우주의 대성당’이라고 말하는 이 작가는 자신의 신체를 기묘한 방식으로 자연 속에 배치하면서 다양한 이미지와 질문을 만들어낸다.
‘생태학적 상상력’ 섹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SF물의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지아코모 코스타의 사진들로, 디지털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산악인이었던 그가 알프스를 벗어나 본 세계의 미래는 서늘한 절망 속에서 멈춰 있다.
거대한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한 세기 동안 젖줄로 삼았던 오언스 강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항공에서 촬영한 데이비드 마이셀의 사진도 인상적이다. 이 사진들은 카드뮴과 비소, 크롬으로 오염되어가는 강의 변화를 담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 변화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수량이 줄어들고 물이 증발하면서 농축된 미네랄로 인해 자줏빛으로 착색된 호수가 머나먼 상공에서 멀찍이 내려다볼 때는 신비로운 자연의 한 단면 같이 보인다. 그 실상이 인간에 의해 붉게 멍든 자연의 흉터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는 이들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8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된다. | 김영주
여섯 색깔의 햄릿, <햄릿 업데이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햄릿>이 현재 대학로의 대표적인 여섯 극단에 의해 여섯 색깔로 꾸며진다. <햄릿>은 병들어 가는 덴마크 왕국의 세기말적 우울함과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지면서도 스스로가 정당하기 위해 머뭇거리는 인간의 고민을 담았다. 다양한 해석 여지가 있는 <햄릿>을 국내 중견 연출가들의 과감한 실험과 변화로 다채로운 맛을 보게 한다. 2011년 ‘햄릿 업데이트’ 전에는 백수광부(이성열 연출), 여행자(양정웅 연출), 청우(김광보 연출), 골목길(박근형 연출), 작은신화(최용훈 연출), 풍경(박정희 연출) 등이 참여한다. 국내 대표 중견 연출가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고전적인 <햄릿>을 새롭게 해석해서 30분짜리 단막극으로 만들었다. 8월 정보소극장 무대에서는 백수광부, 여행자, 청우 등 세 작품이 옴니버스 식으로 한 무대에 오른다. 나머지의 작품은 같은 컨셉으로 9월에 공연될 것이다. 같은 작품을 다채롭게 해석하는 이번 공연을 통해 연극의 이해를 높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박병성
1차 단체 : 백수광부, 여행자, 청우 / 8월 20일~9월 5일
2차 단체 : 골목길, 신화, 풍경 / 9월 9일~9월 25일
현대 영화 거장전 : 잉마르 베리만의 자장 아래서
지금 신촌 아트하우스 모모에 가면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감독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월 10일부터 시작해 내년 5월 31일까지 진행될 이 축제는 연극과 영화, TV를 망라하며 활동을 펼쳐 온 스웨덴의 국보급 감독의 영상 유산을 정리하고 재평가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지난 6월부터 7월 10일까지 32개의 테마로 주요 작품의 이미지와 함께했던 배우, 스태프, 베리만을 존경했던 영화인들의 인터뷰가 담긴 멀티미디어 설치전을 시작으로, 8월까지 현대 예술 및 미학의 핵심 쟁점뿐 아니라 신학, 정신분석학 등 타 분야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베리만의 세계에 접근하는 심포지엄 및 마스터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8월 11일부터 17일까지는 베리만의 자장 아래 있는 현대 영화 거장들의 작품을 모아 상영한다. 상영작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브로큰 임브레이스>,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 이안의 <브로크백 마운틴>, 프랑수아 오종의 <5x2>, 로버트 알트만의 <프레리 홈 컴패니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거미의 계략>, 올리비에 아싸야스의 <클린>, 소렌 카우 야콥슨의 <미후네>로 아홉 작품. 상영 스케줄은 아래 홈페이지를 확인할 것. 이후 9월부터 내년 5월까지 베리만 포럼을 비롯, 베리만의 걸작 9편을 선정하여 매달 한 편씩 상영하는 에센셜 베리만 시네마도 기대감을 모은다. www.cineart.co.kr | 김유리
▷ 일시 : 8월 11일~17일 ▷ 장소 : 아트하우스 모모
신나는 파티타임 The Ting Tings
여름밤을 뜨겁게 달굴 펜타포트 록페스티벌로 한국을 찾는 팅팅스가 내친김에 단독 공연까지 펼친다. 이름하여 팅팅스의 애프터 파티. 팅팅스는 기타리스트 겸 보컬 케이티 화이트와 드러머 쥴스 드 마티노로 구성된 영국의 혼성 듀오다. 그룹 이름은 보컬 케이티의 중국인 동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디스코 팝과 개러지 록이 만나는 섹시하면서도 신선한 감각으로 무장한, 신나는 음악이라고 보면 된다. 팅팅스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Shut Up And Let Me Go’의 첫 음이 흘러나오는 순간 아! 하고 무릎을 탁 칠 것이다. 대표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Shut Up And Let Me Go’는 아이팟의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알려진 곡이며 언젠가 홍대의 클럽가를 장악했던 노래. 그룹 이름처럼 통통 튀는 사운드가 좋고, 반항적이면서 새침데기 같은, 때로는 무심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라이브가 불안하다는 소문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일단, 신나는 시간이 될 것만은 확실하다. 공연 날짜는 8월 10일, 장소는 악스홀.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니 휴가를 못 간다면 휴가 겸, 휴가를 다녀와서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풀러 가기에도 좋을 듯하다.
| 배경희
예기치 않은 일을 기꺼워하는 여행자로서, 연극 <예기치 않은>
불확실성을 즐기는 사람은 여행을 좋아하며, 예상치 못한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80 퍼센트 정도는 단정할 수 있다. 우리 삶도 그렇지만 낯선 곳을 여행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니까. 여행지에서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이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낯간지럽고, 후에 반추했을 때 그곳에서의 바보 같았던 짓들이 다른 이가 아닌 내가 저지른 것임에 낯을 붉히면서도 웃으며 인정할 수는 있다 (아, 물론 부끄러운 일 말고 의기양양해지거나 신이 나는 일도 있다). 짐을 싸서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을 늘 바란다. 그래서 직접 떠나는 여행을 한 번 할 때, 간접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스무 번쯤 하는 것 같다. 누구랑 언제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매번 달라지는 여행의 묘미 중 어떤 맛을 이 연극에서 보게 될까. 단순히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탔던 비행기가 베트남행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뜬다. 베트남 여행에서의 예기치 않은 일을 그린 연극 <예기치 않은>. 하노이에서 만났던 청년 스티브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 이민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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