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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한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의 고향 글로브 극장을 가다 [No.85]

글 |박병성 사진제공 |명동예술극장 2011-08-18 4,950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 셰익스피어 작품을 초청하는 프로젝트에 초청을 받았다. 2012년 셰익스피어가 직접 공연을 올렸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장인 글로브 시어터에서 공연을 갖는다.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은 2002년 밀양에서 초연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평단과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던 행복한 작품이다. 원작은 두 쌍의 연인들이 각자의 사랑을 찾아 숲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내용이다. 숲 속의 요정 왕 오베론과 요정 여왕 티타니아의 갈등이 서브플롯으로 구성되고, 왕의 결혼식 축하 공연을 준비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편에서 전개된다. 결국은 엇갈렸던 연인들이 모두 제짝을 찾으면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은 원작의 요정 세계를 도깨비 세계로 바꾸고, 삼베, 한지, 대나무 등 동양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소재를 사용해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곡을 한국적으로 해석하였다. 배우들이 퇴장한 후 악사가 되어 직접 북과 꽹과리를 치는 등 전통음악과 전통극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했다. 서로 엇갈리는 남녀들의 사랑과 도깨비 부부의 다툼 등 기본 극의 구조만 남겨두고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언어들은 한국적인 몸짓과 시적 대사로 새롭게 각색했다. 왕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공연이 사라진 대신 약초를 캐러 다니는 코믹한 아주미라는 캐릭터를 넣어 도깨비 여왕과 사랑에 빠지도록 했다. 앙증맞은 수레를 끌고 나와 수박을 게걸스럽게 먹는 아주미 캐릭터는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구애를 하는 남자들의 독특한 몸짓이나 숲을 빠르게 이동할 때의 움직임에서 여행자만의 독특한 희극성을 창조해냈다.
이 작품은 일본을 비롯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과 인도, 쿠바,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전 세계를 누볐다. 특히 지난 2006년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오태석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바비칸센터에 초청되었다. 그리고 내년 셰익스피어의 공연장 글로브 시어터에 오르게 된다. 이에 앞서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고전극 시리즈의 일환으로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인다. 극단 여행자의 대표이자 이 작품의 연출인 양정웅 연출에게 이번 공연에 대해 들어보았다.

 

2012년 셰익스피어가 직접 공연했던 글로브 시어터에서 공연하게 됐다. 의미와 소감을 말해달라.

셰익스피어로 유명한 단체들 38개 팀이 참여한다. 네크로슈스와 같은 유명 연출가들이 함께하는 자리이다. 너무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이전부터 셰익스피어를 한국화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 욕심을 부리자면 전 작품을 다 해보고 싶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더 깊이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러라고 이번에 초청해준 것 같다.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인물이다. 동양에서 해석한 셰익스피어 극을 어떻게 보는가?

이 작품으로 에딘버러도 갔고, 바비칸센터에서도 공연했다. 셰익스피어를 바꾸는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분들도 계신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셰익스피어가 동양으로 건너가서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놀라워하면서 찬사를 보낸다. 우리의 아이덴티티와 독창성을 인정해주시는 것 같다.


글로브 시어터는 엘리자베스 시대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셰익스피어가 그곳에서 실제 공연을 올리기도 한 곳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실내와 실외 극장이 섞여 있는 공간이다. 극장 환경을 어떻게 이용할 생각인가?

글로브 시어터에서 공연을 많이 봤는데 극장 자체가 훌륭한 환경이다. 연극이라는 것은 그 공간에 녹아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 헝가리에서 6백년 된 고성에서 공연을 했고, 그 전에는 글로브 시어터와 유사한 독일의 공연장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다. 그곳에 비해 글로브 시어터는 역사적인 냄새가 더 많이 난다. 셰익스피어의 기운과 공간의 기운을 받아서 상당히 고무된 상태로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도깨비가 나오는 낭만 희극이 아닌가.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각색하려고 할 때 이것은 큰 장애물이 된다.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은 점점 나이 드니까 셰익스피어가 두렵기도 한데 <한여름 밤의 꿈>을 만들 당시에는 오만하고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들을 재창작 하다시피 했는데, 그 언어들이 내 피에 녹아들어서 한국적이면서도 시적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재밌게 했다. 지금은 오히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부담스럽다.


한국적으로 해석한 셰익스피어로 호평을 받았다. 전통이 우리 것이긴 해도 지금의 세대에게는 낯설지 않나?

설화, 탈춤, 판소리, 굿이라든지 전통이 우리의 뿌리이고, 아이덴티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서양 문물이 더 익숙하지만 여전히 자연이나 그런 것들이 핏속에 녹아 있다. 낯설어도 전통을 접하면 금방 느끼는 것은 유전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나 환경으로 전해지는 것도 무시 못 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연극을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연극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기본적으로 막걸리와 한국적인 것을 좋아한다.


여행자라는 단체 이름처럼 참 많은 해외 공연을 가졌다. 해외 관객과 한국 관객과의 반응에 차이가 있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언어의 재미를 디테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데 해외에서는 낯설어서 더 집중해서인지 상세하게 느끼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식욕에 대한 대사에 반응이 좋고 해외에선 아주미가 오줌 누는 장면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뭐 그건 국내에서도 마찬가지긴 하다. 기본적으로는 비슷하다. 보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특별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2002년 제작해서 내년이 딱 10주년이다. 이 작품은 아주 유쾌한 웃음을 주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곡이 주는 유쾌함을 강화해서 한국적이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었는데, 그런 부분을 좋아하고 즐기시는 것 같다. 이 작품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하루저녁 즐거운 놀이로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한여름 밤의 꿈> 8월 3일~21일 / 명동예술극장 / 1644-200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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