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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라 <디 오써> [No.93]

글 |박병성 사진제공 |두산아트센터 2011-06-13 4,048

오늘날 연극은 대부분 연애의 수단이거나, 오락의 일종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그리스 시대의 연극은 정치, 사회와 분리할 수 없었고, 근대에는 대중들을 교육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브레히트는 연극을 통해 사회를 변혁하려 했고, 아르또는 연극으로 본능을 깨우려 했다. <디 오써(The Author)>는 연극에 대한 연극이며, 폭력적인 세상을 고발하는 연극이다. 그래서 연극을 보는 내내 즐거움 대신 불편함을 느낀다.

 


무대는 마주보고 있는 객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객 사이 네 명의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그들 사이에 대화를 전개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정체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굉장히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연극의 작가와 거기에 출연한 남녀 배우, 그리고 그 공연을 본 관객임이 드러난다.
그들이 만든 연극은 아버지가 딸을 강간하는 폭력적인 작품으로 그것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동영상을 함께 본다. 잔인하게 인질을 살해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배우는 그것이 전혀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우스웠다고 말한다. 폭력적인 현실을 그저 TV 드라마처럼 가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작품은 관객들에게 되묻는다. “이런 이야기가 불편하신가요?”
<디 오써>는 그러한 현실에 내재된 폭력들이 우리 주위에 함께 숨 쉬고 있음을 강변한다. 연극은 내재된 폭력적인 현실의 맨살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폭력을 우리가 외면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 <디 오써>는 어둠 속에 숨어들어간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끄집어 내놓고 그들이 외면한 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현실을 직시하지도 못하고 어둠 속에 숨어버리지도 못하는 관객들은 1시간 40분 내내 불편한 진실을 마치 <디 오써>의 배우들처럼 옆에 앉혀 두고 느껴야 한다.


<디 오써>는 연극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과의 관계를 주목한다. 제목 ‘디 오써’는 ‘작가’ 또는 ‘저자’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작품은 작가보다는 관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연극이라는 보여주는 자와 보는 자의 관계를 통해 현실에 내재된 폭력과 그것을 침묵하고 묵인하는 관객들을 우리 자신들로 대치한다. 그리고 현실 속에 내재된 무수한 폭력만큼이나 침묵의 폭력성을 강조한다. 늘 어둠 속에 숨어 무대를 지켜보던 관객은 현실 속의 폭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디 오써>에서 관객들은 도망갈 공간이 없다. 무대를 서로 마주보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관객인 동시에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된다. 그들은 밝은 조명에 노출된 상태에서 온전히 관객들의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도망갈 수 없는 곳에서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연극이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인가. 현재의 연극은 확실히 그렇다. 그리스 시대의 연극 역시도 슬픈 노래로 슬픔을 치료하듯, 연민과 고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디 오써>에서는 지적 희열은 있을지 모르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긴 힘들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추한 상처를 확인하는 것이나, 숨기고 싶었던 사생아와 마주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불편했고, 일부 관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무런 즐거움도 느낄 수 없었지만 <디 오써>는 연극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오늘날 즐거움을 주는 오락거리로만 기능하는 연극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3호 2011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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