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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색채의 마술사 샤갈 展 - 영롱하게 빛나는 색으로 삶을 칠한 화가 [No.89]

글|김효정 | 이미지제공|샤갈 전시 본부 2011-02-14 5,716

한겨울의 공기가, 아직 채 녹지 않은 눈 덮인 돌담길에 소복하게 내려 앉은 날,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니스, 파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뉴욕, 런던, 마드리드, 브뤼셀, 도쿄, 제네바 등 전 세계 30여 공공 미술관과 개인이 소장한 샤갈의 작품 160여 점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이번 전시는 1910년부터 1922년까지 러시아에서 보낸 유년기, 성경을 그려낸 성서 이야기, 사랑과 연인, 서커스를 주제로 한 섹션, 모스크바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그리고 아라비안나이트, 라퐁텐 우화 같은 삽화.판화 작업을 볼 수 있는 종이 작품 등 여섯 개의 테마로 나누어 샤갈의 다양한 예술 작업과 인생을 함께 따라가며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은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요절했던 천재 화가들과 달리 98세까지 살면서, 한 세기의 심장 박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샤갈은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가난한 유대인 집안의 9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다. 자서전  『나의 인생』에서 ‘특별한 마을, 불행한 마을, 권태로운 마을’로 표현된 비테프스크에 대해 “내 그림 중에 비테프스크로부터의 영감이 담겨있지 않은 작품은 한 점도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고향에서 겪은 유년기의 생활은 그의 그림에 평생 영향을 끼친다. <나와 마을>(1912), <비테프스크 위에서>(1915~1920) <도시 위에서>(1914~1918), <파란 집>(1920), <붉은 유대인>(1915) 등에서 동화처럼 그려진인물, 동물, 마을의 풍경, 소박한 생활 모습은 모두 그곳에서 기인한 것이다.


점원이나 회계원이 되길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을 뒤로 하고 샤갈은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파리로 가게 된다. “파리, 너는 나의 두 번째 비테프스크인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파리는 그에게 또 하나의 고향이 된다. 하지만 세계 1차, 2차대전의 발발로 샤갈은 미국으로 잠시 망명을 하기도 했다.  
1950년대 마티스가 죽자 파블로 피카소가 “이제 색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유일한 화가는 샤갈뿐입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샤갈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의 구현으로 종종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샤갈은 “꿈이 아니라 삶이다”라는 대답을 남기며 자신의 예술은 모두 자신의 삶에서 나온 것임을 밝혔다. 실제로 초현실주의파에서 합류를 제안했을 때 샤갈은 “고의로 환상적으로 꾸민 예술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낯설다”고 했다고 하니 예술의 대한 그의 확고한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샤갈은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 일러스트레이션, 스테인드글라스, 무대 미술, 자기, 태피스트리, 동판화 -에도 그의 독창적인 재능을 녹여냈다. 이러한 여러 작업을 하면서도 그 중심에 기반을 잡고 있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사랑이다. 샤갈은 1973년 국립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기증 증서에 “진정한 예술은 사랑 안에서 존재한다. 그것이 나의 기교이고, 나의 종교이다”고 적었다. 그리고 “인생과 마찬가지로 예술에서도 사랑이 바탕이 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사랑’을 강조했다.
샤갈은 미국 망명 당시, 미국 최초 발레단의 <알레코>와 또 다른 발레 공연 <불새>의 무대와 의상디자인을 맡으면서 뉴욕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전부터 무대와 극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왔는데, 모스크바 유대인 예술극장의 장식화로 제작한 <유대인 예술극장 소개>(1920)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나 눈에 띄었다. 가로 길이가 8미터에 가까운 이 웅장한 작품 속에는 극장주, 평론가, 배우, 작곡가, 무용수, 화가 그리고 샤갈 자신, 공연을 보러 온 가족들까지 제목 그대로 당시 극장에 관련된 인물들과 그들의 특징을 자세히 살리며, 보는 이로 하여금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격동적인 시대 속에서 긴 세월 동안 가난과 부, 유대인 학살의 위험과 전쟁, 예술가로서의 망명과 성공을 거치며 살았던 샤갈은 그림을 통해 단순하고 따뜻한 진리의 노래를 우리에게 전한다.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유한한 것이므로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사랑과 희망의 색깔로 인생을 채색해 나가야 한다”고.  

 


 

 

 

 

 

 

 

 

 

 

 

 

 

 

 

 

 

 

 

 

 

 

 

 

 

 

 

 

 

 

 

 

 

 

 

 

 

 

 

 

 

 

 

 

 

 

 

 

 

 

 

 

 

 

 

 

 

 

 

 

 


2010년 12월 3일 ~ 2011년 3월 27일 / 서울시립미술관 / 관람문의 1577-8968 www.chagallseoul.com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8호 2011년 2월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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